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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CHOI Apr 03. 2024

종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 2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는 '종로'다.

어쩌다가 종로를 좋아하게 됐을까.


난 경기도 광명시에서 나고 자랐다. 딱 21살 때까지 광명시에서 살았는데, 광명시를 떠나기 전까진 서울은 거의 가보지 않았다. 이따금씩 외가 친척 중에 서울 사시는 분들을 찾아뵈러 간 것 빼곤 서울 자체가 나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생각해 보니 친척 중에 서울 사시는 분들도 거의 없었다. 


대부분 경기도에 사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경기도 광명시 촌놈이었던 것이다.) 초, 중, 고등학교 기간 동안 서울 내 고궁 한 번쯤은 가볼 법도 한데, 가본 기억이 없다. 아마 내가 기억 못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종로를 가게 된 이유는 바로 '군대'였다. 2006년 11월 낙엽이 바닥에 떨어지는 무렵  종로에 첫 발을 디뎠다. 대한민국 징병으로 육군 논산 훈련소에 입소했다가 그곳에서 전투경찰로 차출되었다. 당시엔 운이 더럽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훈련생들은 전투경찰 차출만 제발 되지 않기를 바랐는데, 설마 내가 되겠어하다가 차출됐다.


전투경찰로 차출되고 2년간 생활해야 했던 부대 소재가 바로 '종로'였다. 그렇게 21살 종로와 처음 마주하게 됐다. 종로는 전반적으로 가을이 가장 낭만적이다. 아무래도 11월 가을에 처음 종로를 마주한 탓인지 몰라도 가을 종로를 가장 좋아한다. 


도시 자체에 을씨년스러움과 고즈넉한 분위기가 흘러넘친다. 








아울러 종로구는 인구밀집도, 회사 및 관공서 수 대비 서울에서 치안이 정말 좋은 축에 속한다. 범죄 발생률이 비교적 낮은 지역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종로구에 청와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있는 관내는 경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효자동 서촌, 북촌, 안국을 비롯하여 경복궁 기점으로 반경 5km 내 도시 골목골목엔 사복 경찰들이 무전기를 차고 순찰을 했다. 그것도 24시간 3교대로 경찰들이 동네를 돌았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도둑이 돌아다닐 수 없었던 동네, 아울러 주취자가 행패를 쉽게 부리지 못하는 아주 조용하고 안전한 도시가 바로 종로였던 것이다. 


현재 청와대는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된 상태다.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 바람에 현재는 종로구 내 사복 경찰들을 찾아볼 수 없다. 이제 용산이 가장 안전한 동네가 된 것일까? 용산구도 범죄 발생률이 낮은 축에 속하는 도시다.  하지만 그럼에도 종로는 안전하다. 미국 대사관이 광화문 앞에 있고, 우리나라 정부부처와 주요 행정기관을 비롯하여 각 나라 대사관들이 종로구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관 주변은 경찰의 보호를 받아야 하므로 종로는 치안 안정의 수혜를 받고 있다.  


아울러 역사와 전통, 근본을 중시하는 나로선 종로가 더욱 좋을 수밖에 없다. 





종로는 어떤 곳인가. 종로구는 조선의 건국 이후 한양 천도와 함께 오늘날까지 약 600여 년 동안 서울의 중심부로 25개 구청 가운데 행정서열 1위 타이틀과 문화, 행정 심장부로써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다. 아울러 조선의 왕이 살았던 곳, 모든 나라의 정사와 외교가 긴밀하게 이루어졌던 곳, 우리나라의 쇠퇴와 번성의 시작점, 그곳이 바로 종로인 것이다. (종로 홍보대사 아니다)


이 말은 곧 종로는 대한민국의 근간을 이루는 살아 있는 역사의 시작점이자, 중심이었으며, 

수백 년간 대한민국 뿌리 역할을 했던 곳이란 의미이기도 하겠다.


역사의 중심지란 의미는 많은 사람들의 교류와 인적자원이 풍부함을 의미한다. 아울러 고유의 문화와 독특성을 지니고 있단 점에서 이러한 역사가 깊고 진한 도시나 장소, 공간은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경험과 환경을 통해 한 사람의 인격이나 행동양식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도시도 그와 같다. 


나의 목표는 종로구 내 안에서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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