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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용 Feb 13. 2022

전승과 창작을 통한 보존

남해 고현면 집들이굿놀음

남해 고현 집들이굿놀음 보존회

마을 이웃이 새 집을 지으면 당산나무와 우물(새미)에 祭를 지내고, 새 집에 家神을 모시고 복을 빌어주며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노는데 이것이 '집들이 굿놀음'이다. 두꺼비의 모습을 한 '業 karma'라는 기운을 집 곳간에 안착시키기 위해 업잽이와 포수가 어르고 달래고 꼬시며 진행하는 극적 요소도 있고, 풍물 음악도 있고, 당산나무, 새미에 지내는 祭儀 도 있고 모두 모여 노는 잔치판도 있는 종합 선물세트 같은 마을 놀이 문화다.


요즘은 집을 새로 지어도 이런 거창한 집들이 풍습은 없으니 이런 놀이는 점점 사라져 갔고 보존을 위해 하나의 공연 형태로 유지 전승하고 있다. 마을 전체를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놀이를 공연으로 만들다 보니 소품으로 당산나무, 우물, 집도 만들어야 한다. 마을 사람들도 등장해야 하니 60여 명 정도가 공연에 참여한다. 이러니 소품차만 오 톤 트럭 한 대, 사람만 관광버스 두 대가 움직이는 대규모 공연팀이다. 온 마을 사람들이 집들이 놀이를 하는 풍습이 사라졌기에 지역축제나 행사에 초청을 받아 공연으로 유지 전승하는데 덩치가 큰 공연이라 공연 횟수도 줄어만 간다.

보존회원들과 연희팀

도시에서 활동하는 연희팀에서 '집'을 주제로 한 창작극 기획을 위해 집들이 굿놀음 보존회를 찾았다. 사전에 굿놀음 공연 영상을 보고 궁금한 것들을 실제 연희자들인 업잽이와 포수, 매구패 상쇠를 만나 묻고 답했다. 굿놀음 보존회원들은 모든 것을 알려주고, 텍스트와 영상 자료들을 아낌없이 내어주었다.


생활양식의 변화로 해당 풍습이 사라지면 민속놀이는 보통 공연화 되어 보존회를 통해 유지 전승이 이루어진다. 이런 보존회의 활동과 더불어 그 표현방식은 변화하더라도 지금의 창작자들이 원형에 기반을 둔 핵심 요소를 지속적으로 활용하여 재창조할 수 있는 행위도 필요하다. 방문한 연희팀의 '집'을 주제로 한 창작극은 기획 단계 이긴 하지만 COVID-19 시대 '집'은 중요한 담론이며 대중들에게도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는 주제이기에 극의 형태로 완성되었으면 한다. 여기에 남해 고현면 집들이 굿놀음의 원형적 요소와 이어지며 풍성한 창작극이 나오길 기대한다. 혹 나오지 않더라도, 오늘 만남은 이런 시대에 전승과 창작을 하는 서로에게 밝은 웃음을 보낼 수 있는 따뜻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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