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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CHOI Apr 05. 2024

경복궁 : 첫사랑의 기억

사진 에세이



첫사랑의 기억



잊을 수 없는 2009년 10월 23일 금요일


낙엽의 떨어짐으로 시작한 가을의 자태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때였다. 저녁을 먹고 우린 경복궁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이란 것을 한 날, 나보다 3살 어린 그녀의 미소는 세상 누구의 미소보다 가장  아름다웠다. 그 미소를 독차지하고 싶은 열망의 크기가 너무나도 컸다.


을씨년스러운 가을 안 경복궁에서 그녀에게 좋아한다고 이야기했다.


5초간 아무 말 없던 그녀의 입 끝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너무나 두려웠던 찰나,

아무 말 없이 그녀는 나의 손을 잡았다.


세상이 새롭게 전환되는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느꼈던 감정이었다.











우리의 사랑은 결국 오래전에 끝이 났지만, 나는 너를 잊지 않을 것이다.


너의 인생을 열렬히 축복하고 응원할 것이다. 한때 나를 사랑해 주고 좋아해 준 마음에 대한 갚음이다.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20대 청춘이 나에게도 있었음을 선사한 너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혹여나 세월의 힘으로 나와의 시간을 망각했다 한들 상관없다. 나는 너를 기억할 것이다.


영겁의 시간 안에서 간혹 그곳을 가게 된다면, 짧게라도 좋으니 그때 나와의 기억을 떠올려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기억이 기분 좋은 향수를 자아내는 추억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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