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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용 Feb 02. 2022

관광 인프라는 생활 인프라

해저터널과 남해대교

통영 해저터널

통영 해저터널은 통영과 미륵도를 잇는 터널로 1931년 7월 26일에 착공하여 1932년 11월 20일 1년 4개월 만에 완공한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이다.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일본은 식민지 경영을 위해 오카야마현의 어민들을 통영과 미륵도로 이주시켜 오카야마 촌(岡山村)을 조성했다. 일본 어민들이 물고기 떼를 쫓아 빠르게 이동할 필요가 있었는데 미륵도와 통영 사이의 해협이 너무 좁아 미륵도를 빙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컸다. 그래서 통영운하를 만들고 운하를 건너 다닐 수단으로 해저터널을 만들었다. 

그렇게 하여 사람, 자동차, 우마차, 가마가 손쉽게 통영과 미륵도를 오갔다. 그러다 1967년 충무교가 놓이면서 해저터널에 차량통행은 하지 않고 사람들만 오가고 있다. 남해대교 역시 1972년 6월 22일 일본의 기술과 현대건설의 시공으로 개통하였고, 47년 후 바로 곁에 4차선 노량대교가 놓이면서 주로 그곳으로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 남해대교는 2025년까지 차량통행은 하지 않고 사람이 걷는 도보 다리 전환을 중심으로 하는 '남해대교 관광자원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통영 해저터널에는 장 보따리를 들고 걸어가는 할머니, 자전거를 타고 운동하는 아저씨, 갓길 턱 위로 뛰어가는 아이들, 셀카를 찍는 연인들이 모두 섞여 있다. 통영에 사는 사람들과 도시에서 구경 온 사람들이 섞여 있는 것이다. 통영 해저터널은 2005년 문화재청 등록문화재에 등재된 관광인프라 이면서 현재 통영시민이 장을 보거나 운동을 하며 오고 가는 생활 인프라 이기도 하다. 지역민도 애용하고 여행객도 방문하는 곳인 것이다.


통영 해저터널은 육지 쪽과 미륵도 쪽의 각각 해안도로와 산책길을 잇고 있으며 이 길은 도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해저터널을 관람하기 위해 갔다가 보고 되돌아오는 길이 아닌 양쪽의 해안도로와 산책길 따라 이어오고 갈 수 있다. 그래서 지역민은 운동하는 길로 활용하고 여행객은 관광하는 길로 이용한다. 또한 해저터널은 480m로 길지 않지만 수직적으로 깊어지며 곡선으로 휘어져 입구에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결과가 예상되지 않는다. 점점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맛이 있고 다시 저 빛을 따라 육지로 올라가는 기분이 든다. 


우리가 관광객만을 주 타깃으로 하는 식당이 아닌 지역민들이 매일 가는 식당을 찾아가듯 관광인프라는 생활인프라와 맞닿아 있을 때 풍요로워지고 지속 가능하다. 도시에 살든 지역에 살든 사람의 마음은 모두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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