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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용 Oct 08. 2021

당신이 남해에 심는 문화의 씨앗

돌창고

돌창고, 지역의 유휴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재생

남해가 섬이던 시절 돌창고는 양곡과 비료를 보관하기 위해 건축한 공공 창고입니다. 섬이라 곡식과 비료가 귀했는데 그 귀한 것을 보관하기 위해 가장 튼튼한 재료인 돌로 창고를 지었습니다. 다리가 놓이고 철근콘크리트가 보편화되면서 신식 창고를 짓고 양곡과 비료를 배달할 수 있는 교통이 발달하면서 돌창고는 유휴화 되었습니다. 그렇게 유휴화 된 돌창고를 리노베이션 하여 미술전시와 음악공연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재생하였습니다.


공간을 통한 지역문화 브랜딩

2016년부터 3년간은 도시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젊은 창작자들의 미술전시를 열었고 홍대의 인디즈 그룹을 초청하여 음악공연을 열었습니다. 한 3년을 해보니 결국은 전시와 공연이 끝나면 도시에서 온 창작자들은 떠났고 프로젝트가 계속 쌓이며 성장해 나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돌창고는 입소문이 나며 방문객이 늘어나는데 내부 프로그램은 하나의 이벤트로 휘발되어버린다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걸 극복하려면 떠나지 않고 남해에 살아가고 있는 창작자들이 참여해야 매년 프로그램이 적층 되며 퀄리티가 올라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남해를 찾는 도시의 방문객들도 ‘남해化된 도시의 문화’가 아니라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남해의 고유한 문화를 찾을 것이다 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남해의 근대건축물인 돌창고에서 남해의 자원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을 연출하면 방문객들은 그 공간에 들어가 남해의 문화를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남해 보호수’ 미술전시와 ‘남해소리’ 음악공연 프로그램을 시작하였습니다. 


10년 장기 프로젝트, 남해 보호수

남해군은 수령이 오래되고 동종의 나무보다 큰 노거수 31그루를 보호수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습니다. 남해가 바닷가 섬이었기에 풍어와 안녕을 기원하기 위한 신목과 당산목, 바닷바람을 막아줄 방풍림의 역할을 할 나무들이 필요했기 때문에 노거수가 많습니다. 500년 전 조선시대에 심어진 나무가 현재에도 마을 사람들이 기원하는 제단, 당산나무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여름날에는 마을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자나무의 역할도 합니다. 500년 전의 생물이 현재까지 살아 마을 공동체 유지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남해의 보호수는 생태적 가치와 인문적 가치가 결합된 남해의 경관 자원인 것입니다.

남해의 경관자원인 보호수를 소재로 10년 동안 매년 주제를 정하여 미술전시를 여는 것이 남해 보호수 프로젝트입니다.


보호수 프로젝트의 과정

첫 단계는 아카이빙 단계로 남해의 31그루 보호수를 답사하며 마을 주민들에게 이야기를 발굴하여 사진과 함께 기록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출판입니다. 이야기와 사진에 일러스트를 추가하여 책으로 제작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전시입니다. 미술 작가를 선정한 후 보호수 책을 전달하여 그것을 해석한 작품을 제작하여 돌창고에서 전시를 합니다.


 마을의 수호자: 남해 보호수 프로젝트2020

보호수가 가지는 원초적 기능. 공동체의 바람을 대자연에게 전해주는 연결자이며 강한 대자연으로부터 약한 인간을 보호해 주는 수호자라는 기획으로 <마을의 수호자: 남해 보호수 프로젝트2020> 전시를 열었습니다. 남해 보호수 이야기를 일러스트와 함께 표현한 그래픽과 보호수를 상징하는 나뭇가지 600개를 모아 구축적으로 조립한 거대한 작품을 돌창고 내부에 설치하였습니다. 그리고 보호수는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이니 그 마을에서 인간으로 가장 연장자인 어르신 얼굴을 초상화로 그려 함께 연출하였습니다.


보호수, 와: 남해 보호수 프로젝트2021

2021년에는 이제 사람들이 보호수가 소재한 마을을 직접 찾아가 여행을 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보호수는 거대한 생명체 이면서 공동체를 품어주는 하나의 ‘장소’입니다. 보호수는 마을의 당산나무로 휴식, 놀이, 제의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던 장소입니다. 여러 주체와 세대들이 보호수 아래에 다시 모여 휴식과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미술작품을 보호수와 마을 숲, 야외에 설치하였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호수를 찾아가는 길에 만나는 남해의 풍경들 그리고 관광지가 아닌 마을 깊숙이 들어가 마을을 살피며 마을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느끼도록 했습니다. 보호수로 여행을 가서 휴식과 놀이하기를 제안하고 마을 공동체 유지의 메인 공간이었던 보호수의 장소성을 사람들이 찾음으로써 회복하자는 기획인 것입니다. 

돌창고에서는 보호수에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나무의 매력적인 사진을 전시하고 보호수 여행에서 받은 감상을 담은 회화를 놓고 보호수 여행 지도를 연출하였습니다. 

