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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용 Jan 22. 2022

읽을거리, 볼거리, 살거리

돌창고

돌창고 스튜디오

"읽을거리는 많은데 볼거리는 없어요." 돌창고를 사랑하는 후배의 조언이다. 사람으로 치면 '아는 건 많은데 매력은 없는 사람'이다. 


매년 1~2권씩 지역의 잊혀져가는 이야기를 아카이빙 한 책을 출판하고, 문화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도 하다 보니 읽을거리는 계속 쌓여만 간다. 미술전시, 음악공연, 애매살롱(애매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모임)과 같은 강연회가 볼거리인데 음악공연도 안 하고 애매살롱도 안 하니 미술전시가 없는 기간에는 볼거리가 없다.


게다가 돌창고 주위로 공간이 확장되었다. 전시 및 공연장인 돌창고 건물, 카페와 레지던스 건물, 스튜디오 건물까지. 이와 함께 외부공간으로 카페와 스튜디오 사이의 골목, 전시장과 카페 사이 포켓파크인 오시다 파크, 스튜디오의 텃밭과 마당. 건물 뒤편 시금치 밭과 인접한 통로까지. 이렇게 확장된 내외부 공간이 요소요소 재미가 있고 그 요소들을 찬찬히 봤을 때 하나로 보이는 전체상이 그려져야 하는데 모두 따로 놀고 있다. 


돌창고는 미셸 푸코의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라는 공간 개념으로 기획하였다. 헤테로토피아는 "소설적 공간, 현실적인 동시에 신화적인 공간, 과거의 공간인데 현재와 섞여 있고, 실재 공간이면서 실재하지 않는 공간"이다. 돌창고는 1960년대 건축한 과거 공간인데 현대미술이 꽉 차 있거나. 돌창고라는 공간은 실재한 건축물이었지만 유휴공간으로 방치되어 여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잊혀진 실재하지 않은 공간이거나. 지금 가장 실험적인 현대미술이 꽉 차 있거나. 이런 것들이 중첩되어 있고 섞여 있는 공간을 생각하며 돌창고 공간을 구성했다.


전시장-스튜디오-카페 그리고 외부공간을 "걷는 듯 천천히" 경험할 수 있도록 조경과 앉을자리, 사이니지 디자인으로 만들어가야겠다. 올해는 2년간 멈춘 애매살롱과 음악공연도 다시 시작해야겠다. 


2016년에 시작한 돌창고는 2022년 어느새 7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최소 10년은 하겠다고 했고 그 반을 넘었다.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읽을거리, 볼거리, 먹거리가 균형을 이루고 결국 그 세 가지가 지역에서 매력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살거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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