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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용 Sep 05. 2021

옆집 스튜디오

2021년 돌창고 옆집 시문 마을 보건소를 스튜디오로 재생하였다. 이 건물은 1984년 3월 1일 우리 마을 보건소로 신축하여 16년을 잘 활용하다가 다른 장소에 보건소를 신축하면서 유휴화 되었다. 그러다 약간의 수리를 거쳐 2000년 5월 8일 일반 주택으로 증축하여 사용하였다. 그 집에 2019년까지 살던 분이 [남해 돌창고] 카페 [애매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 박성순 어머님이다. 우리 팀은 아직도 옆집 어머님이라고 부른다. 어머님은 작년에 아랫마을에 멋진 집을 지어 아버님과 함께 이사를 갔다.

스튜디오 키친

스튜디오 공간 중 가장 늦게 부엌이 완성되었고 싱크대를 설치하자마자 어머님을 불러서 보여드렸다. 그 전에도 이 공간은 어머님의 부엌이었다. 어머님은 "좋게 했다. 좋게 했다"를 연발하셨다. 그러다 갑자기 "여기서 어찌 살았을꼬, 그래도 다시 살라면 살겠지" 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건물을 리노베이션 하다 보니 비가 조금씩 스며들고 있었고 상하수도 배관도 좋지 않았다. 단열은 거의 제로 상태였다. 

어머님의 두 따님들도 놀러 왔다. 이곳은 "엄마 아빠 방, 할머니 방, 언니 방, 창고 방"이라고 하며 이곳저곳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마당의 개집과 개 이름, 창고와 그 창고에 보관했던 물건, 그리고 옥상과 물탱크, 여름날 평상에서 자던 기억이 흘러나왔다. 신발을 신고 들어오는 곳이라고 여러 번 말했는데도 두 따님들은 신발을 벗고 들어왔다. 역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돌창고를 시작하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하찮은 슬픔이 찾아올 때 거짓말 같이 옆집 어머님에게 전화가 왔다. 


"밥 먹으러 오이라." 


아버님이 종종 낚시를 해오면 항상 본인을 불러서 회와 탕을 끓여 밥을 주었다. 그 밥과 소주 한 잔에 불안한 미래와 하루의 고됨이 사라졌다. 그 힘으로 지역에서 지금까지 즐겁게 여러 프로젝트를 해나가고 있다. 그렇게 자주 들락거리며 앉아서 밥을 먹던 거실은 이제 스튜디오 미팅룸이 되었다. 그 회와 탕 그리고 밑반찬을 만들던 부엌은 이제 [남해 돌창고] 카페 [애매하우스]의 메뉴를 개발하는 연구실이자 함께 작업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작가와 디자이너들의 부엌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그러기 전에 어머님과 아버님을 초대해 이곳에서 밥 한 끼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 붙여놓고 다시 우리의 이야기를 쌓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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