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래 창조적인 활동을 하도록 태어났다.
사람들은 태어나서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조활동을 하면서 산다. 그러나 창조의 형태인 창작과 창업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창작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인간은 일을 한다. 시를 짓고 소설 등 글을 쓰거나 춤을 추고 그림을 그리는 등 문학예술분야뿐만 아니라 물건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간의 모든 행위는 창작이다. 창작이 고유한 자신을 밖으로 표출하여 재미, 아름다움과 효율을 추구하는데 집중하는 것이라면 창업은 창작을 기반으로 하되 다양한 사람을 조직화하여 공동의 목표를 이루어 가는 것이다.
창업가가 필요한 시대
최근 현 정부가 창조경제를 정책기조로 하면서 창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고 있다. 창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던 기계·중공업, 해운·조선, 석유화학 등의 분야에서 중국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런 산업분야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잃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기존의 전통적인 일자리들이 줄어들고 있어 청년들의 실업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 중에 있다. 최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12%대로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다. 이러한 실업률 통계에서 빠지는 취업준비자만 해도 60여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콘텐츠, 바이오와 같은 신기술 분야의 지식기반의 산업에서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창업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창업을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기존의 일자리들이 사라지고 있어 국민들이 취업할 수 있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 시장에 많은 일자리가 공급되면 취업하고 경험을 쌓아 창업하여 다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경제가 구축되기 때문이다.
탁월한 창작능력을 가졌다고 해서 창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창업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
창작역량은 탁월하지만 창업역량이 없는 사람들은 기존의 회사에 취업을 하거나 프리랜스로 활동하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자신의 창작능력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창작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창작자들을 조직화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은 창업을 하는 것이 더 좋다. 모든 사람들이 가진 창작능력을 통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창업가들이 중요한 시대이다.
창작과는 다른 창업의 세계
창작에는 성공하지만 창업에는 성공하지 못한 사례가 많다.
창업은 창작과는 다른 역량이 요구된다.
서양 미술가 중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인 빈센트 반 고흐는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그림을 창작했다. 그러나 그의 생전에는 거의 작품을 팔지 못해 가난하게 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운의 화가이다. 그가 사망한 후 11년 만에 그림이 전시되면서 그의 그림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어 그림시장에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었다. 하지만 당대에는 경제적인 부를 얻지 못하고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에 피카소, 엔디 워홀의 경우는 살아있는 동안 수 조원의 미술시장을 만들어내었다. 피카소는 “예술은 돈이다”라고 말을 했는데 이는 예술도 새로운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는 창업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메릴닌 먼로’ 작품으로 유명한 앤디 워홀은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모두 기술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며 아예 작업실에 ‘공장’이란 이름을 붙이고 100여 명의 보조인력을 고용하며 창작가와 창업가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 국내 대표적인 예술가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백남준 씨도 ‘예술은 사기다’라며 예술의 상업화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아무리 창의적인 예술도 창업가의 손을 거쳐야만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화콘텐츠를 개발하여 창업하는 창업가들을 보면 창작역량은 높은데 창업역량이 낮아 창업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창작가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는 등 미를 창조하는 예술 활동에 집중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창작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고객을 관찰하고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활동을 잘 하지 않는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고객의 비평에 대해 오히려 ‘당신 같은 수준의 사람에게는 안 판다!’라는 식으로 예술가의 고집을 부리며 배를 주리고 사는 것이 아름다운 예술가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창작자들이 만든 제품이 고객의 사랑을 받는 제품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객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와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창업자는 이런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잘 해야 한다. 세상에 있는 직업 중에 가장 힘들고 고단한 직업이 창업가, 경영자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조직에 소속된 직원들은 상사의 맘에만 들면 되지만 창업가를 포함한 경영자는 내부 직원뿐만 아니라 공급사, 투자사, 유통업체, 고객 등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람 관계만큼 어려운 게 없다는데 이렇게 많은 이해관계자와 얽혀 있으니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다.
