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회계란 무엇인가?
1. 회계란? (회계의 정의)
"숫자로 기록하는 회사의 일기이다."
나는 회계를 “숫자로 기록하는 회사의 일기”라고 정의하고 싶다. 이 정의는 회계에 대한 나만의 정의임을 밝힌다. 회계학 교과서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참고] “특정 경제적 실체에 대하여, 그 경제적 실체와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경제적 의사결정을 하는 데 유용한 재무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 또는 체계”
말이 길고 어렵지? 이 문장에 대한 회계 교과서의 설명은 더 길고 어렵다. (이렇 땐 어떻게 한다? 일단, 무슨 뜻일지 당신이 가진 상식으로 음미해 본다. 웬만하면,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과감하게 패~~스! ※ 앞으로 별말 없더라도 계속 이렇게 하길 바란다.)
① 우리 모두는 아니고(나도 아님), 일부 성실한 사람들은 하루하루의 일상을 일기장에다 적는 것 같더라. 그런데, 회사(법인, 개인사업자)는 성실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반드시 일기를 써야 한다.
② 일기는 일기인데, 나 혼자만 보는 일기는 아니고, 남들에게도 보여줘야 하는 일기라는 점이 좀 특이하다. 여기서 “나”는 경영자나 임직원 같은 회사 내부 사람, “남들”은 정부, 투자자, 주주, 채권자, 기타 이해관계자 등 회사 외부 사람을 말하는데, 심지어 어떤 회사는 아무나 보고 싶으면 볼 수 있도록 인터넷에 올려 두어야 하는 회사도 있다.
③ 이 일기에는 어떤 내용을 써는 걸까? 설마, “오늘 박차장과 김과장이 대판 싸웠다.”와 같은 것까지 써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간단히 말하면, 돈과 관련된 것에 대해서만 쓰면 된다. 좀 유식하게 말하면 “회계적사건”에 대해서 일기를 쓰는 것이다.
[참고] 경제적 사건: 기업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들 중 경제적 가치 또는 의미를 지니는 사건
회계적 사건: 경제적 사건 중에서 회계처리가 필요 and 가능한 사건
[참고] “회사”에 대하여: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사업체는 아무리 매출이 많고 직원이 수백 명이 되더라도, "회사"라는 문구를 상호에 쓸 수 없다. 합명회사, 합자회사, 유한책임회사, 주식회사, 유한회사만 상호에 회사임을 표시하는 문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법인 중에서 저 다섯가지의 법인만 상호에 "회사"라는 문구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법인으로 사업을 하건 개인사업자로 사업을 하건 그냥 뭉뚱그려서 “회사”라고 표현하겠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용어이고, 법인이든 개인사업자든 회계처리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구분해서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괄호로 표시하겠다.
2. 회사는 왜 (회계의 필요성) 일기를 써야 하는가?
법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Tax 전문가로 20년 넘게 일해온 나는 “국가가 세금을 걷어가야 하니까”가 첫번째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회계학 책에서는 정부, 경영자, 종업원, 주주, 채권자, 그 외 이해관계자 등 많은 이들이 회사의 일기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 대하여 장황하게 있긴 하다.
3. 어떻게 (회계처리 방법) 써야 하는가?
일단 회사의 일기를 한번 써 보자.
“오늘 거래처 구매팀장에게서 전화기 왔다. 자기네 팀 회식에 초대를 하고 싶다고. OOO삼겹살집으로 오란다... 그런데, 회식자리가 끝나자 모두들 술에 떡이 되어 쓰러졌다. 나만 살아남았다. 어쩔 수 없이 피 같은 우리회사 돈으로 백만원을 결제했다. 이 우라질 인간들 많이도 처먹었네.”
이렇게 써도 되면 회계가 참 쉽고 좋겠는데... 위의 일기처럼 쓰면 쓰는 나도 힘들고 보는 누군가도 짜증날 것 같다. 회사가 쓰는 일기는 남들에게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자기 마음대로 막 쓰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일정한 기준에 맞게 일기를 쓰기로 하였다. 그 기준을 “회계기준”(주1)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제정신 박힌 나라는 모두 복식부기(주2) 방식을 근간으로 한 회계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여하튼, 회계기준에 맞추어서 위 내용을 일기로 써 보면 다음과 같다. 이렇게 일기 쓰는 것을 “회계처리 한다”고 말한다.
참 간단해 보이지 않는가? 그런데 이런 간단한 것들이 회사에는 엄청나게 많다. 규모가 좀 크다 싶은 회사는 1년에 수천 수만 개씩 이런 일기를 써야 한다.
옛날 사람들은 위 표와 같은 내용을 종이에 손으로 쓰면서, 주판알 튕겨 가면서 했다.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전자계산기로 좀 편해졌고, 엑셀로 신세계를 봤다.
요즘은?
프로그램으로 한다. 물론 저런 내용을 프로그램에 입력하는 것은 사람이 한다. 자동으로 입력되는 부분도 있지만, 사람이 입력하는 부분이 많다. 그 다음은 프로그램이 다 알아서 기억, 정리, 요약, 표 만들기 등등 다 해 준다.
프로그램이 다 하는데, 뭐 하러 회계를 공부하지?
그냥 엑셀이나 워드 배운다 생각하시라. 근데, 뭘 좀 알아야 회계 프로그램 입력도 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난 사장인데 엑셀 같은 걸 왜 배워야 해?
회계의 결과물은 재무제표, 감사보고서 등으로 당신의 책상 위에 올라오고, 큰 회사의 경우는 세상 사람들에게도 오픈된다. 뭘 좀 알아야 그런 결과물의 의미를 이해하고, 회사의 문제점도 파악하고, 투자계획도 세우고, 주주들도 설득하고, 미래 전략도 세우고,... 등등을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상에서 우리는 회계의 정의, 필요성, 회계처리 방법에 대해 빛의 속도로 알아보았다.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는가? "이해가 되는 사람"과 "이해가 안되어도 GO 할 용기가 있는 사람"은 계속 나아가고, 나머지는 여기서 헤어졌으면 한다.
나는 이보다 더 쉽게 쓸 자신이 없기에, 당신의 귀한 시간을 뺏지 않고자, 이 책은 이 정도 난이도의 이야기를 할 것 임을 미리 고백한다.
[주1] 회계기준을 영어로는 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원칙)이라고 하는데, 줄여서 GAAP(갭)이라고 부른다. 회계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것은 한국체택국제회계기준(K-IFRS)와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 두가지가 있다. K-IFRS는 큰 회사들이 적용하고, K-GAAP는 작은 회사들이 적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런 회계기준들이 엄청나게 다른 것이냐? 절대 그렇지 않다. 표현하는 방식이 좀 다를 뿐이다.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으면, 그 어떤 회계기준을 보더라도 그게 그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주2] 복식부기: 위 표와 같이 차변과 대변, 왼쪽과 오른쪽의 둘(복)로 나누는 방식(식)으로 장부(부)에 기록(기)하는 회계처리의 방식을 "복식부기"라고 한다. 복식이 있으면, 단식도 있겠지? 우리나라는 간편장부대상자라 불리는 일부의 개인사업자들에게 단식부기를 허용하고 있다.
1494년 이탈리아 파치올리의 책 “대수, 기하, 비 및 비례총람”이 복식부기를 소개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양보다 100년 더 빨리 고려시대부터 개성상인들이 사개송도치부법이라는 복식부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하는데 확실한 사료가 없어서 우리들만의 주장에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