즉 돌창고 전시장은 보호수 여행자 안내센터의 기능을 하여 실제 보호수로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정보와 매력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보호수, 와>는 보호수로 오세요(come)과 함께(with)의 의미를 담은 전시 타이틀입니다.


프로젝트 멤버 구성

2030년까지 10년 동안 진행하는 보호수 프로젝트는 공모사업에 선정되지 않더라도 매년 운영할 수 있는 내부적 힘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 지역 내 창작팀이 성장하고 지역민은 그것을 받아주고 지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한 편으로는 지역 바깥 외부세계에 프로젝트를 알려 콘텐츠의 상품성을 갖춰야 합니다. 그래서 도시에서 활동하는 영향력 있는 창작팀도 필요합니다. 보호수 프로젝트에는 3개의 주체로 멤버를 구성합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창작팀+지역에서 살아가는 젊은 주민+도시에서 활동하는 창작팀

도시에서 활동하는 창작팀은 이름 있는 아티스트를 섭외하여 보호수를 주제로 하는 대표 작품을 만들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창작팀도 전시에 참여하여 작품을 만듭니다. 그리고 지역에서 살아가는 젊은 주민은 이름 있는 아티스트의 작품을 만들 때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하여 작품 제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이렇게 하여 지역의 창작팀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지역에서 살아가는 젊은 주민들은 낯선 아트 프로젝트에 열린 마음을 갖고 받아주고 도와주는 태도를 갖게 됩니다. 매년 이런 방식으로 쌓아가다 보면 10년 후에는 도시의 유명 아티스트 도움 없이도 지역의 창작팀과 주민 그리고 기획팀이 퀄리티 있는 작품과 전시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단위별 홍보 방식

보호수 프로젝트는 현장-지역-전국이라는 단위를 설정 한 후 홍보방식에 변화를 줍니다.

현장-남해 돌창고와 카페에서 보호수 포스터, 팸플릿, 여행지도를 비치하고 배포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근무하는 팀원들이 방문객들에게 면대면으로 전시와 프로젝트 내용을 안내합니다. 카페 테이블 위에는 보호수 전시 만족도 서베이를 하는 구글 QR코드를 놓고 서베이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돌창고 로고가 새겨진 연필을 두 자루 드립니다. 그렇게 하면 연필을 받기 위해서라도 전시 팸플릿이라도 읽어보고 전시장도 구경합니다. 

지역- 남해에는 여행객이 즐겨 찾는 공간들이 있습니다. 편집숍, 카페, 문화공간, 식당. 그곳에 보호수 포스터와 팸플릿 여행 지도를 비치합니다. 그리고 보호수 프로젝트 다큐 영상을 만들어 서부경남 지역 방송사인 서경방송에 송출합니다. 남해의 언론사 3곳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경남도민일보와 경남신문과도 인터뷰를 진행하여 보도합니다.


디자인과 미술을 주제로 하는 대중적인 온라인 플랫폼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디자인프레스인데 이곳에 보호수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이 사이트뿐만 아니라 미술을 주제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전시소식을 올려 지역 밖으로 프로젝트를 발신합니다. 아울러 남해에 20~30대 여성층이 좋아하는 숙박 프로모션을 진행하는데 31개 보호수 중 하나를 골라 그 앞에서 사진을 찍어 헤시 태그를 달아 SNS에 올리면 전시작가가 사진을 골라 숙박권을 주는 것입니다. 숙박업소에서도 무료로 숙박권을 제공하는데 그들 입장에서도 좋은 취지의 전시에 자신들의 숙박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남해소리 프로젝트

Sugihara Yuta

남해소리 프로젝트는 남해에 잠든 소리를 한·일 음악가와 함께 발굴하여 현대에 살아가는 남해 사람들한테 환원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남해 어르신 분들을 찾아가면서 옛날에 부르던 노래, 유희요부터 노동요까지 여러 소리를 발굴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담긴 남해 사람의 삶을 남해 돌창고는 보존하고 현대인들에게 전달합니다. 한국과 일본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프로젝트로 진행하는데 남해라는 지역을 세계로 알리고자 하는 목적이 있습니다.


프로젝트 과정

아카이브

음악가들과 함께 마을 어르신을 찾아가서 대화를 나누며 함께 노는 것으로 리서치는 시작합니다. 동시에 남해토속 민요에 대한 논문이나 책을 찾아서 어떤 소리가 존재했는지 미리 공부합니다. 어르신과 놀면서 기억을 끄집어내 우리가 찾는 남해 만의 아이덴티티가 담겨 있는 소리를 발굴합니다. 처음부터 소리에 대해서 물어봐도 어르신들은 모른다고 하고 그래서 우선 같이 노래하고 놀면서 조금씩 어르신한테 자연스럽게 소리에 대한 기억이 나오는 걸 기다리는 것이 이 프로젝트 리서치입니다. 녹음기나 마이크보다 장구를 가져가야 됩니다.


