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미래, 홀로그램

영화 스크린 밖으로 나온 레아공주

  1977년에 미국에서 개봉하여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SF영화의 고전이자 걸작인 스타워즈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보는 사람에 따라 견해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IT분야에 근무하는 필자는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레아공주 장면을 최고로 꼽는다.  

  영화는 상상하는 모든 것을 실감 나게 그려낸다. 영화는 과학기술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꿈을 현실화하도록 열정을 발휘하게 한다. 과학기술의 역사는 인문학적 상상력이 과학기술로 진화하는 과정이다. 그 점에서 스타워즈에서 희망을 전하는 홀로그램 레아공주는 많은 과학자들을 흥분시켰을 것이다. 영화를 보며 과학적 영감을 받은 과학기술자들은 홀로그램 기술 개발에 열정을 불태웠을 것이다. 홀로그래피의 원리는 1947년에 데니스 가보르가 고안하였으나 홀로그램 영상의 조잡성으로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스타워즈 영화에 홀로그램이 소개된 뒤 1983년 마스터카드가 홀로그램을 신용카드에 도입하며 실생활에 활용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새로운 기술로 시장의 관심을 받았으나 시장에서 실패를 한 바 있는 3D TV와 달리 안경을 착용하지 않고도 시각피로나 공간 왜곡현상이 없는 홀로그램은 인간친화형 실감 영상이다. 최근 홀로그램 기술은 보안, 측정, 입체영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면서 미래 성장 가능성이 많은 기술로 조명받고 있다. 세계 홀로그램 시장(‘17~’25년)은 연평균 약 21%의 성장으로 ‘25년 1,162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처: ETRI 2014년).  

  홀로그램의 산업적 중요성이 부각되며 정부는 ‘11년부터 홀로그램 산업 육성방안을 마련하여 홀로그래픽 단말 및 콘텐츠의 원천기술 확보와 홀로그램 신산업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을 지원을 해오고 있다. 또한 차세대 영상기술로 조명받고 있는 홀로그램 기술 표준 선점 및 생태계 조성과 홀로그램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산학련 전문가가 참여하는 홀로그램 포럼이 2015년 10월에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홀로그램 관련 기술개발 주요 지원과제 현황: 출처 한국전자부품연구원>

  그리스어로 전체라는 뜻의 ‘holo’와 정보라는 뜻의 ‘gram’을 합친 홀로그램의 학술적 정의는 실물에 2개의 레이저 빛을 쏘아 난반사되는 빛의 간섭현상을 저장하고 재생하는 기술로 만들어진 영상이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여 보안, 계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홀로그램 기술의 상용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스타워즈 영화에서 본 홀로그램으로 인해 3차원 공간에서 볼 수 있는 3D 입체 영상을 홀로그램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45도 스크린을 활용하여 3차원 공간에 입체영상을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며 공연, 전시, 광고 등에서 활용되는 영상을 유사 홀로그램이라고 부르고 있다. 학술적으로는 홀로그램은 아니지만 유사 홀로그램은 영상의 임팩트와 사실성이 강해 문화산업에서 사업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가 한류스타를 활용한 사업다각화를 위해 한류스타의 홀로그램 영상을 활용하여 공연을 시도하면서 홀로그램은 대중들에게 소개되었다. 이미 고인이 된 스타들을 홀로그램으로 구현하고 컴퓨터 이미지를 활용하여 극적 효과를 내는 시도가 있었다. 국내에서는 노래하는 시인인 국민가수 김광석이 있으며 일본에서는 록그룹 X재팬의 멤버 히데의 홀로그램을 활용한 공연이 유명하다. 한편 KT는 2014년 홀로그램 전용관 ‘K 라이브’를 구축하여 드로잉쇼 ‘렛츠고(Let’s Go!)’, 빅뱅· 싸이·지드래곤 등 JYP 콘텐츠, 넥슨과 게임 ‘메이플스토리’ IP를 기반으로 한 뮤지컬을 상영하며 유사 홀로그램의 사업화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홀로그램을 활용한 공연은 고가의 홀로그램용 프로젝트와 디스플레이를 활용해야 하므로 기존 공연에 비해 제작비가 많이 든다. 아직 홀로그램 공연이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다지 수익성이 확인된 사례는 많지 않다. 따라서 홀로그램을 활용함으로써 더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고 더 높은 티켓비를 받을 수 있을지 과제로 남아있다. 일본에서 캐릭터 가수인 보칼로이드 하츠네 미쿠 홀로그램 콘서트를 열어 유명 인기 가수의 콘서트에 버금가는 성황을 이룬 사례도 있다고 하니 홀로그램 공연의 미래가 어떨지 기대된다.    

  

  공연시장과 달리 신규 제품을 출시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첨단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홀로그램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신규 제품 출시 이벤트에 홀로그램으로 극적인 효과를 주어 광고효과를 최대한 얻기 위해서다. 삼성이 스마트폰 론칭 이벤트를 하면서 홀로그램을 활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벤트에 활용되는 홀로그램은 일회성 소비에 그치기 때문에 홀로그램의 활용이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고 있다. 

  홀로그램을 구현하기 위한 소재의 개발과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전하여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가격이 내려간다면 실감 나는 표현이 가능한 홀로그램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해질 것은 뻔하다. 디지털 홀로그램이 구현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기술과 디지털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기술, 홀로그램 서비스 기술이 필요하다. 5G가 상용화되면 네트워크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디스플레이 기술은 완성도가 매우 낮다. 그러나 언젠가 홀로그램은 홀로그램 소재, 부품 및 디바이스, 소프트웨어, 디지털콘텐츠가 융합된 서비스로 발전할 것은 확실하다. 

  홀로그램은 미래 성장성이 높은데 반해 다른 콘텐츠 분야에 비해 선두주자가 정해지지 않은 미개척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도전적인 청년 과학기술자와 사업가가 홀로그램 기술개발과 사업화에 성공하여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날을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