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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개연성 Mar 28. 2019

ENFP의 장점과 단점


오늘 우연히 이런 질문을 받을 일이 있었다.

"남들이 말하는 본인의 장단점이 뭐예요?"


이런 질문을 받을 일이 흔치는 않으니까 (면접 때를 제외하고는) 일단 떠오르는 대로 답변했는데, 집에 와서 생각하니 답변에 아쉬움이 남아 글을 쓴다.


스스로가 생각하는 내 장점은 '추진력이 좋다'는 것이다. 이런 점은 특히 일을 할 때 많이 느끼고,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서도 많이 듣는다. 일단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겁이 없는 편이라, 그리고 무언가에 꽂히면 그것만 보이는 성격이라 일단 추진해서 끝장을 보려 한다. 그런 점에서는 생각이 많지 않고 시원시원한 타입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경우 무언가 일을 벌이려면 가장 먼저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설득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당장 연락해 약속을 잡는다. 모르는데 섭외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든 연락처를 알아내서 바로 메시지를 보낸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인터뷰를 요청한다. 더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알고 싶으면 모임을 주최한다. 다 같은 맥락이다. 그런 식으로 최근에 벌인 일들만 벌써 몇 개다. 마케팅을 더 공부하고 싶어서 열정이 있는 마케터를 모아 마케팅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과 크루를 만들었다. 이런 추진력 덕분에 스타트업이 잘 맞기도 했다.


반면 단점은, 추진력이 좋다는 것의 동전의 양면과 같은 점인데 '뒷심이 약하다'는 것이다. 일단 일은 벌였는데, 그래서 그것을 끝까지 잘 끌고 가냐 하면 그렇지 못하다. 다른 것에 꽂혀버릴 때도 많고. 한때 이것이 콤플렉스였는데 지금은 나름대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긴 했다. 첫째로는 일을 벌일 때 뒷심이 좋은 사람을 합류시키는 것이다. 이들은 처음에 일을 벌이는 데에 신중하기 때문에 잘 설득해야 한다. 대신 이들과 함께하면 적어도 중간에 흐지부지되는 일은 없다고 보장할 수 있다. 둘째로는 장기 프로젝트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월간지 에디터가 되고 싶었다. 월 단위로 프로젝트가 끝나니까. 지금 있는 직장도, 에이전시이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시점이 정해져 있어 나에게 잘 맞는다.


하지만 아무튼 끈기는 무슨 일에서든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일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에 대해서는 언젠가부터 강박적으로 스스로를 검열하고 있다.


또 다른 장점이자 단점은 '무언가에 꽂히면 그것만 보인다'는 것이다. 이점에 있어서는 금사빠 기질이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다(실제로 사랑도 그런 식으로 금세 빠져버린다). 그래서 반대하는 사람들,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사람들, 시니컬한 사람들은 그냥 무시해버린다. 무시하려고 무시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무시하게 된다. 왜냐면 나는 지금 이게 너무 중요하니까. 이게 이미 너무 좋으니까. 한때는 그게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CEO가 그런 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요즘엔 나의 추진력의 근원이 이런 '금사빠 기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꽂힌 것에 대해서는 열정을 마구 쏟아붓고, 마음고생이 심해도, 그 열정을 지속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와,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의 열정.


요즈음에는 퍼포먼스를 보는 법이나 데이터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무언가 꽂혀서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사람의 의견을 설득하는 대신 무시할 때, 바로 그 지점 때문에 갈등이 생기거나 마음고생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더 잘 볼 수 있게 되면 부정적인 사람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불필요한 갈등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끝까지 부정적인 사람은 부정적이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니 논외로 치고.


남들이 보는 나의 장단점은 무엇일지도 궁금하다.


(표지 사진은 나의 MBTI인 ENFP "재기발랄한 활동가 유형"을 표현한 이미지이다. 만약 나에 대한 설명이 본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면, 당신도 ENFP일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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