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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정 Oct 07. 2017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 개발도구

콘텐츠 산업의 생산성은 개발도구의 개발 및 활용 역량에 달려있다.

  인간은 육체적인 나약함에도 불구하고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다.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도구를 활용해서 더 나은 도구를 만들며 과학기술을 발전시켰다.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에서 활용되는 도구를 발명하고 활용하는 나라들이 세계경제를 주도했다.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도 콘텐츠를 제작하는 도구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의 주력산업, 콘텐츠산업


  IT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은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의 세상이 되고 있다. 기계, 전기, 컴퓨터, 인터넷에 의한 산업혁명을 넘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는 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전통적인 농업, 제조, 서비스산업은 콘텐츠가 부가가치의 핵심이 되는 서비스산업으로 변화할 것이다. 농업, 제조, 서비스업에서 활용되는 기계는 저렴한 가격 혹은 무료로 공급하고 산업과 관련된 데이터를 활용한 콘텐츠에서 더 큰 경제적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즉 콘텐츠가 모든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도구의 중요성이 더 증가할 것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도구를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계층이 될 것이다. 


콘텐츠의 공급량을 확대할 수 있는 개발도구 필요

 

  IT기술이 발전하면서 콘텐츠는 디지털 기기 및 저작도구를 사용해서 생산되어 디지털미디어를 통해 유통되고 다양한 IT 디바이스를 통해 소비된다. 그래서 2015년 디지털콘텐츠 시장이  전체 국내 콘텐츠 시장(99조 원)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2009년의 24%와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디지털콘텐츠는 인터넷, 모바일 등 네트워크 기술, 컴퓨터, 스마트폰, HMD 등 디바이스 기술 및 플랫폼 기술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콘텐츠 시장은 CPND (C:콘텐츠, P:플랫폼, N:네트워크, D:디바이스 )가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되어야만 성장한다. 다양한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함으로써 콘텐츠 제작기간 및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야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콘텐츠는 량이 질을 좌우하는 시장이다. 콘텐츠의 경쟁력은 창의성에서 나온다. 그러나 콘텐츠는 개인의 주관적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성과를 미리 추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콘텐츠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유명한 감독, 배우, 스텝이 모여 엄청난 제작비를 투자해서 만든 영화도 흥행에 참패를 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에 무명 감독이 아마추어 연기자와 함께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지만 대중의 인기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콘텐츠는 사업타당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어려워 위험이 큰 산업이다. 콘텐츠의 유통채널이 제한적이었던 과거에는 시장의 전문가들이 콘텐츠를 결정하고 유통해왔다. 그러나 최근 IT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콘텐츠들이 고객에게 전달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졌다. 시장의 지배자였던 골리앗이 다윗의 돌팔매를 두려워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콘텐츠 제작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도구의 개발은 중요하다. 


  디지털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만들고자 하는 디지털콘텐츠를 기획한다. 기획한 내용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를 실사로 촬영하거나 컴퓨터를 이용하여 제작한다.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 상호 연결을 지원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짠다. 프로그램의 상호작용을 계층화하여 프로그램의 효용성을 높인다.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편집 과정을 거쳐 콘텐츠는 완성된다.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만든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와 컴퓨터 프로그램 들을 구조화 하여 다시 재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도구를 일컬어 아키텍처, 프레임웍, 저작툴, 엔진 등으로 부르고 있다.


  최근에 콘텐츠들이 플랫폼에 의해 유통되고 소비되면서 플랫폼 사업자들은 다양한 콘텐츠 제작도구를 개발하여 콘텐츠 공급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콘텐츠 공급자를 플랫폼으로 유인하고 유지하기 위해 도구의 개발 및 관련 기업의 M&A 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매출이 급격하게 상승한 이유를 분석해보니 숙소를 공급하는 사람들이 숙소를 소개하는 사진을 쉽게 편집하여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콘텐츠 저작도구가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이 된 사례이다. DVD 대여점에 불과했던 넷플릭스(Netflix)가 연매출 4조 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콘텐츠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빅데이터, 네트워크 처리를 할 수 있는 도구들을 개발하고 활용했기 때문이다.  


구글의 경쟁력은 개발도구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이 저작도구를 개발하여 판매하는데 노력해왔다. 대표적인 기업이 나모인터렉티브다. 인터넷이 막 소개되어 웹사이트가 유행처럼 만들어지던 1995년에 창업하여 웹에디터, 이미지편집툴 등을 개발하여 판매해왔다. 그 외에도 이러닝콘텐츠, 게임 기업 및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연구소들이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활용하는 도구들을 개발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저작도구는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반도체, 조선, LCD 패널 등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하는 제품이 다수 있지만 소프트웨어, 콘텐츠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도구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필자가 실리콘밸리에 근무할 때 구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만나서 구글은 어떻게 세계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구글은 소프트웨어 도구를 잘 만든다.’라고 했다. 그는 구글의 엔지니어가 더 창의적이어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충분한 시간과 예산이 주어지기 때문에 도구를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구글의 엔지니어들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다시 재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알고리즘화하여 도구로 개발한다고 한다.  다른 엔지니어들이 이렇게 개발된 개발도구들을 이용하여 더 활용성이 높은 도구를 만들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 생산성이 높다고 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생산성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도구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이 표준화되고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삼성에서 근무하다가 구글에 입사한 교포 엔지니어에게 들은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환경은 구글에 비해 너무 열악했다. 그는 구글에서 인정받는 엔지니어로 성장하고 있지만 삼성에 근무할 때는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없었다고 했다. 개발기간을 승인받는 과정에서 임원이 개발기간을 반으로 자르고 또 개발팀장이 반을 잘라서 항상 밤낮으로 일해야만 납기일에 개발을 완료할 수 있다고 한다. 납기일에 개발을 완료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환경에서는 구글의 엔지니어처럼 재활용이 가능한 수준의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없다고 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도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을 구조화해야 하므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납기에 쫓기는 개발환경에서는 도구를 개발하기 어렵다. 다그치고 몰아세우면 성과를 내던 산업화 시대의 기업문화가 여전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콘텐츠 산업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에서 활용되는 도구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도구 개발에 도전하는 청년들을 바라며!


  요즘 3D 기반의 콘텐츠 개발도구로 에픽게임스의 ‘언리얼 엔진’과 함께 유니티(Unity)가 대세다. 유니티(Unity)는 2002년 덴마크 개발자였던 니콜라스 프렌시스가 개발자를 위한 사이트의 게시판에 게임 개발 방법에 대한 질문을 올리면서 공동창업자 요하킴 안테와 데이비드 헬가손과 함께 의기가 투합하여 게임 개발도구를 만들게 되었다. 2016년 유니티의 기업 가치는 15억 달러, 직원은 1천여 명이며, 등록된 사용자는 약 550만 명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의 개발자에게도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하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면 세계적인 도구를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손도끼로 나무를 자르는 사람과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는 사람의 생산성의 차이는 엄청나다. 이렇듯 도구는 생산성에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 더 나은 도구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한 투자를 해야 한다. 앞으로 농업, 제조업, 서비스 산업에서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다양한 콘텐츠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미래 콘텐츠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니콜라스 프렌시스와 같이 도구 개발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청년들이 필요하다. 열정적인 청년들이 맘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대기업은 제값을 주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청년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 기반의 서비스들이 국내 시장에서 선도적으로 사업화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세 박자가 잘 갖추어진다면 국내 콘텐츠 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 경제의 효자산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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