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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용 May 07. 2020

어부의 집밥

남해 전통시장 대구

시장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가보는 걸 좋아한다.

모퉁이 입구 할머니에게 바지락이나 개조개 또는 우럭조개를 사고 중간 쯤에 가서 손두부를 산다. 미조에서 배를 하는 아들이 잡은 대구를 파는 시장 맨 끄트머리 할머니에게도 가본다. 워낙 커서 함께 먹을 손님이 있어야 구입하여 끓여 먹는다. 스기하라 유타라는 일본 디자이너가 올 때는 사케를 좀 넣고 유자후추를 풀어 먹는다.눈을 많이 쓰는 사람들, 디자이너나 작가 손님이 많기에 대구간이 눈에 좋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겨울밤을 보낸다. 


그 대구 할머니 앞에 좌판이 하나 더 생겼다. 


"낚시로 잡은 감성돔" 


제대로된 수조는 없고 다라이에 감성돔 몇 마리 있었다. 아저씨 한 명이 뻘쭘뻘쭘하며 앉아 있었는데 장사꾼 보다는 낚시꾼으로 보였다. 잠시 나와 봤나 보다 하고 지나쳤는데 얼마전에 가니 어머니로 보이는 분과 그 낚시꾼 아들이 함께 있었고 멍게도 있고 뽈락도 있고 어물의 종류가 많아졌다.

그러다 오늘 가니 피꼬막을 까고 계셨고 싱싱해 보여 마늘쫑이랑 올리으뷰에 볶아 먹어야지 하며 샀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꼭 회로 먹으라고 했다. 배아플까 걱정스럽다고 하니 아들이 일어나 방금 깟으니 아무 걱정 말라고 하며 생으로 먹어야 맛있다고 했다. 그렇게 봉지를 전달받는데 어머니 고무장갑을 내가 봉지 손잡이에 걸쳐 잡자 어머니가 "나는 놔주고~" 라며 웃으셨다. 함께 웃으며 돌아서는데 멀리서 작게 들리는 말,


"우리 엄마는 데리고 가면 안되는데"


갑자기 그들이 집에서 먹는 음식이 궁금했다. 피꼬막을 생으로 먹어본 적이 없다. 우리 엄마가 그렇게 해 준적이 없으니깐. 그런데 어부의 엄마는 집에서 생으로 해줬을 것이고 그래서 아들도 생으로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구를 파는 할머니도 아들이 어부고 대구탕에는 겨울무랑 미나리만 넣고 많이 끓이지 말라고 한다. 우리 엄마는 대파도 넣고, 마늘도 넣었다.


고기를 잡는 어부의 집밥이 궁금해 졌다. 그들은 소비자인 우리보다 고기에 대한 이해도가 깊을 것이고 싱싱한 재료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도 제철제철 하지만 지역별로 정확히 몇 월 몇 일 부터 몇 일 까지가 최고다 라는 것도 알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재료의 상태를 기준으로 요리를 할 것이다. 효율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만든 '밥' 말고 남해 사람들, 특히 그 재료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집에서 먹는 '밥'이 궁금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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