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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생 Apr 12. 2018

다혈질

多血質

다혈질이라고 말하면 성격이 좋지 않은 사람을 떠올린다. 국어사전에서 다혈질을 찾아보면 "감정의 변화가 빨라 외부 자극에 민감하고 흥분하기 쉬우며 참을성이 부족한 기질"이라고 되어 있다. 이성을 중시하는 사회의 관점에서 볼 때 엄청난 혹평이라고 볼 수 있다. 저런 사람은 인간관계도 제대로 맺을 수 없고, 학교나 직장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다혈질인 사람을 좋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단어로서 다혈질은 글자 그대로 '피가 많은 성질'이다. 보통 피는 뜨겁다고 생각한다. 뜨겁다기보다는 따뜻하다. 아무튼 다혈질이 쉽게 흥분하고 참을성 없는 성격으로 불리게 된 이유는, 뜨거운 피가 가득하면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열 받게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또 하나의 해석을 해 볼 수 있다. '많은 종류의 피를 가진 성질'이라고 말이다. 당연히 피의 종류는 혈액형이 될 수밖에 없다. 많은 종류의 혈액형을 가진 사람은 존재하지 않겠지만, 만약 다양한 혈액형이 섞여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종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좀 더 냉정하게 바라보면, 사람의 성격은 언제나 다양하게 나타나고, 또 급변하게 마련이다. 소심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갑자기 쾌활해지기도 하고, 화를 내기는커녕 불평 한 마디 하지 못할 것 같던 사람이 갑자기 걷잡을 수 없는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한다. 차분하고 신중해서 지적으로 보였던 사람이 한순간 엉뚱하고 이해할 수 없는 괘변을 늘어놓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저들은 모두 적당량의 피를 가지고 있고, 혈액형도 하나만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변화하거나 행동의 패턴이 자주 변한다. 왜 그럴까. 당연히 모든 사람들은 다혈질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이미 말한 것처럼, 혈액형과 성격의 1:1 함수관계는 불가능하다. 1:多의 관계만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혈질이라는 단어가 복잡한 성격을 가리킨다고 할 때, 그것은 결국 우리의 혈액형이 확정적일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


만약 혈액형은 B형이지만 혈액형별 성격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것을 믿지 않는다면, 당신 역시 다혈질이 된다. 물론 나도 다혈질이고 말이다. 다음에 다시 나의 글을 보러 왔을 때, 당신은 목격하게 될 것이다. 다혈질의 감성(이라 썼으나 감정이라고 읽자) 에세이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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