창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창업을 할 수 있는 성품을 가진 사람이 하는 것이 좋다. 우리 사회에는 창업은 위험하기 때문에 대부분 부모들은 자기 자녀들은 창업을 하지 않길 바란다. 기존에 잘 나가는 기업에 안정적으로 취업해서 안전하게 생활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창업은 위험하지만 관리될 수 있으며 창업활동을 통해서 개인의 역량이 발전하기 때문에 무작정 자녀들의 창업을 말리는 것은 맞지 않다. 오히려 창업을 말리기보다는 취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는 창업에 맞는 성품을 가졌는지, 창업의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치밀하게 창업역량을 갖추어 적극적으로 창업하도록 도와준다면 창업은 위험하지 않다. 특히 21세기는 기존의 안정적인 기업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계속 제공해주지 않는다. 따라서 자신의 성향이 창업에 적합하고 창업을 위한 역량이 준비되어 있다면 창업이 취업보다 덜 위험하다.
필자는 cel벤처단지 (문화콘텐츠 창업/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5년 말에 정부에서 조성)에 입주한 창업기업들을 보면 창업한 지 1년 정도가 지났지만 여전히 창작자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창업가들이 많이 있다.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있지만 그림 그릴 수 있어서 춤출 수 있어서 연주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예술가는 자신의 고집대로 아름다움과 재미를 추구하며 살아도 된다. 단 배를 주릴 위험이 있지만. 그러나 창업가는 창작 단계를 넘어 일자리를 만드는 단계로 성장시켜야 한다. 창작자가 창업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나의 그림, 춤, 노래, 연주가 많은 사람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도록 사람들을 연결하고 투자를 받아오고 대중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지속적으로 살펴 팔릴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기업의 세계
창업가로 성공했다고 해서 기업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창업은 작은 조직으로 출발하기 때문에 조직 내부의 갈등이 창업가의 열정과 리더십에 의해 잘 관리된다. 그러나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창업가의 생각이 직원들에게 전달되지 못한다. 조직의 운영이 체계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 결국 지속적인 성장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창업가들의 역량은 열정과 패기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고객을 발굴하는 것이다. 반면에 기업가들은 다른 새로운 경쟁자들이 자신의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안정적인 내부 조직의 운영과 기존 고객들을 관리하면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위해 혁신할 수 있도록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다.
구글을 창업했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창업한 후 3년이 되는 시점에 선 마이크로시스템 CTO를 거쳐 리눅스 업체인 노벨의 대표였던 에릭 슈미트를 CEO로 영입하였다. 그는 구글에 초기에 투자를 했던 벤처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의 존 도어의 권유로 창업기업에 합류했다. 그는 자신의 20년간 경험과 네트워크를 회사의 운영에 발휘하여 젊은 두 창업가와 함께 구글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기여했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성장단계에 맞는 전문가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의 성장단계에 맞게 창업가도 변신하지 않으면 기업가로 성공하지 못한다. 창업가와 기업가가 가져야 하는 성품도 다르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시장을 개척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큰 규모의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보다는 창업가로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좋다. 창업가도 기업을 운영하면서 경험과 연륜을 쌓아가면서 기업가로 변신해야 자신이 창업한 회사의 운영을 할 수 있을 자격이 있다. 이미 큰 대기업으로 성장 한 뒤에도 창업 초기의 열정으로만 밀어붙이면 실패할 위험이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20대에 창업한 뒤 기업가로 변신을 하는데 실패하여 자신이 고용했던 전문가에게 축출되었다. 창의력과 열정은 대단했지만 많은 사람들을 통합하여 큰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애플의 이사진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픽사를 창업해서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후 40대에 다시 애플에 복귀해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튠즈 등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며 애플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사업구조가 복잡하고 조직이 큰 조직을 운영하려면 창업가와는 다른 기업가의 역량이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다.
창업가가 기업가로 성장하려면 기업가가 갖추어야 하는 자질과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취업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원->중간관리자->임원->대표이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할에 맞는 자질과 능력이 요구된다. 아무리 창업에서 중간관리자에서 성공한 사람도 새로운 옷으로 바꿔 입지 못하면 기업가로 경영진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창업기업도 초기에 반짝 떴다가 망하는 회사들이 많다. 회사의 성장에 맞도록 창업가들이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직이 커지면 R&D, 생산, 품질관리, 마케팅을 실행하는데 창업가와는 다른 경영자로서의 자질이 요구된다. 창업가들이 작은 조직을 운영할 때와 같은 방법으로 회사를 운영해서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된다. 창업가의 직무와 기업가의 직무는 다른 성향을 요구한다. 따라서 창업가는 회사의 성장과 함께 기업가로 변신하든지 아니면 새로운 창업에 도전하는 것이 행복한 성공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