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즐로 복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HR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HR 분야에 대해 더 공부하고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참에 전직 헤드헌터인 Ji Lee 님이 이 책을 추천하며 빌려주었다. 이 책을 집필한 라즐로 복은 구글의 최고인적자원책임자(CHRO)로, HR 업계의 레전드와 같은 인물이라고 한다.
도입부의 아래와 같은 질문부터 머리를 한 대 꽝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구글에서 구현되는 모델, 즉 직원에게 엄청난 재량권이 주어지는 것이 미래의 방식일 거라는 주장에 대하여) 언젠가는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장담컨대 가까운 미래는 아닐 것이다. 자유 수준이 낮은 지시와 통제 중심의 관리가 흔하긴 하지만, 이 방식이 수익성이 높고 노력을 덜 들여도 되며 또 대부분의 경영자가 다른 대안들을 끔찍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지시를 받은 대로 충실하게 따르는 팀을 운영하기는 쉽다. 그러나 어떤 팀의 구성원에게 왜 그들이 그 업무를 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한다면? 또 그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지 토론을 벌어야 한다면? 그 팀원들이 관리자의 지시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관리자가 지시한 사항을 팀원들이 썩 내켜하지 않는다면? 만일 관리자가 틀렸다면 팀원들은 관리자가 멍청이로 보이지 않을까? 이런 여러 가지 점들을 고려할 때 팀과 팀원들에게 무엇을 할지 단순히 지시하고 그들이 그 지시를 충실하게 이행하도록 단속하는 게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다. 그렇지 않은가?"
이에 대해 라즐로 복은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그런 방식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유능한 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것.
세상에서 가장 재능 있는 사람들은 1. 점점 더 쉽고 빠르게 직장을 옮길 수 있다. 2. 기술을 통해 점점 더 많이 연결된다. 3. 점점 더 찾아내기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인재 군단이 선호하는 올바른 기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주장에 대해 혹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건 구글에서나 잘 먹히고 유익하겠죠. 엄청난 이윤을 남기는 회사이니만큼 직원들에게 그렇게 베풀 여유가 당연히 있겠죠. 그러나 우리는 그럴 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거기에 누군가가 이렇게 반박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직원에게 자유를 주는 데 돈은 들지 않잖아요. 사실 이건 여기 있는 분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이 사람의 말이 옳다. 사람은 본래 선하다는 믿음 그리고 직원을 기계가 아니라 회사의 주인처럼 대할 용기만 있으면 된다. 기계는 입력된 일만 하지만 회사의 주인은 회사나 팀이 성공하는 데 필요한 일이면 무엇이든 하기 때문이다.
라고 라즐로 복은 주장한다. 명쾌할 뿐 아니라 무척 설득력 있다.
아래는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세 가지 내용이다. 이들은 모두 인상적인 사례와 함께 서술되었는데, 그 내용을 공유하고 싶다.
1. 일의 의미를 부여하라.
(2장 - 문화는 아침으로 전략을 먹는다)
애덤 그랜트는 어떤 대학의 기금 모집 콜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을 세 집단으로 나눴다.
A - 주어진 일을 원래대로 하게 함
B - 그 일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개인적인 이익(학습과 돈)과 관련해 다른 직원들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알려줌
C - 장학금을 받은 사람들이 이 장학금 덕분에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소개한 이야기들을 읽게 함
결과를 보면 A 집단과 B 집단이 거둔 성과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C 집단이 거둔 성과는 크게 향상됐다. C 집단은 한 주에 아홉 건에 그치던 기부 약속을 무려 스물세 건이나 받아냈다. 성과를 155퍼센트나 개선한 것이었다. 그리고 기부금 액수도 1,288 달러에서 3,130 달러로 143퍼센트 늘어났다.
애덤은 이어 기금 모집 콜센터 직원들 가운데 한 집단을 선정해 장학금 수혜자며 크게 성공한 사람을 직접 만나 5분간 질문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그다음 달에 이 사람들의 기금 모집 성과가 무려 네 배 이상 늘어났다. 애덤은 직원들로 하여금 자기가 돕는 사람을 직접 만나게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동기부여 요소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을 직접적으로 돕는 일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일까? 그렇다. 한때 에베레스트 등반대의 짐 나르기를 도왔으며, 현재는 맨해튼에서 훈제 생선과 베이글을 판매하는 피나샤는 "그 두 가지 일은 사실상 다르지 않습니다. 둘 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거든요."라고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하는 일이 가치 있고 중요한 것이길 바란다. 자기가 하는 일이 이 세상에서 오직 자기만이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임을 깨닫는 것보다 더 강력한 동기부여는 없다.
