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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Apr 12. 2018

혈액형

Blood type

혈액형은 피를 공급받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의 혈액형이 무엇인지 보다는 혈액형에 따른 기질과 성격을 더 궁금해한다. 당연하게도 내가 피를 공급받아야 하는 일은 평생 동안 몇 번 겪어 보지 못할 일이지만, 성격에 관한 궁금증은 매일 매시간마다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혈액형과 성격에 대한 이야기에는 사실상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 그래서 일부 과학자들은 그것이 사이비 과학 혹은 유사과학이라며 부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유사과학이든 아니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혈액형과 성격이 일치하는 경우가 제법 많았고,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경험하는 마찰들도 혈액형을 통해 바라볼 때 이해되는 경우가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스러운 것은 혈액형이 사람의 성격을 결정짓는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혈액형과 성격에 대한 가설과 나의 성격을 무의식 중에 맞춰 나가는 것인지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그렇게 믿기 시작하면 하나의 정보가 된다. 그러한 정보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그 정보에 자신의 삶을 맞춰나가기 시작한다. 이런 역전이 혈액형과 성격을 둘러싼 가설과 현실에도 반영되지 않는가 싶다.


나는 혈액형에 대한 정보를 믿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나의 혈액형이 A형도 B형도 O형도, 그렇다고 AB형도 아닌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모자란 피를 공급받기 위해서 알아야 할 기호로서는 정해져 있지만, 성격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혈액형으로서는 정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ABO형이다. 그래서 나는 다혈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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