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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용 Sep 07. 2018

남해군 미조창고 리노베이션에 대한 의견


남해군은 미조면 미조리 170-32 일원의 냉동창고(수협제빙공장)를 리노베이션하여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고자 합니다. 목표는 미조항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담은 새로운 관광자원 조성입니다. 그 구체적 방안으로는 산업유산의 발굴을 통한 미조항의 새로운 브랜드 구축과 음악, 전시, 공연, 식문화가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재생입니다. 2017년 11월부터 설계가 시작되어 2018년 3월-7월까지 5개월간 20억 예산으로 옥상쉼터, 미조아카이브센터, 미디어아트 전시실, 다목적 공연장, 뮤직라이브러리, 식당, 중정, 미조카페, 친수공간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돌창고프로젝트라면 위와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제안해 보고자 합니다.


미조창고는 면적이 658평 건물 2동에 이르는 대규모 건물입니다. 돌창고는 약 35평인데 돌창고 20개를 합친 면적입니다. 이렇게 대규모 건물에 콘텐츠를 채우는 것, 그것을 운영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최소한의 방문객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남해를 방문하는 관광객 절대 수의 한계가 있습니다. 남해군의 관광명소인 독일마을이나 보리암 정도의 방문객이 매일 미조창고에 방문해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독일마을이나 보리암은 면으로 이루어진 마을과 사찰이지만 미조창고는 점으로 이루어진 건물이고 그 매력을 함축적으로 담아야 하기에 더욱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타당성 조사가 필요한데 기존의 방식으로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남해를 방문하는 요일별 방문객 수나 통행차량 데이터로는 신뢰성있는 타당성 조사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실제 미조항 주변에 있는 식당과 숙박업소의 방문객 수를 직접 조사하여 평균치를 내야 그나마 신뢰도가 있는 데이터가 나올 것입니다. 또한 남해에는 이 정도 대규모 공간을 갖춘 문화공간이 없기에 비교 가능한 사례가 없습니다. 

돌창고프로젝트의 시작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방식은 가오픈 이었습니다. 청소를 하고 전기와 물 그리고 최소한의 집기만 들여놓은 채 콘텐츠를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어떤 콘텐츠가 이곳에 맞는지, 방문객들은 무엇에 매력을 느끼는지 가오픈 기간을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이것으로 타당성 조사를 해 본 것입니다. 미조창고도 사업의 추진일정에 맞춰 설계기간에 가오픈을 하여 미리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는 것이 실패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작가들을 불러 그림을 그려 전시를 하고 가수를 불러 공연을 하고, 어부마켓을 열고, 영화제를 하고, 팝업 레스토랑을 여는 등 가오픈 기간에 할 수 있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합니다. 오히려 이렇게 미완성된 분위기에 매력을 느끼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658평 공간에 모든 콘텐츠와 인력을 세팅해서 오픈을 했는데 방문객 숫자가 운영자 수보다 적은 상황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리노베이션 설계와 시공에 있어서도 여러 콘텐츠를 넣어 공간을 모두 채우는 것 보다는 몇 몇 공간은 기본설비(전기,수도)만 해 놓고 방문객들이 포토존이나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두어야 합니다. 확장 가능성을 설계에 반영 한다면 주변공간과 어울리게 인테리어 마감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 다음 오픈 후에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확장해 나가야 합니다. 목적지향형 기획보다는 방문객의 내면적 변화와 문화 트랜드를 보며 기획을 해나가는 것이 미조창고에는 더욱 적합 합니다.


