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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용 Oct 02. 2021

지네가 물었어

스기하라 유타와 함께

아침 8시면 어김없이 스기하라 유타와 화면으로 만난다. 업무 이야기를 나눈 후 눈이 좋은 유타의 질문,


"오늘 기분 안 좋아?"


올해는 돌창고라는 문화공간 운영사에서 기획사로 체질을 변화시키는 시기이며 추진했던 일 년 농사를 사람들에게 평가받는 시기이기에 아침이 무섭다. 모두가 고생하고 있는데 나약한 모습이 얼굴에 드러났다는 부끄러운 마음에 둘러댄 말이


"어젯밤 지네가 물었어."


어젯밤 느지막이 이불에 파고들어 잠을 청하려는 순간 엄지발가락에 깜짝 놀랄 만큼의 통증이 왔고 얼른 불을 켜며 이불을 걷어내니 지네가 걸레받이 틈 사이로 들어가고 있었다. 찌릿한 통증이 꽤 오래갔고 마음도 심란한데 예상치 못한 통증이 오니 괜히 부아가 올랐다. 그날 오후에는 심포지엄도 있었기에 좋은 얼굴에 좋은 목소리 그리고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 하는 날이었다. 그런 날인데 아침까지 좋지 못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유타가 웃으며 말했다.


"안 좋은 것 지네가 다 가져가 버렸네!"


위기가 없었던 순간은 없었다. 좌절하거나 약해지려 할 때 항상 주위에서 날 살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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