예일대학의 심리학자 에이미 브제스니예프스키는 사람들이 자기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방식을 세 가지로 정의한다.
일 - 자기 인생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어떤 것
경력 - 성취를 하거나 성장을 하기 위한 어떤 것
천직 -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쁨과 충족감의 원천
에이미의 연구 결과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받아들이는 비율이 유달리 높은 직종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직종(의사와 간호사, 교사와 사서, 공학자와 경제학자, 관리자와 비서)에서 조사 대상자의 3분의 1 가량이 자기가 하는 일을 천직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한 사람들은 단지 더 행복하기만 한 게 아니라 더 건강했다.
2. 성과가 낮은 직원을 해고하는 대신, '동정적인 실용주의'를 보여라.
(8장 - 두 개의 꼬리)
구글은 '성과가 낮은' 하위 5퍼센트의 직원을 해고하는 전통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어떤 집단에서는 그런 꼬리에 속하는 사람이 아예 없을 수도 있고 어떤 집단에서는 전체 구성원의 5퍼센트가 넘는 직원이 꼬리에 속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한다는 것은 우리가 채택한 채용 방식이 잘못됐다는 뜻이다. 만일 우리가 융통성 있고 성실하며 유능한 직원을 제대로 잘 뽑았다면, 굳이 정기적으로 직원을 솎아내는 일은 할 필요가 없다.
대신 구글은 다음과 같은 방식을 택했다. 하위 5퍼센트에 속하는 사람에게 자기가 그 집단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단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려면 회사에서 나가라"는 식의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대화를 하지 않았다. 구글이 전달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귀하는 구글 전체 직원 가운데 하위 5퍼센트의 성과를 내는 집단에 속합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것임을 저도 잘 압니다. 이 사실을 귀하에게 알리는 것은 귀하가 스스로를 보다 더 낫게 개발하고 더 나은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함입니다."
무능하거나 나쁜 사람이라서 낮은 성과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기술과 관련된 격차나 의지 부족, 즉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일차적으로는 다양한 교육과 지도를 제공한다. 이것이 효과가 없을 때는 이 직원이 구글 내에서 잘할 수 있는 다른 업무 혹은 다른 역할을 찾도록 돕는다. 이런 노력은 대개 당사자의 성과가 구글 전체 직원의 평균적인 수준으로 상향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분포 곡선의 하위 꼬리 부분에 투자하면 엄청난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투자를 받은 직원은 회사 내에서 엄청나게 개선된 성과를 기록하거나 아니면 회사를 떠나 다른 곳에서 성공한다.
이 원칙이 인상적인 것은 이것이 사람이 본질적으로 선하며 신뢰할 가치가 있다고 믿는 구글의 가치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회사는 직원들에게 정직하고 투명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여기에는 직원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면서 뒤처질 때 그런 사실을 알아듣게 얘기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과제 지향적인 업무 현장에서도 직원의 감정을 민감하게 고려했으며, 이들에게 기회를 주었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떠나보내야 할 직원에게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편이 오히려 더 친절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관리자가 친절을 베푼다는 미명 아래 직원들, 특히 성과가 낮은 직원들을 여러 해 동안 계속 데리고 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런데 경기가 나빠지면서 이 회사는 위기를 맞게 된다. 이 경우 성과가 저조한 중년 직원이 해고의 칼날을 가장 먼저 맞게 된다. 관리자는 이들을 한 사람씩 불러 대화를 시작하는데 보통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
"조, 아무래도 당신이 회사를 나가야겠어요."
"뭐요? 왜요? 왜 하필이면 납니까?"
"그건.. 여태까지 한 번도 좋은 성과를 낸 적이 없으니까요."
"내가 이 회사를 다닌 지 20년입니다. 그런 얘기를 왜 여태 한 번도 안 했습니까?"
그렇다, 왜 안 했을까? 해고의 벼랑 끝에 선 이 직원은 몇 년 전이었다면 다른 직업을 구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나이가 너무 많다. 이 사람은 예전에 비해 한층 경쟁이 심한 노동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너무 잔인한 처사다.
3.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순 없다.
(13장 - 날마다 무지개가 뜨진 않는다)
파이 하나로 시작되는 논쟁에 대한 이 사례는 무척 재밌다.
2008년 4월 어느 날, 구글 카페 한 곳이 점심때 디저트로 파이를 내놓았다. 파이의 이름과 재료를 요리사는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초콜릿 마카다미아 코코넛 데이트 크러스트를 곁들인 무료(Free) 티베트 산 고지 초콜릿 크림 파이
이 메뉴가 게재된 직후 어떤 직원이 에릭에게 이메일을 보내 회사 차원에서 만족할 만한 대답이나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항의의 표시로 사직서를 내겠다고 말했다. Free Tibet이라는 문구가 문제가 된 것이다. (Free Tibet은 자유 티베트 운동을 의미한다.)
