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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Dec 12. 2023

'길동이가'와 '길동이'

    ‘평어’에서는 이름만을 부르는 것이 원칙이다(평어에 관한 뉴스 기사를 참고하는 것으로 윤을 잡을 수 있고, 세부적인 주장이 궁금하다면 말 놓을 용기를 사서 읽어 보시라).

    호격조사라고 부르는 ‘아/야’를 사용하지 않는다. “철수야”, “길동아” 대신 “철수”, “길동”으로 부른다. 

    『표준』에서는 ‘-아’와 ‘-야’는 모두 ‘조사’로서, “손아랫사람이나 짐승 따위를 부를 때 쓰는 격 조사.”로 풀이한다. ‘짐승 따위’라는 표현에 굉장한 거부감을 나타낼 수 있다. 그래서 평어 사용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길아!” “영희야!”처럼 부르지 말자고 한다.

    위와 같은 원칙에서 “길동이가 해 봐” 대신에 “길동이 해 봐”처럼 이름에 주격조사만 붙이는 것을 허용하는 방식이 파생된다. 그러나 이 둘 차이가 정확하게 나타나기 위해서는 오히려 주격조사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추측해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부 사람은 받침 있는 이름 뒤에 ‘-이’를 붙이는 환경이 친숙하다. 이때 사용하는 ‘-이’는 접사로서 “어조를 고르는 접미사.”로 풀이된다. 어조를 고른다는 말은 말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만든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상대방을 낮추거나 높이는 역할을 하는 성분이 아니라는 뜻이다.

    가령, 경상도 화자에게 “홍길동이! 뭐하노?”라고 말하는 형태가 자연스럽다. “홍길동, 뭐하노?”라는 표현도 학습을 통해 배우지만, 전자를 익숙하게 사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이런 현상에 흥미를 갖고 접근해 봤던 동료가 있다). 따라서 평어 사용을 주장하면서 위의 형태로 말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국어 읽기 수업 시간에 평어 사용에 관한 주장을 소개하고 이에 관한 자기 생각이나 느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대체로 평어 사용에 관한 의도와 가치에는 공감했다. 다만 몇몇 유학생들은 “성민이가 해 봐”와 “성민이 해 봐”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한국어를 모르거나, 배운 지 얼마 안 된 사람은 ‘성민+이+가’를 ‘명사+접사+조사’가 아닌 ‘명사+조사+조사’로 오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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