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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용 Aug 21. 2021

생활 재생

돌창고 곁에 자리 잡고 있는 가나석재팀은 이웃으로만 있다가 [남해 돌창고]와 [애매하우스] 사이 오시다 파크 돌담을 쌓으면서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남해 돌창고 돌담

이어서 남해각 '건축가의 정원'을 조성하며 황토 방수와 바닥돌 시공을 하며 두 번째 작업을 함께 했다. 남해각 건축가의 정원은 레인가든의 원리처럼 비가 올 때 물이 고여 있다가 자연스럽게 증발되거나 배수되는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했다. 방수포 시공으로는 구현할 수 없었는데 황토 방수를 제안해 주어서 물이 어느 정도 고여 있으면서 천천히 빠질 수 있었다. 

남해각 건축가의 정원

2021년 올해에는 시문 마을 보건소 재생을 하며 남해 돌창고와 애매하우스 조경을 전체적으로 손봤다.

시문 보건소 -> 스튜디오 마당 조경

돌창고가 쌀을 보관했던 창고였기에 3년전에 이팝나무를 심어 키웠는데 나무에 상처가 생기면서 수분을 끌어올리지 못해 죽어가고 있었다. 

오시다 파크의 이팝나무

그래서 이팝나무를 없애고 남해에서 가로수로 심을 만큼 풍토에 맞는 후박나무와 동백나무를 새로 심었다.

오시다 파크의 동백나무와 후박나무들

그렇게 공사를 잘 마무리하고 가나석재팀 사무실을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오시다 파크에 있던 죽어가는 이팝나무와 소철이 모두 사무실 앞에서 조금씩 생기를 되찾아 가고 있었다. 돌창고 내부에 있던 콘크리트 수로관도 앉을 수 있도록 활용하고 있었다. 


"한 번 살려볼 테니 살아나면 다시 옮겨가 심어 보게요."


이팝나무
소철
소철 뿌리에서 자라난 어린 소철들을 이식

양곡창고와 마늘 창고, 보건소를 재생한 [남해 돌창고]가 재생공간이 아니라 가나석재 사무실 앞이 재생공간이었다. 생각해 보니 가나석재팀은 항상 공구나 장비를 새로 구입하지 말고 본인 작업장에서 빌려 쓰라고 했다. 자주 쓰진 않지만 한 번씩 꼭 필요한 사다리, 고압호수, 잔디깎기, 구르마, 타카.


오래되고 낡은 것에서 아름다움과 기능적 견고함을 발견하여 창고, 휴게소, 냉동공장, 보건소를 재생했다. 그러나 여전히 본인은 새로 사는 물건을 좋아하고 필요 없는 물건은 잘 버린다. 가나석재팀의 태도를 보며 본인 역시 '유행처럼 버려진 공간 재생을 외치고 소비하고 있지 않나' 하는 부끄러움이 들었다. '생활 속에서 재생. 재사용, 재순환, 공유'를 실천해야겠다. 실력 좋은 작업자가 이웃에 있어서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삶의 고수를 곁에서 보며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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