음원과 영상제작

제작 흐름은 한국 편곡자가 기본 프레임을 만들고 일본 음악가에게 공유하고 일본에서 가 녹음을 해서 한국으로 다시 보내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일본에서 본 녹음, 그다음에 한국팀이 본 녹음 합니다. 음원을 만들고 메이킹 필름 영상을 만듭니다. 음원과 영상이 함께 온라인으로 퍼져야 잘 되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음악공연

남해 삼동면, 이동면, 미조면에서 금산허리, 가래소리, 장모타령, 상여소리, 멸치터는 소리를 만났습니다. 2019년에는 이 곡을 편곡하며 한국와 일본의 전통음악 레퍼토리를 구성해 돌창고 마을에서 공연을 열었습니다. 


앨범제작

2020년에는 발굴한 곡 중에서 금산허리, 장모타령 2곡을 편곡하여 음원으로 제작하였습니다. 올 해 여름에 소리꾼과 가야금 연주자가 남해를 방문 미조 지역에서 어부들의 노동요인 멸치 터는 소리를 만났습니다. 작년에 만든 두 곡과 올해 만난 소리를 합쳐 남해소리 첫 앨범을 가을에 발표합니다. 음악 프로젝트의 큰 특징은 음악가 자체가 작품으로 그들의 공연에서 남해소리를 부르고 앨범을 나누며 이 프로젝트를 전파시킬 수 있습니다. 


- 앨범 구성 -

(1) (도입 섬과 바다) - 바다 소리부터 시작하는 가래소리 - 차분하게 짧은 곡

(2) (삶 노동) - (1)의 이어서 어부들이 활발하게 일은 하는 모습, 멸치 터는 소리. 

※가사보다 대사나 추임새로 구성

(3) (삶) - 장모라는 존재를 주제로 부른 삶의 이야기 장모타령 - dance music

(4) (새로운 출발) - (가제목)남해 대교 타령 (창작곡이고 가사는 거의 없어도 되고 연주 세션으로 남해대교가 개통했을 때의 축제를 상상 시키는 신나는 소리) - dance music

(5) (고향) - 남해 창가인 금산허리 - ballad
 

월드뮤직

한국의 문화를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세계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현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한국의 국악인이나 아티스트만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의 아티스트를 참여시키며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국내에서 국외로 넓힐 수 있습니다. 음악이나 예술이라는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세계 진출을 쉽게 할 수 있게 합니다. 남해소리 프로젝트는 남해라는 지역의 문화를 보존하면서 동시에 그 매력을 해외에 알리고 남해와 한국을 세계에 홍보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남해소리를 음악 장르로 분류하면 월드뮤직입니다. 앞으로 여러 나라에 월드 뮤직 페스티벌에 남해소리팀이 진출하고자 기회를 만들며 네트워킹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나라의 음악가들, 특히 현대음악과 전통음악을 오가는 음악가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소리를 통해 과거의 삶을 찾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소리가 가진 그 나라만의 음악성을 여러 나라 음악가와 함께 해석을 해 나갑니다. 남해소리는 토속문화의 보존과 지역의 문화를 풍부하게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지역문화 브랜딩 시스템

남해 보호수와 남해소리 프로젝트는 돌창고가 행하는 3단계의 지역문화 브랜딩 시스템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 단계는 Archive입니다. 보호수가 소재한 마을을 찾아다니며 지역주민을 인터뷰하고 노동요, 유희요, 시집살이요, 의식요를 한다는 어르신을 수소문하여 찾아가 인터뷰를 합니다. 그리고 남해전승민요를 연구한 서적과 전국의 보호수를 연구한 책들을 아카이빙 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Design입니다. 일종의 정보를 재구성하여 시각화하는 단계입니다. 보호수의 이야기 자원, 지리정보, 시각자료를 재구성하여 책을 만들고 웹페이지를 제작합니다. 남해소리는 음원을 포함한 영상을 만들고 앨범을 제작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Performance 단계입니다. 사람들에게 예술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보호수 미술전시, 남해소리 음악공연, 관련 워크숍과 이벤트가 이 단계에 해당됩니다. 이 세 단계는 매년 순환하며 추가적으로 아카이브하고 증보판을 만들고 영상을 업데이트하며 디자인을 하고 그 업데이트된 정보를 바탕으로 퍼포먼스를 합니다.


당신이 남해에 심는 문화의 씨앗

남해 돌창고의 슬로건은 “당신이 남해에 심는 문화의 씨앗”입니다. 남해 보호수나 남해소리와 같은 지역의 소재로 창작을 하는 ‘작가와 디자이너’들은 창작을 통해 지역에 문화의 씨앗을 심는 행위자 들입니다. 지역에서 살아가는 주민들 역시 과거의 기억과 이야기를 증언하고 창작자들의 미술작품과 음악공연에 참여합니다. 이 것 역시 ‘전승’을 통해 지역에 문화의 씨앗을 뿌리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창작물을 향유하는 향유자들. 그들이 미술전시와 공연을 관람하는 소비행위는 지역의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문화가 유지 전승 발전할 수 있는 씨앗을 뿌리는 행위인 것입니다. 이처럼 남해 돌창고를 경험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의 행위를 통해 지역에 문화의 씨앗을 심는 경험을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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