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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정 Oct 20. 2017

철학하는 콘텐츠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의 융합은 철학으로부터 나온다 

  빅뱅에 의해 우주가 탄생하고 불타는 지구가 자리를 잡아 혼돈의 시간을 거쳐 생명이 탄생했다는 것은 과학적 정설이다. 우주, 지구, 인간의 근원을 밝히는 것은 과학적 연구에 의존했지만 그런 과학도 존재의 본질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철학에 의존한 바 크다. 태초의 생명은 자기의 근원을 찾아 생존과 번식을 위해 사고하고 행동했다. 이렇게 외부의 자극에 사고와 행동하는 메커니즘은 인간을 철학적 인간으로 발전시켰다. 


  철학은 인간 행위의 근원적 본질을 찾아가는 학문이다. 콘텐츠는 인간의 고차원적인 욕망인 의미와 재미를 담은 그릇이라는 면에서 철학은 콘텐츠산업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미래 주력산업으로 성장할 콘텐츠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철학적 기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지만 그 연결의 중심에는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철학은 의심하고 비판하는 탐구에 의존하지만 현상의 근원이 되는 신은 누가 창조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인간의 인지능력으로 도달할 수 없는 신비한 자연의 세계를 목격한 인간은 절대적인 힘을 가진 신들의 세계인 신화를 창조했다. 신화로부터 발전한 종교는 철학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 물음을 초월적 깨달음인 믿음에 의존하며 감각하지 못하는 존재의 본질과 사후세계를 설명한다. 신화는 철학, 과학기술, 문화예술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천주교, 기독교 등 서양의 종교와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등 동양의 불교로 발전되었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 중국의 공자, 맹자, 묵자, 순자와 같은 널리 알려진 학자들에 의해 삶의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찾는 철학은 학문으로 발전했다. 


                                                    (그림출처: 대논쟁 철학배틀, 다산초당 2017)  


  고대부터 철학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관념론과 유물론 즉 생각이 자연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논쟁해왔다. 합리적으로 추론하는 이성이 중요한가, 실재 감각하는 체험이 더 중요한가에 대한 논쟁이다. 초기 철학은 관념론에 의해 발전되어 왔으나 시대적 관념을 주도하던 봉건적·보수적 부르주와의 부패에 반발하며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물론이 출현되게 된다. 유물론은 관념적인 부르주와에 의해서가 아니라 노동자, 농민인 프로레타리아에 의한 혁명으로 이상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공산주의·사회주의 사상적 기반이 된다. 서양의 철학은 현대에 이르러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자유주의에 천착했다. 자유주의 사상가인 존 로크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미국은 세계적인 강자로 부상하며 콘텐츠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쾌락의 량과 질로 개인의 자유를 강조한 제레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적 사상과 권력과 부를 독점한 세력을 지지하는 로버트 노직 하버드 교수의 자유지상주의는 미국이 경제적 부를 축적하고 현대 문화 미디어산업을 주도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자유주의적 철학을 수용한 미국 사회는 개방된 토론과 논쟁이 장려되었기 때문에 창의성에 기반을 둔 혁신적 산업을 태동시켜 세계 경제대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중국이 세계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동양철학의 발원지일 뿐만 아니라 젊은 청년들이 주도한 공산주의 문화 대혁명을 거쳐 직위, 계급, 나이, 부를 떠나서 자유롭게 토론하고 비판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도 단군신화로부터 시작하여 불교, 유교, 도교, 천주교, 기독교 등 외부 종교의 영향을 받으며 우리나라 고유의 불교, 유교 사상 체제를 구축해왔다. 조선조에서는 삶의 이치를 찾기 위한 관료와 학자들 간의 끈질긴 논쟁은 관료와 학자들 간 파벌을 형성하며 국가와 사회가 분리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권력을 잡은 파벌에 의해 다른 생각을 가진 많은 학자들을 죽이는 기묘사화와 을사사화가 발생하기도 했다. 조선조 후기에 이르러 조선의 사상인 주자학, 성리학에 반기를 든 실학과 동학사상이 출현했으며 일제 식민지 시대의 민족주의에 뿌리를 둔 애국계몽사상으로 발전했다. 일제로부터 해방되면서 북한은 마르크스-레닌 철학에 기반 한 주체사상으로 남한은 실존주의를 비롯한 독일 관념론에 의한 철학적 사조를 취한다. 60년대 이후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존 듀이의 실용주의를 받아들이고 산업화의 부작용으로 70년대 후반에 지식인에 의해 시작된 실천철학이 노동자와 농민으로 확산되어 80대부터 민중민주주의 사상이 뿌리를 내린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급속한 산업화의 부작용으로 지나친 물질 선호 사상이 사회 깊이 뿌리를 내리면서 우리나라는 깊은 철학적 의식의 부재로 인해 패스터 팔로워(Fast Follower) 산업에서 창조적 가치로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터 무버(First Mover) 산업으로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언뜻 보기에 소모적인 이러한 철학적 논쟁은 쓸데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철학적 논쟁은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이 융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콘텐츠 산업의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홀로그램 등과 같은 실감 기술로 인해 인간의 감각보다 더 실감 나는 디지털 체험이 가능해지고 있다. 철학적 논쟁으로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발전시키며 인간의 진화를 도왔다.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의 번영은 다시 인간의 철학적 소명을 자극하여 철학의 발전을 지속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현시대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부가가치를 혁신하는 융합의 시대이다. 다원화되고 복잡해진 현대에서는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을 융합할 수 있는 철학이 없이는 콘텐츠산업을 주도할 수 없다. 철학의 발전은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가능한 문화적 토양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왜곡된 유교의식으로 인해 여전히 직위와 나이, 부와 권력에 경직된 조직문화로 자유로운 소통이 안 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은 인간의 숨겨진 욕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창조적 산업이기 때문에 국민적인 철학적 논쟁이 장려되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콘텐츠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철학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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