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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용 Dec 20. 2020

성장판이 열린 공간

남해각과 스페이스 미조 재생 프로젝트



남해각 지하

'이제 다 됐다.' 싶었는데 다시 시작하곤 했다. 재생 프로젝트가 그런 것이고 공적 부동산 개발사업에 있어서 거처야만 할 과정을 생략할 수는 없었다. 답답하고 애태우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는 현장에 자재만 가져다 놓아도 '아! 한 단계 나아갔구나.' 하며 안도의 숨을 쉬며 돌아오곤 했다. 오픈이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남해각 일상의 역사 전시" 연출도 조은환 대표님과 고산홍 작가님의 노력으로 세팅되었고 이제 안전 난간 설치와 소방시설을 진행 중이다.

남해각 2층

노래방이었던 지하층과 식당이었던 1층은 기본적인 마감을 해 놓았고 과거 흔적이 남은 벽들은 조금 남겨 두었지만 여관이었던 2층은 아직 손봐야 할 것들이 많다. 이곳을 전시관으로 할지 수장고로 할지 사무실로 할지 편집숍으로 할지 참여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자기가 맡은 분야의 용역 기간이 끝나고도 계속 관심을 갖고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을 보며 남해각은 전문가 집단, 남해 사람들 모두가 애정 하는 공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남해각 2층

남해대교와 남해각에 얽힌 주민들의 이야기 자원을 모으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관광객 설문조사를 하면서 충실히 공간과 프로그램 기획 과정을 따랐지만 '완벽한 기획'은 없다. 남해각은 이곳에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발산하고 남해를 찾는 사람들이 남해도로 진입하기 전에 남해를 스케치해볼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기획의도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공간의 기능은 필수적인 정리만 해서 오픈을 해 놓고 빈-공간을 가능성의 공간으로 보고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 

남해각 옥상

남해각에 애정이 있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자기의 제안이 반영될 수 있는 '빈-공간' 이 있는 것은 중요하다. 기획과 조성이 완성되어 자기의 생각이 반영될 틈이 없다면 '창작자'들은 한 번 향유하고 떠날 것이다. 지금은 부족해도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다시 가보고 싶고 참여해보고 싶은 공간이 매력적일 것이다.

스페이스 미조 툇마루 공간

스페이스 미조 역시 더디지만 2021년 2월 준공, 3월 오픈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남쪽 끝 변두리 마을에서 창조산업(미술, 영상, 디자인, 음악)을 일으키고 무너져가는 어업과 바다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이다. '미조항과 사람들'을 주제로 한 전시와 남해의 전승 민요를 편곡한 음악공연으로 그 시작을 알리겠지만 이 공간 역시 '빈-공간'들이 많다. 

스페이스 미조 2층 디자인 스튜디오 공간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을 디자인할 디자이너들이 와야 하고 미조초등학교, 중학교 아이들과 바다 쓰레기들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미술작가들도 와야 하고 음악공연이 없는 날은 춤과 음악을 사랑하는 미조 사람들과 음악수업을 할 음악가들이 와서 그 빈-공간 들을 채워주어야 한다. 이곳의 싱싱한 식재료들을 다양한 요리법으로 조리해서 공유해 줄 요리사들도 와야 한다. 그런 사람들과 이곳의 사람들이 서로 가르쳐 주고 배우고 놀며 빈-공간 들을 채워서 미조항에 무언가 일어날 것만 같은 공기와 냄새를 풍겨야 한다.

스페이스 미조 3층

빈-공간을 불안해하지 않고 오픈하여 그곳에 참여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받아들인다면 그곳은 빈-공간이 아니라 "다른-공간"이 될 것이다. 스페이스 미조 역시 완성된 공간이 아니라 계속 성장해야 하는 공간이며 이 역시 성장판이 열려 있는 공간이다. "잘했네. 우와! 근데 한 번 가봤으면 됐다." 보다는 나도 참여해 볼 수 있겠다는 여지가 있고 고민의 흔적이 작은 변화로 드러나면 그곳의 구성원을 응원하며 공간을 다시 방문하고 싶어 진다. 멋있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겠지만 그것을 단번에 성취하기는 어렵다. 성장판이 열려 있는 남해의 재생공간들은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들락날락 거려 복잡할지라도 시작 단계에서 기능이 명확하지 않아 불확실해 보일지라도 그런 것이 '살아 있는 것이고' 그렇게 하며 '살아나는 것이고' 그것이 어쩌면 '재생 프로젝트' 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나아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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