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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CHOI May 09. 2024

내 사랑 햄버거


“햄버거는 참으로 귀엽다”     



친구한테 이 이야기를 했을 때 정말 웃긴 이야기라고 했다. 어떻게 햄버거를 귀엽다고 표현할 수 있냐며 별난 놈이라고 했다. 하지만, 난 햄버거를 정말 좋아한다. 사랑할 정도로 말이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모든 재료들이 다 들어가 있다.      


빵, 고기, 베이컨, 토마토, 로메인 상추, 치즈     


이 외에도 다양한 재료들을 버거 종류에 따라 추가할 수 있다. 아보카도 버거, 쉬림프 버거, 치킨 버거, 불고기 버거 등 이 얼마나 변화무쌍한가. 상황에 따라 사람의 취향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지나친 유연성을 보이는 음식으로써 독보적이지 않을까 싶다. 인생에 있어서 ‘유연성’과 ‘변화’를 중시하는 나로서 햄버거는 나와 결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겠다......     



#     햄버거 이야기


햄버거는 자신을 접시 위에 올리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이프로 자신을 자르는 행위는 자신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애초에 햄버거 본인은 빠르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두 손으로 자기를 잡는 것이 근본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람의 두 손으로 잡힐 때 마음의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할 정도니 더 이상 말 않겠다. 나이프로 잘리는 감촉이 너무 거칠어 자기를 막 다루는 기분이 든다며 최대한 손으로 잡아 줄 것을 정중히 요청했다.      


그리고 속 재료 중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주문 전에 미리 빼달라고 말하는 것이 자기를 향한 예의라고 말하기도 한다. 중간에 자기를 해체시켜 마음에 안 드는 속 재료를 빼는 행위는 본인이 벌거벗겨지는 기분이 든다며 매우 불쾌하다고 전했기 때문이다. 참으로 깐깐한 햄버거 놈이다. 


그만큼 햄버거는 본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 그 이유는 예전에 햄버거는 다양한 분야의 친구들이 하나가 되어야만 만들어진 존재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각 재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하나로 융합 되어야만 햄버거 본인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재료들의 노력과 단련이 없다면 햄버거는 이 세상에 나올 수 없다고 한 점에서 충분히 깐깐한 존재일 수밖에 없겠단 생각이 든다. 


아 그리고 햄버거가 특별히 강조해 준 부분은 본인을 먹을 때 인간의 원초적 느낌으로 한 입 크게 베어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자기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는데, 이 부분은 쉽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래서 좀 더 생각을 해봤다. 왜 햄버거는 그렇게 생각을 할까? 인간이 허기짐을 채우기 위한 본능으로 원초적 모습으로 자기를 한 입 크게 물 때 햄버거는 본인의 가치가 입증된다고 느끼는 것일까? 아님, 인간의 본성 날 것의 모습을 이끌어내기 위한 존재인가? 햄버거 따위에게 이런 철학적 질문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햄버거 주제에 어디서! 


아 마지막으로 햄버거는 주의해야 할 점 한 가지를 말해주었는데 그것은 짝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자기를 먹는 것을 최대한 지양해 달라는 것이었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먹게 되는 경우는 본인도 어쩔 수 없다고 했지만, 먼저 자기를 찾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라고 강조하였다. 


햄버거 본인은 가족과 그리고 매우 친한 친구, 부부에게 인기가 좋으며 최상의 기쁨을 줄 수 있다고 말하면서 아무튼 자세한 설명은 해주지 않았지만, 직접 경험해 보면 알 거라고, 그래서 실제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기에 썸 타는 여자와 햄버거를 먹어 보았다. 



그 여자는 다음 날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뭐가 마음에 안 든 것이었을까? 

햄버거 말을 들을 걸 그랬다. 


지난번 버거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 때 구석에서 우리를 째려봤던 놈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감자튀김', 기분 나쁘다는 눈빛으로 우리를 째려보고 있었다. 햄버거는 감튀에 대해서 항상 열등의식에 잠겨 있는 아이라고 설명해 줬다. 사람들은 햄버거만 집중하고 자기는 항상 뒷방 늙은이 취급당한다고 불평을 하고 다니는 인생이라고 표현했다. 햄버거는 감자튀김이 매사 저런 식이기 때문에 무시하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난 그러고 싶지 않았다. 감자튀김은 독립적 개체로써 정말 개성이 강하고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그때 햄버거에 열중한 나머지 감자튀김에겐 말을 걸지 않았는데, 


혹시 감자튀김의 저주였을까....


다음엔 감자튀김과 친해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전형적으로 햄버거가 본인을 존중해주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유형의 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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