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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용 Jan 28. 2020

조도, 호도


15:30분 배를 타고 미조의 작은 섬 조도 그리고 호도로 향한다. 그래봤자 30분이면 한 바퀴 돌고오는 짧은 바닷길이다. 선실 밖 뒷머리에 앉아 주변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데 아저씨 한 분이 뒤뚱뒤뚱 온다. 술이 얼큰하게 취했는데 말의 요지는,


"아침부터 술을 먹다보니 우리 어머니랑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조도로 들어가는 길이다. 우리 조도는 더러운 짓 안한다. 참 좋다. 우리 어머니랑 아버지가 참 보고싶다." 


배 안 사람들 모두에게 찾아가 위의 이야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싫은 내색 안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준다. 얼굴이 선하고 인상도 서글서글하다. 조도 큰섬에 들려 만난 친구에게는 연신 "고맙다 고맙다."고 끌어안는다. 뭐가 고마운지는 모르지만 친구도 웃으며 "알았다 알았다." 한다. 알 수 없다. 조도에 실제 부모님이 살아 계신건지. 아니면 지금은 안 계시는데 생각이 나서 흔적을 찾아 가는건지는 모르겠다. 육지에서 아침부터 술을 마시고 엄마의 섬, 아빠의 섬인 조도로 향하는 아저씨의 검붉은 얼굴과 하얗기도 하고 파랗기도 푸르기도 한 바다색이 대비를 이룬다. 아랫입술로 윗입술을 덮으며 "우리 조도 사람들은 더러운 짓 안한다."  는 그 모습이 계속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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