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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용 Apr 10. 2021

염원을 모아 미조

space mijo

이제 겨우 불 하나 밝혔다.

600평의 공간에 새로운 기능이 부여된 여러 실들이 마련되었고 그곳을 채워나갈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또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방마다 불을 밝힐 것이다. 미조 냉동공장과 미조마을 그리고 남해라는 지역이 다시 일어나길 바라며 mijo의 m자를 상승하는 이미지로  미조 냉동공장의 상징적 오브제인 열교환기(냉동장치)의 모습을 로고로 만들었다. 

space mijo

로고를 가로 4 m50 cm 스테인리스 간판으로  제작하였다. 크지만 무거운 인식을 주지 않고 건물에 가볍게 내려앉은 새의 형상(조도)을 바랐기에 까치발 스카시로 제작하고 뒷부분에 LED 조명을 라인 따라 붙였다. 떨어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설치하는 모습을 봤다. 작업자분들이 안정적이게 설치를 한 후 크레인을 다시 움직이며 간판 전체를 걸레 여러 장으로 닦는 모습을 봤다. 비닐로 포장해와서 로고 간판은 깔끔했는데 설치를 마치고 비닐을 걷어내고 다시 크레인을 움직이며 간판을 닦아내는 모습에 여러 사람들의 염원으로 이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스페이스 미조의 재생을 위해 선택과 제안을 반복하며 여러 날을 지새웠을 모든 관계자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기능을 다하고 방치된 냉동공장을 다른 기능으로 살려보자는 주무관의 기획, 그것의 실현 가능성과 방향을 설정하는 연구자들의 기획, 그런 생각과 글들을 시각적 디자인으로 만들어 내는 건축가, 디자인을 실물로 만들어내는 시공자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지원하고 변수들을 해결해가는 남해군 주무부서 팀원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롭게 부여되는 생소한 기능을 수용하고 더디게 진행되는 공사를 묵묵히 지켜봐 준 미조마을 주민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염원과 인내가 녹아있나.


최정화 작가님과 전시 준비를 하며 "사람들의 염원을 모으는 힘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작품이라는 최종적인 결과물보다는 염원을 모아 만들어가는 과정이 작품이었다. 그을음이 잔뜩 긴 냄비나 프라이팬, 바닷가에 떠내려온 스티로폼, 삭아 버린 부표, 누군가의 혼수였을 무겁디 무거운 솜이불. 현장의 여러 사람들이 오랫동안 맛있게 사용하다가 새로운 것에 의해 버려지는 것들을 끄집어내는 작가를 도왔다. 그들도 아마 한 때 맛있게 사용하다가 시대의 변화로 방치되어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 그리고 그것이 쓸모 있게 다시 태어난다고 하는 것에 대한 기대감에 그런 호의를 베풀었을 것이다. 


스페이스 미조는 사람들의 염원이 모이는 공간이고 그들의 염원이 또한 더디지만 실현되는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 미륵이 도운 미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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