미조창고 디자인 그룹을 만듭니다. 미조창고의 로고, 보드, 싸인, 홍보물을 디자인 할 디자이너들을 모집하여 향 후 이곳에서 판매될 모든 제품의 디자인과 홍보물(포스터, 팜플랫, 소책자, 책자)을 이 디자인 그룹에서 진행합니다. 이 디자이너들은 미조창고와 관련된 모든 시각물을 디자인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이 디자이너 그룹이 기획자와 함께 리노베이션의 방향성과 가능성의 공간들을 채워나가는 중심역할을 합니다. 미조면에 미조창고라는 복합문화(상업)공간이 들어서는 것은 주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미조창고는 개인사업자가 아닙니다. 관광자원 개발을 통한 남해군의 경제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 안정도 중요합니다. 미조창고가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사람들이 붐비는 관광지가 되더라도 그 주위의 상권이 죽어 슬럼화 된다면 또는 어느 한쪽으로 부가 편중된다면 불만과 대립이 극심해 지고 이 것을 추진한 행정도 곤혹스러워 질 것입니다. 그래서 미조창고의 이해당사자들 ‘군청 – 주민 – 미조창고운영자’ 의 관계형성을 위한 모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일반적인 회의형태의 모임이 아니라 워크숍 형태의 모임을 만듭니다. 이때 디자인 그룹의 역할이 중요한데, 군청과 주민, 운영자들의 생각을 지도와 설계도를 펼쳐놓고 그룹별로 디자이너가 붙어 바로 시각화하여 함께 보는 워크숍 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의 생각이 실현가능한지 문제는 없는지 확인합니다. 이러한 워크숍 형태의 모임은 이해당사자간 상호이해와 공부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미조항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담아 미조창고의 콘텐츠를 기획하기 위해서는 미조의 자연, 역사, 문화, 산업을 인간의 삶에 올려두고 그 총체를 봐야 합니다. 미조항의 설화를 가져와 변형하여 표현한다던지, 미조항의 특산물인 수산물을 그대로 전시하거나 아카이빙 하는 것은 반쪽짜리 기획입니다. 지역성,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의 총체성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합니다. 미조항이라는 삶의 무대에서 그곳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표현하는 것이 지역 정체성의 표현입니다. 지금 현재 미조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수산물의 생산과 가공 유통에 종사하는 산업인력(외국인 노동자들도)과 그들에게 서비스(다방 종업원, 식당, 은행, 숙박업자)하는 인물 모두를 관찰해야 합니다. 그들이 미조항의 주체들이고 미조항의 정체성을 몸에 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실제 이용가능한 콘텐츠도 만들어야 합니다. 미조항의 어업인력들이 즐길 수 있는 어부커피(믹스커피)도 팔아야 하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좋아하는 그 나라 음식도 토착화 시켜 팔아야 합니다. 완전히 관광객들만을 위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서울의 문화공간, 또는 그와 비슷한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미조항의 주체들이 이 공간을 이용하여야 공간의 정체성이 생기고 그것을 보고 체험하려 외부에서 사람들이 옵니다. 지역민이 사랑하면 외부인도 사랑합니다. 현재 남해에 방문하는 관광객의 절대 숫자를 봤을 때 지역민의 이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미조창고는 썰렁할 것입니다. 미조창고가 서울의 대림창고, 부산의 문화공간 F1963과는 다른 장소의 고유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시각, 여행자의 눈높이, 외부자의 의미부여가 합쳐져야 하며 이러한 관광자원은 지역의 산업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미조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전통적 삶이 미조창고에 반영되고 그곳에 젊은 감성을 융합하여 오래된 공간을 재생하여 장소의 고유성(옛날도 지금도 아닌)이 나오는 것입니다. 트랜디한 문화는 젊은이들만 향유하는 문화가 아니라 전 연령층에게 영향을 줄 새로운 문화입니다. 특히 관광은 본래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젊은이들 뿐만이 아니라 중년층들도 관광지에서는 새로운 것을 체험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미조창고는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 젊은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야 합니다. 특히 젊은층이 원하고 있지만 서울이나 도시에서는 이루기 힘든 콘텐츠가 무엇일까 하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서울이 아니더라도 일과 생활을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은 아티스트, 디자이너들입니다. 그들은 붓과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서든 밥벌이를 하며 생활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서울은 임대료가 비싸 작업실을 구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개인스튜디오와 공동작업공간을 제공한다면 그곳에서 자신의 작품을 만들고 미조와 남해의 정체성을 담은 작품들을 끊임없이 생산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것들을 기록하고 전시하면 그것이 하나의 콘텐츠 입니다. 변화 발전하는 젊은 콘텐츠입니다. 아티스트와 디자이너와 같은 젊은이들이 모여 무언가를 작당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부르지 공간이 사람을 부르지는 않습니다. 또한 워크숍, 클럽, 강의와 같은 모임을 디자인그룹과 입주 아티스트가 주최합니다. 이곳은 항상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라는 인식을 주어야 합니다. 지역의 가능성은 정책보다는 목적을 가진 교류의 장에서 나옵니다. 교류의 장을 가질 수 있는 오픈스페이스를 통해 지역민이든 관광객이든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남해군이 주도적으로 남해에 방치된 산업유산을 재생하여 문화공간화 한다는 것은 남해라는 지역을 재생하겠다는 의지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사회안정과 경제활성화 그리고 인구유입 입니다. 그래서 미조창고 리노베이션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어야 합니다. 잘되든 못되든 꾸준히 가능성을 가진 채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지속가능성은 운영주체들간의 관계형성, 젊은문화의 생산, 디자인 그룹으로 이루어 낼 수 있습니다. 옥상쉼터, 미조아카이브센터, 미디어아트 전시실, 다목적 공연장, 뮤직라이브러리, 식당, 중정, 미조카페, 친수공간은 모두 실현가능합니다만 계속 방문객들에게 매력을 줄 수 있느냐. 지역민들도 질리지 않게 올 수 있느냐 하는 지속가능성 위에서 검토되어야 합니다. 지속가능한 토양을 만들면서 이 모든 것들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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