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과 좋아하는 '것'
'#그때 나는 왜 행복했을까?'는 2013년 7월 ~2014년 6월까지의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기록과 일기를 돌아보며 쓰는 회고 에세이입니다. 글 속의 내용 및 정보들은 현재와 다를 수 있습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 좋아하는 일, 꿈을 찾겠다며 떠난 캐나다,
결국 내가 경험한 일은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흔하디 흔한 카페 아르바이트였다.
(좋아하는 '일'이 있을까? Part.1 https://brunch.co.kr/@mrbackpack/31/write)
그런데 이상하게 그렇게 지낸 1년이 너무 행복하고 즐거웠다.
분명 내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그저 생계비를 벌기 위한 '일'일 뿐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먹고살기 위해 일한 1년 동안의 생활을 통해
나만의 삶의 기준과 자신감을 얻었고 그토록 갈망하던 좋아하는 일, 꿈을 찾았다.(찾았다고 생각했다)
생에 '첫 아르바이트'를 '캐나다'에서 '외국인' 친구들과 '영어'로 하게 되다니!
모든 것들이 신기하고 즐거웠다.
그렇게 외국인 노동자로서의 첫 달은 캐나다에서 일을 구했다는 뿌듯함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한 달이 지나자 일이 손에 익기 시작했고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며 함께 일하는 코워커들과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하며 친해지기 시작했다. 점심으로 싸온 한식 도시락을 함께 나눠먹기도 하고 한국어와 필리핀어를 서로 가르쳐 주며 즐겁게 일했다. 그렇게 우리는 코워커가 아닌 친구가 되었고 마치 일터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하는 놀이터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결국 '일'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미 익숙해진 일은 딱히 힘들지 않았고 코워커 친구들과의 관계도 여전히 좋았다.
다만, 모든 것들이 익숙해진 것이 문제였다.
한국에서 못하는 경험을 해본 것도 아니고...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돈 벌기 위해 온 게 아닌데...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고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일은 '일'이었다.
팀홀튼에서의 일은 나쁘지 않았고 함께 하는 코워커들이 너무도 좋았지만
'카페 아르바이트'라는 일 자체를 놓고 봤을 때는 분명히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만둘 수는 없었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돈을 벌어야 하니까,
최소한의 생계비조차 보장되지 않는 워홀러로서 '좋아하는 것'보다 '돈'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최선의 선택지는 '좋아하진 않지만 싫지도 않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1년짜리 외국인 노동자로서 직접 경험을 통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번에는 일이 아닌 '좋아하는 것'들을 통해 꿈을 찾아보기로 했다.
(* 꿈과 행복의 조건을 찾기 위해 달렸던 워홀에 대한 회고가 Part.3에서 이어집니다)
다시 2019년, 지금
돈보다 중요한 건 행복한 일상이야!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로 돈도 벌고 행복하게 살 거야!
철없는 소리, 아직 현실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일지라도, 도전해보는 거야!
만약, 실패와 아픔을 겪는다면
'젊음'이라는 명의가 '시간'이라는 약으로 그 상처를 덮어 줄 테니.
10년 넘게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꿈으로 삼고 싶어 하던 청년은
캐나다에서의 '일'은 '일'이다 라는 교훈을 망각한 채,
패기 좋게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삼겠다며 아등바등 살고 있다.
그리고 결국,
조금씩 실패와 아픔을 겪기 시작하자
캐나다에서의 행복했던 일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조금은 나이가 든 28살 명의를 반신반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