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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이작가 Jul 01. 2021

나의 골프 인생

골프라고 쓰고평생 친구라고읽는다

골프 인생이라고 제목을 붙이고 글을 쓰려고 하니 뭔가 엄청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이라 오해할 것 같은데 사실은 십 년 차 백돌이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감옥에 20여 년 갇혀있던 남자가 날마다 상상 속에 파아란 잔디가 시원스러운 필드와 그린 위에서 골프를 쳤다. 출소 후 몇십 년 만에 처음 잡아보는 골프클럽이었지만 20년의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그는 싱글 플레이어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나도 그 남자처럼 싱글 프레이어가 될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글을 쓴다. 나의 글쓰기는 골프 트레이닝의 일환이다. 


드라이브를 뽑아 들어 빈 스윙 한두 번 하고 티(Tee) 위에 로고가 공의 진행방향으로 향하게 조심스럽게 올려둔다. 어깨넓이 정도로 다리를 벌려서 몸의 중심보다 조금 왼쪽에 공이 위치하도록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팔을 펴서 공 뒤로 좀 끄는 느낌으로 잔디를 조금 쓸고 드라이버를 큰 원을 그리며 허공에 날렸다. 티 높이 맞고 스윙만 제대로면 보지 않아도 공은 스위트 스폿 (Sweet Spot)을 맞으며 경쾌하게 뜅겨져 나간다. 이미 손에 전해오는 공의 무게감이 아주 짜릿하다. 210미터 (230 야드)까지 날아가다니 기특한 녀석이다.  


드라이브는 자존심이다. 나의 드라이브샷을 숨죽여 구경하는 친구들과 다음 라운드의 선수들이 나의 시원한 드라이브 샷을 틀림없이 봤을 거라고 생각하며 혼자 우쭐해한다. 아니 보지 않고 소리만 들어도 나의 실력을 가늠할 것이다. 기가 눌려서 감히 나 앞으로 먼저 가거나 나를 뒤에 바짝 따라붙으면서 재촉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사실 드라이브 샷이 슬라이스나 훅없이 직진으로 페어웨이에만 떨어지면 거리는 크게 상관이 없지만 이건 자존심 문제이다. 


페어웨이에 떨어진 공은 밤하늘의 별처럼 녹색 잔디 위에 영롱하게 빛나고 있어서 찾기도 쉽다. 수년간을 이 넓은 페어웨이를 굳이 피해 가면서 나무들 사이로 모래 벙커로 공을 보냈는지 이해가 안 된다. 힘 빼고 치면 이렇게 쉬운 것을 말이다. 앞으로 보이는 그린이 만만해 보이고 잔디 사이를 타고 풀내음이 섞인 바람이 얼굴을 감싸준다. 


공을 정확히 보고 걸으니 200미터가 짧게 느껴진다. 이제 나의 장기인 4번 하이브리드 유틸리티를 꺼낸다. 오히려 자신감과 멀리 보내려는 욕심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 한 번 더 맘을 다잡아야 된다. 심호흡으로 빵빵한 풍선에 바람을 빼주듯이 힘을 빼고 클럽 헤드가 스스로 공을 밀어낼 수 있도록 나는 단지 클럽을 들어서 완벽한 원의 회전만 만들어준다. 머릿속에 손 위치, 무게 중심의 이동, 피니쉬의 모습 등 십 년간의 유튜브에서 들은 정보들은 잊어버리고 펀치샷을 할 것이니 손목 스냅을 이용해서 들었다가 스냅을 펴며 땅에 떨궈주기만 하면 나머지는 클럽이 알아서 한다. 


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면서 160미터 (175야드)까지 날아가서 데굴데굴 구른다. 옆 홀에서 볼이라고 외치면서 나의 페어웨이로 민망하게 굴러들어 온다. 당황한 기색의 남자가 허둥지둥 나의 눈치를 살피며 공을 쳐내기에 바쁘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하며 먼저 하라며 손목을 약간 꺾어 흔들어 준다. 구름도 흘러가니 그림자가 생겼다가 없어지고 새소리도 노래 같고 그린 50미터 전방의 잔디 위에서 우윳빛깔 하얀 나의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 


어프로치 (Approach) 할 차례이다. 샌드로 3/4 스윙을 하니 공이 하늘로 적당히 올랐다가 톡 소리를 내며 그린에 자국을 남기며 떨어진다. 친구들에게 힘 빼고 천천히 하라며 거드름을 약간 부려주고 난 그린으로 가서 마크를 하고 다른 공들이 올라오기를 기다린다. 요리조리 그린의 경사와 잔디의 수분상태를 확인하여 얼마나 공이 빠르게 구를지 아님 어디서 꺾일지를 계산해둔다. 


퍼팅은 쌈짓돈이다. 하나둘씩 공이 그린에 올라오고 마그네틱 마크를 모자에 다시 붙이고 공 뒤에서 쪼그리고 앉아 진행방향을 살피며 퍼팅을 한다. 통장에 입금될 때 들리는 은행의 알림음처럼 쨍그랑 컵 속에 공이 들어가며 나이스 하게 파 4에서 파(Par)를 잡는다.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플레이다. 중간에 F가 들어가는 욕도 하지 않고 숲 속에서 공을 찾는다고 헤매지도 않는다. 신발은 모래나 흙이 묻지 않아 깨끗하고 윗도리는 아직도 바지의 벨트 속에 깔끔하게 들어가 있으며 종아리도 기분 좋게 단단해진 느낌이다. 


매일 이런 플레이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글까지 쓰며 더욱 시각화 작업에 적극적이니 10년 구력에 여전히 백돌이를 하는 나의 골프 인생에도 이제는 졸업이다. 그래 그동안 공이 햐앟게 질릴 정도로 많이 쳤다. 이제 데블로 하자. 


골프 쉽지 않은 이 녀석 그래서 평생 친구로 부른다. 

나의 이미지 트레이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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