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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CHOI May 20. 2024

초등학교 동창 친구들

사진 에세이


초등학교 6학년을 시작하자마자 전학 갔던 학교는 철산동 도덕초등학교였다. 1년이란 짧은 시간을 보냈지만, 운이 좋게 인연이란 고리가 두터워져 지금까지 계속 만나고 있다. 


초등학교 동창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던 공백기가 있었다. 대략적으로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까지 10년 정도의 공백 기간이 있었는데, 혼자 친구들 무리에서 빠져나온 거나 마찬가지였다. 중간에 물론 축구도 하고 만나긴 했지만, 한 발자국 떨어져 있는 상태로 친구들을 관망했던 그런 태도를 취했던 것 같다. 


중간에 친구들이 다시 나에게 연락도 해주고, 다시 나를 불러주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중요한 행사에 갔어야 했던 그 시기에 여러 상황이 겹치면서 참석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간다고 하면서 가지 못했던 상황이라 항상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을까 싶다. 


친구들과 잠시 공백기가 있었던 이유는 종교적인 이유와 불투명한 미래였다. 그리고 20대 초중반에 인생에 대한 여러 질문들이 스스로에게 있었다. 이 모든 것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미래에 대한 불안한 현실이 온몸을 때렸고 학업에 충실하지 못했던 초·중·고등학교 시절의 부족 부분을 빠른 시간 안에 채워야 했다. 모두와 출발했던 지점은 같았지만, 나는 느리게 달리고 있었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  


친구들이 싫었던 건 아니었다. 그들의 언행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단지, 나를 위해 잠시 한 발자국 뒤로 하게 된 것뿐이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지내고 하나하나 내 안의 질문들이 해결되어 가면서 초등학교 동창 친구들이 생각났다. 


오랜만에 다시 친구들 모임에 나갔다. 솔직히 두려움도 있었고,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초등학교 동창 친구들은 계속해서 관계를 해 오고 있었고, 더 많은 추억과 우정을 끈끈하게 쌓았기 때문에 잠시 집 나가 방황하고 돌아온 느낌의 나를 낯설게 생각하진 않을까, 더군다나 내가 관계를 멀리 했던 이유도 모른 채 섣부른 오해를 하고 있진 않을지 걱정이 컸었다. 모든 것은 내 불찰이었고 지난 과거가 후회가 되기도 했다. 너무나 오랜 시간을 통째로 날려먹은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없지 않은가, 수천 만 명 중에 누군가를 알고 지내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참으로 귀하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친구들은 아무도 나에게 왜 그랬는지 묻는 사람이 없었다. 개인적 이유가 있었겠지라고 지나갔을 수도 있고, 아니면 진짜 나에 대해 아무 생각 없다거나, 궁금해하지 않을 수도 있다(이게 더 크다고 본다).


그 누구도 묻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항상 만나왔던 것처럼 그냥 초등학교 때 지냈던 모습 그대로 서로를 대했다. 참으로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오랜 시간 알고 지낸 탓도 있겠지만 고맙고 감사한 인연이라는 것은 분명하고 확실한 것 같다. 현재 나의 인생이 빛난다고 할 순 없지만, 오랜 시간 모두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정신적이든, 경제적이든 그 어떤 것으로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말이다. (물론 나보다 다들 잘 살겠지만)


오늘 뭐 하고 놀까? 무슨 게임할까? 축구 언제 할까?로 시작한 관계에서 지금은 모두 결혼을 하고 어엿한 아빠들이 되었다. 가정을 책임져야 하는 이들의 질문과 대화는 명백한 아저씨들이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컸는지 모르겠다. 나의 마음은 아직 초등학생인데. 시간은 역시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토요일 날 모임에서 소소하지만 뚜렷한 행복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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