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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용 Sep 06. 2018

공장장

1986년에 지어진 수협 냉동제빙창고의 운영은 어떠했을까. 그곳에서 일했고 현재는 신 냉동공장의 공장장인 분을 찾아갔다. 가타부타 없이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제빙실로 함께 동행했다. 말없고 차분하지만 그 안에 강한 기둥이 있는 그런 훤칠한 사람. 

문이 열리자 마자 엊그제 봤던 구 냉동공장의 제빙실이 겹쳐졌다. 의문이 갑자기 풀리는 듯한 기분. 수조가 있고 그곳에서 얼음을 얼리고 꺼내는 사람들이 움직이고. 1986년의 그 모습이 그려졌다. 녹슬어 모두가 떠난 공간에 다시 사람들이 움직이며 노동하는 모습이 겹쳐졌다. 물을 얼리고 꺼내서 바닷물로 해동하고 컨베이어벨트로 밀어 정박해 있는 배로 보내고. 그 얼음을 충전하여 그 배는 다시 바다로 나가고. 그득하게 만선을 꿈꾸며.


인터뷰. 최승용(헤테로토피아), 김인술(남해수협 제빙냉동공장), 곽현휴(남해군수협 총무과 기획계장) 



- 구 냉동창고는 왜 가동을 멈췄나요?

아, 1986년에 준공되어 가동을 하다가 2004년에 신 공장을 지으면서 가동을 멈췄습니다. 얼음이 딸리고 가두리 양식장 사료 미끼 저장이 많아져서 냉동 냉장 시설도 더 필요해서 증설 했다가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나서 구 냉동공장은 가동을 멈췄습니다. 기능은 뭐 제빙, 냉동 냉장, 위판장, 사무실 이정도 였습니다.(수협 계장님)


- 냉동창고에서는 몇 명이나 일을 했습니까?

8~9명이 했지요. 당직도 매일 돌아가면서 서고. 지금도 그 정도 인원이 일합니다. 근데 바빠요.


- 냉동창고를 어떻게 이용하나요?

크게 보면 제빙과 냉동인데 제빙은 얼음을 얼려서 출항하는 배들한테 주고, 위판장에 고깃배 들어와서 고기 풀 때 쏟아주고 합니다. 얼음을 원하는 사람이 사무실에 가서 전표를 끊고 주문을 하면 제빙공장에 일하는 사람한테 방송을 해서 얼음 몇개를 빼서 보내주라고 합니다. 또는 큰 배가 들어올 때는 얼음이 많이 필요하니깐 미리 전화하면 준비하고 있다고 보내주죠. 냉동 냉장은 보관위탁료를 받고 우리가 보관해줍니다. 


- 미조의 주요 산업은 뭔가요?

농사는 안 짓고요. 어업 반, 상업 반 입니다. 배가 들어오면 선원들이 먹을 이용할 수 있는 식당도 필요하고 숙박시설도 필요하고 하니 상업시설이 꽤 많죠. 그런데 요즘은 어업량이 급감해서 배가 들어오면 집에들 가기 바쁘죠. 고기가 많이 잡혀야 선주가 식당 여러 곳 잡아놓고 거기가서 회식해라 놀아라 하는데 200상자 잡던 것이 20상자 잡히고 하니깐 상권이 죽죠. 아 그리고 낚시객이 많죠. 여기서 배타고 나가죠.


- 이주노동자들이 많은데 그들은 어디서 오나요?

주로 선원들이고 급여는 150-200 정도를 받습니다. 그 돈 받고 배 탈려는 한국사람은 없으니깐요. 국적은 주로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동티모르 이렇습니다. 한 10년 전쯤 부터 이렇게 외국인 선원들이 많아졌죠.


- 구 냉동창고가 어떻게 되었으면 합니까?(최승)

정말 낡고 보기에도 안 좋으니 미적으로 좀 말끔해 졌으면 좋겠어요.다른 건 바라지 않습니다. 주변에 새 건물도 들어서고 하니 저 곳만 너무 지저분하게 튀지 않게 깨끗히 되었으면 합니다.(수협 계장님) 

자기 욕심만 차리지 않고, 어족 자원에도 신경을 쓰면서, 함께 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공장장님)


- 쉴 때는 뭐하세요?(최승)

젊을 때는 친구들이랑 소주 한 잔 먹고 그랬는데 요즘은 다음 날 피곤해서 집에 들어가서 씻고 영어공부 합니다. 퇴임하고 일당 높은 나라 가서 노가다라도 하거나 세계일주라도 떠나려고요. (공장장님)


- 그런데 구 냉동공장을 어떻게 리노베이션 한다는거에요?(공장장님)

아, 아직 확실한 건 없는데요. 사람들이 와서 문화생활을 즐기며 쉴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 공장장님은 차 한잔 마시고 싶을 때 어디로 가나요? (최승) 

뭐 사무실이죠. 내가 커피를 좋아하는데 사무실에서 커피 타서 직원들이랑 나눠 마시죠. 어디 찾집을 간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밥먹으러야 저기 식당에 가서 제철 생선들 구운거나 매운탕이나 먹고 하죠.(공장장님)


이제 조사를 마무리 하고 돌아가려는 찰나, 차 트렁크 문을 열어 보란다. 옆에 있던 직원분이 가지고온 가오리를 싣어 줄테니 가지고 가란다. 근데 가오리 크기가 내 트렁크 보다 더 컷다. 함께 갔던 성경씨가 웃으며 손사래를 치고 나도 허허 웃으며 그들의 바다 같은 품 넓음에 마음이 넉넉해 졌다. 


매력적인 공간은 매력적인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공장장님은 매력이 있고 영어를 공부하며 조르바처럼 은퇴 후 자유로운 삶을 꿈꾸시는 분들이다. 이런 미조의 매력들을 기록하고 채집하여 공간에 풀어 흐트려 놓고 싶다. 그래서 바다를 보고 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곳에 와서 바다를 오랫동안 보고 사는 사람들의 넉넉한 마음 강한 마음을 담아가면 한다.


사람이 바다를 보고 살면 마음이 넓어 집니다. (공장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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