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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계의 최고봉

잘하는 것 : 알람 듣고 모른 척 하기

by 겹겹 틈일기
알람이 고생이 많다.

인간은 어디까지 게으를 수 있을까?

아니! 나 자신은 어디까지 게으르려고 할까?


나는 무척 게으르다.

게으름이 생활화되어 있다.(부지런함이 생활화되어 있어도 모자랄 판국에 말이다.)

살면서 부지런했던 적은 20대 초반에 고향을 떠나 먼 타지인 서울에서 생활했을 적 말고는 딱히 없다.


예전부터 내가 게으름계의 최고봉 일 것이라고 생각을 하긴 했었다.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본가에 다시 돌아왔을 때는 게으름이 최고조로 발동되어 쉬는 날이면 침대 밖을 벗어나지를 않았는데, 당시까지는 ‘내가 본가에서 편하게 살아서 그렇구나’ 생각했었다.

허나, 본가를 나와 살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게으르다.

그냥 게으른 사람이다.


요즘은 식사를 하고 그릇을 개수대로 옮기는 일이 그렇게 귀찮아서 몇십 분을 휴대폰 보면서 시간을 끄는지 모르겠다.

잠깐이면 될 것을 말이다.


이 게으름 병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부터 발동을 한다.

알람을 여러 수십 개를 맞춰 놓고 들리면서도 절대 단번에 일어나지 않으며, ‘5분만, 5분만…!‘ 하다가 30분~40분이 지나서야 침대 밖으로 발을 뻗는다.

결국 출근 시간이 임박할 때쯤 대문을 박차고 나오며, 이런 매일 아침이 너무나도 스트레스받지만 간신히 늦지 않고 도착은 하기에 이 스릴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게으름 병 중 하나는 청소 등한시이다.

청소로 인해 안 좋았던 기억도 전혀 없는데 청소만 생각하면 몸에서 두드러기가 올라올 것 같다.

(실제로는 청소를 안 해서 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오겠지만)

청소와는 떼려면 뗄 수 있는 사이라면 떼고 싶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부지런히 살자는 마음을 어쩌다 가지게 되어 청소기도 잘 돌리고, 분리수거도 잘하였는데 어느 순간 손을 완전히 놓게 되었다.

게으름 바다에 허우적거리며 살다가 간간히 청소 feel 받는 날이면 청소를 한 번에 하기도 한다.

열심히 그리고 깨끗이 살고자 하는 마음은 정말 어쩌다 한번 간간히 생기기에 흔치 않은 날이다.


대게 바쁘게 일하고 온 날이면 집에서 더더욱 움직이기가 싫다.

청소를 하였던 날은 어디선가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었던 날이었을 것이다.

어떤 것이 나를 움직이게 했던 것인지 그때 잘 파악해 뒀다면 게으름의 연속인 나날들을 조금은 덜 보낼 수도 있었지 않을까 싶다.


게으른 생활을 청산해 보고자 이번에 생긴 6일의 연휴 동안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보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마음먹은 다음 날 아침부터 그 마음은 온대 간대 없이 사라져 버렸다.

분명 알람을 듣고 평소보다 이른 아침인 오전 6시에 잠깐 의식이 깨어있었지만 ‘5분만 더 눈감고 있어야지’ 하다가 5시간을 더 자고 일어났다.

5분을 300번 더 보내버리고 눈을 뜬 것이다.

여전히 잠에 취해있는 내 모습을 보며 ‘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구나’ 생각했다.

그러면서 또 침대 위로 다이빙 하였다.


매번 성공 관련 서적이나 유튜브 영상은 잘 찾아보고 읽으면서, 성공으로 이끈 그들의 패턴을 따라 하지조차 못한다.

성공은 나에게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게으름과 의지박약으로 내가 스스로 멀리 하고 있다는 것을 많은 게으른 경험 끝에 생각하게 되었다.


여전히 게으르고 늦잠을 사랑하며,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봐야만 깨닫는 사람이지만 명절 당일인 내일은 정말로 새 마음, 새 뜻으로 동트기를 내가 먼저 기다려보려 한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실행하여 부지런계의 샛별이 되어보자고.

떡국 먹으면 한 살 더 먹어야 하니, 이제는 정말 어른이

되어보겠다.


언제까지나 게으를 수 없다!!!


과연 내일 내 아침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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