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남해대교를 건너는 남해섬사람들, 그곳을 찾는 전국의 방문객들은 다리를 보며 장엄함을 느꼈다. 그것은 현수교, 즉 줄(케이블)로 그 육중하고 긴 교량을 산뜻하게 지탱하는 외형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동양의 작은 개발도상국이 육지와 섬을 잇는 '현수교'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기존의 인식에 대한 도전"에 대한 존중에서 나오는 감정이 크다.
2018년에 개통된 노량대교는 더욱 뛰어난 우리의 기술력으로 주탑에 경사를 주고 3차원 케이블 확장 공법으로 바다에 주탑을 세우지 않고 육지에 세워 다리를 건설할 수 있었다. 노량대교를 보면서도 장엄함을 느끼지만 "기존의 인식에 대한 도전"이라는 면이 1970년대 남해대교를 만들 때보다는 덜하다.
1975년 남해대교 곁에서 대교를 기념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건축한 남해각 휴게소를 2020년에 재생하며 개관전시 주제로 잡은 것이 '남해각 일상의 역사'이다.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 개발 사업을 추진할 때 소재로 삼는 것이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 '스펙터클한 자연경관', '마스터피스'이다. 남해각이라는 유휴공간 재생사업은 여기서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소재로 삼았다. 그 일상의 예술적 표현으로 이곳을 찾는 여러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 몰입과 휴식"을 주겠다는 목표로 기획한 것이다. 지역의 개발 사업 아이템은 "위대해야" 한다는 인식에 대하여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소재로 해보겠다는 "기존의 인식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남해각이라는 건축물 재생에 이어 남해대교라는 교량을 차가 아닌 사람들이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는 다리로 재생하기 위한 기획도 시작하였다. 남해각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이야기에서 시작하기 위해 남해섬사람들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온 오프라인 설문조사도 열었다. 규모와 상징성을 봤을 때 남해대교는 남해 사람들 전체가 참여해 자유로운 다리로 만들어 가야 한다.
행정과 전문가 그룹만 참여해 추진할 것이 아니라 진짜로 여러 사람들이 남해대교 리디자인에 참여해 "어디 잘하나 보자"가 아니라 "우리가 사는 곳은 우리가 만들어 간다는 즐거움과 책임감"으로 발굴-기록-상품-서비스-발신에 모두 참여해야 한다. 우리의 일상이라는 소재를 우리가 만들어가겠다는 방법으로 지역을 바라보는 기존 인식에 대한 도전을 해보자. 이런 도전이 거대하고 위대한 이미지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장엄함'을 불러일으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