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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CHOI Apr 03. 2024

마라도 : 여유를 줄게

사진 에세이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



어느 날 주변 경관의 방해가 없는, 심지어 점 하나 없는 하늘과 바다를 무작정 보고 싶었다.

바다와 하늘을 정확히 반으로 나눈 지평선 끝을 응시하며 생각과 마음을 비우고 싶었던 것 같다.


지난 수년간 수많은 실수와 후회스러운 행동을 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도 시간은 나에게 다시 돌아갈 기회는 없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시간을 사용하고 있듯이 너 또한 오늘과 미래만 있을 뿐이라고 최종 결정을 내려주었다.


작지만 확실한 고통의 감정을 직면하지 않으면 내 안의 답답함을 지울 수 없을 것 같았다. 오히려 반대여야 하는 거 아닌가? 시끌벅적한 장소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내일이 없는 것처럼 도파민을 최대치로 뿜어내야 할 것은 상황이지만, 난 힘들 때나 무언가 정리가 필요할 때 '조용한 침묵'을 선택한다.


최대한 시야에 복잡하고 화려한 색을 담지 않아도 되는곳, 사람이 없는 곳, 소음이 없는 곳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장소는 '자연'밖에 없었다.


결국 산과 바다 두 곳 중 한 곳일 터인데,


그중 한 곳이 '마라도'였다.








복잡한 서울 생활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었다. 온전히 홀로 있고 싶었던 갈망이 바다에 외로이 떠 있는 '마라도'로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마라도에 가도 별 감흥 없으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지만, 마라도 땅에 발을 딛는 순간 그 걱정은 사라지고 참 잘 왔다고 스스로 칭찬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바닷소리 외엔 그 어떤 소음도 들리지않는 곳, 온전히 자연과 하나 될 수 있는 장소라는 점에서 마라도는 매력적인 곳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지루하고 특별할 거 없는 그런 섬이 될 수도 있겠다.


마라도는 즐거움을 찾기 위해 오는 곳이 아니니 좀 더 여유와 느긋한 마음을 준비물로 삼아 가시라.

그렇다면 마라도는 짧지만 깊은 여운과 동시에 짙은 바다를 선물로 제공할 것이다. 아울러 고요한 바다와 작은 섬이 주는 한적함은 복잡한 도시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와 여유를 줄 것이다.


몇 안 되는 사진이지만, 마라도에서 담은 여유가 모두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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