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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적인 절대반지

by 초이작가 Jan 31. 2025

최근 2~3년 전부터 '도파민 중독'이란 말이 번지기 시작했다. 쉽게 말하면 담배 중독이든, 게임 중독이든 특정한 행위에 대한 중독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이다. 인간은 대부분 크고 작게 일정 부분 특정한 행위와 생각에 중독돼 있다고 한다. 심지어 아침에 일어나서 체조-명상-양치-세수 루틴을 가진 사람도 이 루틴에 중독돼 있다는 것이다. 중독인지 아닌지 알기 위해서 늘 본인만의 루틴을 이행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상태를 보면 된다. 루틴대로 이행하지 않을 시 불안하고, 짜증 나고, 약간의 스트레스가 뒤따라오면 중독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중독은 오히려 삶의 균형과 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중독으로 좋은 중독이라 할 수 있다. 


나의 10대 시절 대부분의 학생들은 게임 중독이 큰 문제였다. 이것이 20대 중후반까지 이어지는데, 일정 기간 지나보면 어느새 게임을 하지 않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중독이 끊어진 거라고 생각이 들지만, 중독은 끊어진 게 아니다. 인간의 뇌는 참으로 기만적인 이유가 여기서 드러난다.  특정한 중독된 행위를 할 때 뇌는 그 시간에서 느껴지는 쾌락과 즐거움을 명확하게 기억한다고 한다. 그 기억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뇌는 절대 그 기억을 잊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뇌는 시간이 지나 오감을 자극하고 정신을 최상위로 끌어올린 쾌락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 내어 그것을 하라고 지시를 내린다.


계속해서 특정 쾌락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반복하게 될 시 뇌세포는 중독된 행위를 하는 그 순간을 정상적인 상태라고 인식을 한다고 한다. 오히려 중독 행위를 하지 않고 있는 그 시간을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라고 인식하면서 끊임없이 중독 행위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뇌세포가 우리의 몸과 정신을 기만하는 것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어떤 행위든 무언가에 중독돼 있다고 스스로 의식할 때 그때부터 중독은 더욱 집착스러워지고, 중독의 꽃은 만개한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이라고 어떤 의사는 표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과거에 행했던 특정 중독 행위를 하지 않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과연 중독이 끊어진 거라 할 수 있는 것인가? 뇌는 절대 중독을 놔주지 않는다고 한다. 특별히 어떤 한 개인이 본인의 중독된 행위를 끊어야 한다는 의식을 갖게 되면 중독의 속박에서 빠져나올 확률이 더욱 낮아진다고 하는데, 운 좋게 중독의 행위를 끊어낼 순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기존 중독의 행위가 빠져나간 그 빈자리를 다시 우리의 뇌는 다른 중독 행위로 채우라고 속삭이면서 대체 중독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대체 중독이 만약 전에 행했던 중독 행위보다 더 큰 쾌락과 흥분지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면  그 사람의 상태는 예전보다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반복적인 중독 행위는 뇌의 쾌락 중추와 관련된 부위만 자주 사용하게 되어, 사용되지 않는 뇌 부위는 점차 퇴화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배외측전두엽과 전대상피질의 부피가 줄어들어 문제 해결 능력과 집중력이 저하되고, 이해력과 기억력도 감소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특별히 중독 행위가 도덕 윤리 의식의 훼손을 불러일으키는 중독이라면 그 사람은 정신과 내면의 기능도 좋아지지 않는다고 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골룸은 절대 반지에 의해서 골룸화 되었다. 원래 인간이었지만 끊임없이 아름다운 말로 인간이었던 스미골을 유혹했던 절대 반지는 그를 괴물로 만들었다는 설정이다. 절대반지를 손에 쥐고만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인간 스미골은 결국 골룸으로 변했다.  아이러니하게 인간을 골룸으로 변화시켰던 힘은 절대반지를 손에 쥐고 있을 때 느꼈던 행복감과 안정감인데, 행복과 안정감을 손에 쥐고 있는 데 왜 괴물로 변하는 것인가, 애초에 절대반지는 파괴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반지였기 때문이다. 보기에 아름답지만 악으로 가득 차 있는 절대반지를 손에 쥐고 있는 자는 반드시 부패하며 무너져 갔다. 주인공 프로도도 절대 반지의 악함을 알고 있음에도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러한 절대 반지가 현대 사회에서도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손에 잡으면 참으로 행복하고 좋을 것이라고 우리를 유혹한다. 막상 잡게 되면 아무리 의지와 정신력이 좋은 사람일지라도 점진적으로 무너져가게 된다. 우리의 뇌가 절대반지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뇌는 중독된 행위를 이행하기 위해서 그 어떠한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정당성과 합리화를 만들어내 그 사람의 의식을 기만한다고 한다. 그리고 정신분석학자들은 이러한 중독된 사람들을 치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반지의 제왕 주인공 프로도를 끊임없이 서포트했던 샘이란 캐릭터가 있다. 반지 원정대 인물 중 가장 출신 성분이 낮았고, 보잘것없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샘은 악의 근원 절대반지를 파괴해야 한다는 일념 하에 주인공 프로도를 끝까지 보필한다. 반지의 유혹을 받지 않았을까? 소설 원작에선 샘이 반지의 유혹을 계속 받는 장면이 있다. 절대반지는 샘에게 반지를 손에 쥐게 되면 풍요로움을 주겠다고 거짓 약속을 했지만, 샘은 분에 넘치는 것보단 소박하게 내가 일굴 수 있는 것들만 있어도 행복하다고 받아치기도 한다.  올바른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끊임없는 뇌의 기만을 무시했던 것일까. 샘은 소설에서 가장 정신력이 강한 인물로 묘사되고 있지만, 그도 반지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단지, 절대반지를 파괴하겠단 목표가 그를 끝까지 걷게 한 것이다. 


골룸의 이간질로 인하여 프로도는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샘을 의심하기도 한다.  샘은 그런 자신을 의심하는 프로도를 보며 슬퍼하고 울면서 반지 원정에서 이탈하게 됐지만, 이 모든 상황이 골룸이 만들어낸 속임수임을 알게 되고 다시 프로도를 구하기 위해 나아간다. 중독을 견뎌내고 이겨내는 기간은 지독스러운 고통과 외로움의 시간이라고 한다. 뇌는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면서, 중독의 행위를 이행하라고 속삭인다. 그리고 인간은 이러한 거짓을 뿌리치면서 고통과 외로움의 기간을 견뎌야 하지만, 대부분 그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중독 상태로 빠지게 된다. 올바른 목표가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지 못해서이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반지원정대의 길을 걷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인간이 뇌의 기만을 피한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절대반지가 나쁘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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