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를 쓴 넥서스
스타크래프트가 한창 인기를 얻던 시절 종족별로 특징이 있었다. 인간이었던 테란은 기계 문명을 바탕으로 건물이나 유닛이 디자인되었고, 저그는 끔찍한 외모만큼이나 생물적인 특징으로 건물이나 유닛을 설계했다. 건물도 태어나고 유닛도 태어난다.
프로토스는 고도로 발달한 외계 문명이라는 설정에 맞게 요즘은 흔하게 사용되는 ‘포털’ 개념으로 건물이나 유닛을 생산하였다.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은 기본 건물이 있어야 가능했는데 그 건물의 이름은 ‘넥서스(Nexus)’였다.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는 인간 문명을 정보의 연결로 해석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그는 정보 자체에는 특정한 진리, 진실, 힘 따위가 포함되지 않으며 그것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연대가 생기고 그 연대의 지속과 파괴를 통해서 역사의 변화도 나타났다고 말한다. 성경에 관한 내용, 국민국가의 탄생,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을 거쳐 인공지능 시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는 언제나 하나의 정보를 공유하면서 연결점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진행했다.
사실 그의 책은 수많은 외국 저서가 공유하는 플롯을 보여준다. 역사적인 사실을 꼼꼼한 주석과 함께 보여주면서 주석과 주석 사이에 비는 부분은 풍부한 상상력과 해석으로 채워 넣는다.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은 현재를 바라보는 중요한 단서가 되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그러나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그의 책 역시 하나의 넥서스가 된다는 점이다. 어쩌면 인터넷과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며 몇 달이고 명상에 잠긴다는 그도 어쩔 수 없이 특정한 연결과 연대를 만들어내는 넥서스임을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인기 이유에 관해서 나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가 내뱉은 말이 특정한 정보를 장악하고 출판이라는 행위를 통해 퍼뜨릴 수 있는 출판사를 거쳐 수많은 사람의 손에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에서 그리고 그의 명성이 그의 진술에 힘을 보태고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영향력을 지닌다는 점에서 그도 ‘넥서스’이다.
그는 정보가 쌓이면 진보할 것이라는 정보를 바라보는 순수한 관점을 지니지도 않았고, 정보를 소유하는 것이 곧 권력이라는 점을 인정하지도 않았다. 정보는 연결될 때만 힘을 지닌다고 그는 말했다. 권력자들이 정보를 틀어막는 이유는 정보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정보로써 형성될 거대한 힘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유발 하라리는 “나는 그런 사람이다!”라는 발언 대신 정보에 관한 통찰력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힘을 보여주었다.
이 두꺼운 책은 꼼꼼히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다. 그 이유는 그가 이미 책의 전반부에서 설명했듯이, 이 책을 모두 읽는다고 해서 진보할 수 있는 것도, 권력을 지닐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이 책을 읽는다는 행위 그리고 이 책에 공감한다는 행위만으로 우리는 유발 하라리라는 넥서스에 연결되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러한 연결을 통해 만들어질 세상 역시 하나의 속성을 담보하지는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