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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Dec 13. 2023

(취향+기호)×선호=취미

    취향(趣向)과 취미(趣味)를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국어사전에서부터 시작하자. 『표준』에서(이하 사전은 모두 『표준』이다) ‘취향’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라고 되어 있다. ‘취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이라고 풀이된다. 

    ‘취향’을 ‘지향성’으로 볼 수 있다면, ‘취미’는 ‘구체적인 행동’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커피’라는 대상을 두고 발화할 때, “커피 마시는 게 취미예요.”라고 말하면 취미를 밝힌 것이겠고, “산미가 강한 커피가 좋아요.”라고 말하면 ‘취향’을 선언한 것이겠다. 전자는 커피를 매우 즐겨 마신다는 빈도를 나타내고, 후자는 커피라는 음식을 즐길 때 작용하는 맛, 향, 온도, 용기 등에 관한 기호(嗜好)를 나타낸다고 말할 수 있다.

    취향을 설명하면서 ‘기호’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사전에서 ‘기호’는 “즐기고 좋아함”이다. “이 커피는 내 기호에 맞는다”라고 말하면 자신이 마시는 ‘커피의 성질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잘 맞는다’라는 의미이다.

    ‘선호(選好)’라는 표현과도 이어질 수 있다. ‘선호’는 “여럿 가운데서 특별히 가려서 좋아함”을 의미한다. 여러 개 중에서 선택하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선호’는 ‘취향’ 혹은 ‘기호’가 반영된다. 어떤 대상이나 상태를 ‘선호’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취향’이나 ‘기호’가 존재해야 한다.     


    ‘취향’이나 ‘기호’에 따라 특정 활동을 ‘선호’하다 보면 ‘취미’가 형성된다. 결국 ‘취미’에는 ‘취향’이나 ‘기호’가 영향을 준다. 조용한 것을 즐기는 취향인 사람은 조용히 즐기는 독서나 명상 같은 것을 취미로 삼을 수 있다. 땀 흘리며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취향이라면 운동을 취미로 삼을 수 있다. 

    비슷한 영역의 취미를 두고서도 각자의 취향에 따라 구체적인 활동은 다를 수 있다. 땀 흘리는 신체 활동은 좋아하지만, 함께 호흡을 맞추는 방식은 싫어하는 취향이라면 보디빌딩이나 요가와 같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을 취미로 삼을 수도 있다. 반대로 여럿이 경쟁하는 것을 즐긴다면 조기축구나 야간 농구를 할 수도 있다. 영화 보기라는 취미를 두고도 취향에 따라 장르가 달라지며, 영화 관람의 장소가 달라진다. 북적이는 곳을 좋아하는 사람은 극장으로,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은 넷플릭스로 영화를 즐기는 취미를 가질 것이다. 물론 취향은 바뀔 수 있다. 혼자 있는 것과 땀 흘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마라톤을 즐긴다고 해 보자. 자신과 동선이 겹치는 사람과 반복적으로 만나다 보면, 누군가와 함께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취향으로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형성된 ‘취향’은 그것을 더는 충족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본래의 취향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은 그런 의미이다.


    그렇다면 취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건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자신이 성장하면서 경험했던 모든 것이 우리를 만들어나간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자신의 취향을 탐구하는 과정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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