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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좋아하는 '일'이 있을까?

'워킹'홀리데이 in Canada

by MrExfluencer
'#그때 나는 왜 행복했을까?'는 2013년 7월 ~2014년 6월까지의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기록과 일기를 돌아보며 쓰는 회고 에세이입니다. 글 속의 내용 및 정보들은 현재와 다를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 (work)'

꿈을 찾고 싶어 떠난 캐나다.


그러나 막상 도착한 캐나다에서 나는 겨우 1년짜리 외국인 노동자 신분일 뿐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 '평생'

나름 언어영역 98점에 빛나는 '한국어 능력'

한국 문화 속에서 평생 살아온 '한국인'


캐나다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 '1년'

겨우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실력'

캐나다 문화를 모르는 '외국인'


캐나다에 도착하자 노동자로서의 객관적인 역량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20대 초반의 나에게 작게나마 자신감을 줬던 '명문대생'이라는 타이틀마저 100% 무의미 해졌다.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떠나온 캐나다에서

내가 경험해 볼 수 있는 '일'들은 한국에서보다 훨씬 더 제한적이었다.

새로운 분야의 일은커녕,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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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언제든지 일 할 수 있음' , '워킹홀리데이 비자 있음', '성실하고 열심히 일 할 수 있음'이라고 적은 이력서를 들고 빅토리아 다운타운의 가게들로 향했다.


그러나 막상 이력서를 내려고 하니 후들후들... 손님이 없기를 기다리다가 막상 들어가려 하면 다시 후들후들..

그렇게 10분을 들어갈까 말까 하다 들어간 첫 레스토랑.


안녕! 나 일 찾고 있는데 너네 알바 구하니?

아 그래? 레주메 있어?

응. 여기 Resume. 나 Anytime 일 할 수 있어!

오~ 좋아! 내가 레주메 읽어보고 나중에 연락 줄게!


응 고마워 좋은 하루 보내~


10분을 들어갈까 말까 고민해서 들어간 첫 레스토랑에서의 대화는 1분 만에 끝났다.


사실 구직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나름의 조건을 세웠다.

1. 현지 캐네디언들과 일 할 것.

2. 디시 워셔나 프랩처럼 혼자 일하거나 대화할 기회가 적은 일은 하지 않을 것. (웬만하면 서버를 하자!)


그러나 부족한 영어 때문이었는지, 캐나다에서 일한 경력이 없어서인지,

일자리는커녕 면접의 기회 조차 잘 주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시간은 흘러갔고 더 이상 이것저것 따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캐나다에서 1년을 보내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해야 했다.


결국 한껏 움츠려 든 외국인 노동자는 조건에 상관없이 보이는 가게마다 들어가
40여 장의 이력서를 돌리고, 20번의 온라인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나는 새로운 일이나 꿈이 아닌,

흔하디 흔한 카페 알바를 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일, 꿈을 찾고 싶은 이유는 간단했다.

좋아하고 열정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의 반이상을 할애하는 '일'이 즐겁지 않다면
하루하루가 너무도 힘들고 괴로울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캐나다에서의 1년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


분명 내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그저 생계비를 벌기 위한 '일'일뿐이었는데도 말이다.


(*좋아하는 일과 행복한 삶의 조건에 대한 회고 및 고찰이 Part.2 및 Part.3로 이어집니다)




다시 2019년, 지금


좋아하는 것들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 시작한 창업,

'좋아하는 일'이 어느새 '일'이 되어버렸고,

정말 좋아하는 '일'이라는 게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요즘.


캐나다에서의 즐거웠던 일상을 떠올려본다.

꿈이나 큰 목표가 아닌 생계를 위해 카페일을 하며 지냈던 당시의 일상을



그러자 문득 스친 생각,

어쩌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좋아하는 일'에서의 '좋아하는'이라는 표현은 일의 종류, 보상, 목적이 아닌 함께하는 사람, 나의 마음, 분위기, 일상과의 조화 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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