그 메일을 짧은 시간에 1,000건의 답장을 달성하면서 신기록을 세웠다. 어떤 직원이 이 주제와 관련된 총 답장의 수를 세어봤는데 무려 1,300개가 넘었다.
이 논쟁에 대한 양쪽의 입장은 다음과 같았다.
분개하는 사람: 런던의 어떤 요리사가 '자유 웨일스 파이'나 '자유 북아일랜드 쿠키'라고 이름을 붙인 디저트를 내놓을 때 화를 낼 사람들이 있지 않겠느냐.
반대의 사람: 언론의 자유 차원에서 용인해야 할 문제다. 요리사는 자기가 만드는 요리의 이름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붙일 자유를 누려야 한다.
이 문제는 회사의 모든 직원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가치를 고려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하는 심각한 문제로까지 번졌다. 요리사에게 징계를 내려야 하느냐 하는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처음 이 요리사는 사흘 정직 처분을 받았는데, 많은 직원이 이런 처분이 공정한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일로 정직 처분을 당한다면 직원이 편하게 말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많은 직원은 이 소동 자체를 우스꽝스럽게 여겼다.
저자는 이 논쟁이 회사 내 언론 자유의 한계를 검증하는 것도, 직원들이 매우 개인적이고 정서적인 쟁점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를 평온하게 다스리는 방안을 검증하는 것도 아님을 깨달았다. 사실상 누구도 다른 사람을 설득시켜 견해를 바꾸도록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이 문제를 언론 자유의 문제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지독한 둔감함이라고 생각했다. 이 소동이 처음 시작됐을 때도 그랬고 마무리될 때도 그랬다. 그러다 사람들이 답글을 올리는 비율이 줄어들었고, 스레드는 서서히 종료 시점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딱 부러지는 결론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사건에 대해 라즐로 복이 내린 결론은, 나에게는 무척 신선한 충격이었다.
비록 이런 껄끄러운 소동에 맞닥뜨리는 게 고통스럽긴 하지만 이런 논쟁이 벌어진다는 사실은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징표가 아닐까 싶다.
"나는 왁자지껄하고 거칠지만 결국 딱 부러지는 결론도 나오지 않는 이런 종류의 토론이야말로 투명성과 다양성이라는 우리 기업문화를 구성하는 한 부분임을 깨달았다. 합리적인 사람이라 해도 동일한 데이터를 보고도 다른 의견을 낼 수 있다. 개인의 가치관에 관련된 영역에서 특히 더 그렇다. 그러나 문제의 그 요리사에게 징계를 내리는 조치는 회사 내 언론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직원은 무언가를 알고 있었다. 디저트의 이름이 무엇이건 간에 커다란 틀 안에서 보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만일 직원이 이처럼 사소한 문제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느낀다면, 앞으로 사용자 가치를 맨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 혹은 회사가 설정하는 가치관과 사명에 충실해야 하지 않느냐와 같은 어려운 질문을 직원이 CEO에게 어떻게 대놓고 할 수 있겠는가?"
결국 그는 문제의 그 요리사가 받은 정직 처분은 없던 일로 만들었다. 요리사는 애초부터 나쁜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고, 게다가 파이의 이름 때문에 해를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스레드의 맨 마지막에 요리사의 복직 사실을 알리자 옳은 판단을 해준 그와 경영진에게 고맙다는 내용의 쪽지가 서른 개 가까이 날아왔다. 저자는 말한다. 토론은 중요하다. 토론을 촉발하는 것은 결코 범죄 행위가 아니다.
가치관을 대하는 이런 종류의 까다로운 토론에서도조차 투명성과 다양성을 지지하는 용기를 보이는 것. 멋있다.
p.s. 이 사례를 보고 카카오에서 어시스턴트로 있을 때 있었던 논쟁이 떠올랐다. 아지트라는 사내 협업툴에 "사무실에서 손톱을 깎는 것은 실례니 자제해달라"라는 글이 올라왔는데, 거기에 댓글이 몇십 개나 달리며 뜨거운 논쟁이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개인의 자유라고 생각했고, 어떤 사람들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당연하지만 어떤 결론도 나지 않았다.
이후 화젯거리가 생길 때마다 우스갯소리로 "손톱만큼이나 핫한가요?"라는 말이 돌았다.
결론
구글은 최고다.
독서 팁
두껍고 텍스트가 많은 책이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면 2장까지만 읽기를 권한다. 2장까지 읽으면서, 말 그대로 놀랍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그 뒤에는 좀 더 전문적인 이야기와 디테일한 사례가 주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