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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이작가 Jul 09. 2021

겨울무로 만든 깍두기

생애 첫 깍두기

남반구 시드니는 7월이면 한창 겨울이다. 그래서 주위 친구들이 집에서 깍두기 담근다고 하여서 한국농장에서 재배한 무를 12(만원) 주고 4개나  왔다. 마침 지금 시드니 락다운 (Sydney Lockdown)으로 일과 교육 목적의 필수적인 외출 외에는 집에만 머물러야 해서 재미 삼아 한번 해보았다. 깍두기를 담은 적도 없고 이건 엄마 정도 되는 살림의 내공이 있어야   있다고 겁을 먹었지만 백종원 아저씨가 있으니 도전해 보았다.  


일단 맛있는 요리는 좋은 재료가 다한다는 게 맞는 말 같다. 차가운 겨울 땅에서 뿌리를 박고 아침 서리에 단련이 된 단단한 무를 골라야 된다. 일단 조폭 형님들의 뒤통수처럼 반듯하게 썰어서 먹어보니 달작 지근하게 이미 맛있다.


우리 한민족이 깍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정사각형 큐빅으로 자르는 것을 깍둑 설기라고 까지 부른다. 주사위처럼 하얀 무를 소금과 설탕에 절인다. 설탕이 바로 모든 요리를 달꼼 짭짤하게 혀끝에 착착 감기게 만드는 백종원 아저씨의 필살기이다.


이제 양념 만들 차례이다. 쌀가루를 물에 태워서 고춧가루 넣고, 마늘, 새우젓, 생강가루, 키위  냉장고 있는 어울리겠다 싶은 거를 대충 넣어서 섞어준. 양념을 만드는 사이에  초롱초롱하던 무도 이제 풀이 죽어 물이 생기면서 양념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이제 손장갑을 끼고 양념을 깍두기에 버무리기만 하면 끝이다.


정말 쉽지요잉 ~~~ 어라! 이거 뭐지. 심지어 맛있다. 기세를 몰아 잔파와 부추도 남은 양념으로 버무려서 한통씩 만들어두었다. 사각사각 소리 나는 깍두기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에 올려먹을 생각하니 벌써 입에 침이 고인다. 겨울의 한기를 담은 야채들이 나의 겨울을 따뜻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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