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의 업데이트가 기다려지는 이유
개인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참 좋아한다. 페이스북에 인수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인스타그램은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자주 사용하는 모바일 서비스 중에 하나이다. 원래 사진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 직업의 특성상 이 서비스가 초기의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으면서도 지속적으로 기능과 흥미를 더해가는 것을 보는 것 또한 너무 즐겁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한다면, UX 전략은 이런식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일종의 가르침을 준다고 해야할까? 최근의 몇 가지 업데이트에서도 그런 면면을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의 썸네일뷰에서 원하는 사진을 자세히 보는 방법은 썸네일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탭하고 화면을 전환해서 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하지만, iPhone 6S에 3D터치가 들어오면서 3D터치를 이용한 미리보기도 함께 제공해주었다. iOS에서 3D 터치의 가장 주된 쓰임새는 미리보기이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3D터치 기능이 없는 단말에서도 미리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롱탭을 통한 미리보기를 함께 제공한다. 3D터치와 롱탭의 차이는 단지 물리적인 피드백 - 더 정확히는 촉각에 의한 피드백만 해당함 - 을 제공하느냐의 여부이지, 기능상의 차이는 전혀 없다.
인스타그램은 얼마전, 멀티계정을 허용했다. 인스타그램의 피드 스타일을 아주 크게 세 부류로 나눠보면, 하나는 자신의 시시콜콜한 일상이 올라오는 피드, 하나는 자신의 취미(사진, 커피, 음식 등) 위주의 피드,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사진이 주를 이루는 피드 - 허스타그램의 진원지? - 하지만, 이 세 유형의 피드가 하나로 섞이기는 쉽지 않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서로 다른 유형의 컨텐츠를 하나의 피드에 섞고 싶지 않다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이런 고민이 깊어지고 있을 때 즈음, 인스타그램은 멀티계정을 이용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어설프게 계정내에서 피드를 분리한다던가 하는 조잡한 방식을 택하지 않고, 정말 간단하게 계정을 추가할 수 있도록 허용을 한 것이다. 그리고는, 계정을 전환하는 방식을 기가 막히게 풀어냈다.
하나는, 정보구조 상에서 흔히 예상할 수 있는 "마이페이지" 내에서의 전환이다. 마이페이지를 통하면 계정전환 뿐만 아니라, 계정도 쉽게 추가할 수 있다. 하지만, 한가지 단점은 화면 전환도 많을 뿐만 아니라, 모바일 기기에서 꽤나 귀찮은 손가락의 이동 동선도 길어진다. - 그것도 화면의 가장 하단에서, 가장 상단으로. -
그래서, 인스타그램은 한 가지 방법을 추가로 제공한다. 위에서 언급한 3D터치 - 당연히 롱탭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 를 이용한 방법이다. 그리고, 마이페이지 제공하던 계정 추가 기능은 빼버렸다. 하지만, 어포던스가 부족하다고? 맞는 말이긴 하다. 안타깝게도 3D터치나 롱탭을 이용해서 계정을 전환할 수 있다는 방법을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 멀티 계정을 추가한 사용자에게 인터랙티브 가이드로라도 알려주면 좀 더 유용했을텐데 말이다. 그런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어찌됐든, 이로써 화면 전환, 손가락 이동 동선이 거의 없이 빠르게 계정간 전환을 할 수 있게 됐고, 피드를 더럽(?)히지 않고 사용하고픈 사용자들의 고민을 해결해주었다. (쓰다보니 흥분해서 말이 많아짐...으흠)
아주 최근에 의미있는 기능 업데이트가 있었다. 댓글에서 바로 DM(Direct Message)를 보낼 수 있도록 제공한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댓글 작성창에서 좌측의 "우로이동(?) 아이콘을 누르면 댓글 대신 해당 계정의 주인에게 DM을 발송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의 내 피드에서 DM을 보내는 방식이나 DM을 보낼 사람 계정으로 굳이 들어가서 보내야했던 것에 비해 훨씬 더 쉬워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어포던스가 부족한 문제점은 여기서도 나타난다. 일단, 내 피드에 위치하고 있는 DM 아이콘과 "우로이동" 아이콘에서 동일한 기능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 없다. 그리고, 모든 플랫 디자인에서의 문제점인 "누를 수 있다."를 눈치채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기존의 DM을 사용하기 어려웠던 문제점은 인스타그램답게 깔끔하게 해결했다.
아마도 가장 최근의 업데이트가 아닐까 싶다. 인스타그램은 업로드 가능한 동영상 시간을 1분으로 늘리면서, 그 후속 업데이트로 여러개의 동영상을 하나의 동영상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기능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여기서도 그들은 냉정함을 유지했다. 물론, 여러개의 동영상을 하나로 편집하는 기능이 유용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하나의 동영상을 올리는 사용자보다는 적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 - 판단에 사용한 근거는 물론 있겠지만, 얼핏(?) 생각해봐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 그런 사용자들을 위해 기본적인 플로우는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해서, 하나의 동영상을 빠르게 보정해서 올리는데 전혀 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는, 여러개의 동영상을 편집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트림(가위모양 아이콘) 메뉴 아래에 동영상을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멋지고 유용한 기능을 추가하면서도 기존 사용자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는 합리적인 모습에 진심 박수를 쳐주고 싶다.
2016년 4월 인스타그램의 월간 액티브 계정의 수는 4억개이다. (페이스북은 16억, 트위터는 3.2억) 페이스북에 비하면 꽤 적은 수치이지만, 그 어떤 서비스보다 많은 활성 계정을 보유하고 있는 서비스이다. 사용자 수가 많은 만큼, 서비스나 기능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많을텐데도 불구하고 서비스의 컨셉과 사용성을 한결같이 유지하면서도 필요한 (혹은 사용자의 요구에 맞는) 기능을 지속적으로 추가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런 호기심에서 언젠가 인스타그램의 정보구조(Information Architecture)를 그려본 적이 있었다. 전세계의 수많은 사용자가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라고 하기에는 그 구조가 정말 간결하고 명확했다. 굳이 화면을 보지 않고도 서비스의 컨셉과 구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기능이 추가될 때도 - 특히, 레이아웃과 부머랭을 외부앱으로 제공한 것이 대표적 - 그 간결하고 명확한 구조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많은 모바일 앱 아이콘의 디자인이 플랫 디자인의 트렌드를 따라 갈 때도 여전히 초기 아이콘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 만큼이나 그들의 정보구조도 변하지 않고 있다. 환경의 변화, 사업모델의 확장, 그리고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 반영 등을 이유로 서비스의 구조뿐만 아니라 앱을 두 개(Swarm과 Foursquare)로 분리해버리고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포스퀘어와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작년, 잠시 UX 교육의 멘토링을 맡아서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친구들에게 정보구조를 그려보고, 최대한 정보구조안에 서비스의 컨셉을 반영해보라고 요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정보구조에 서비스의 컨셉을 반영하라는 의도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해는 했어도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은 정보구조를 단순히 컨텐츠나 기능을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작업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문제는,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것의 기준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 기준이 없이 구성된 정보구조는 흔히 얘기하는 모래위에 성을 짓는 것과 다를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최근 UX 업계의 동향은, 빠르게 화면을 구성하고, 테스트하고, 다시 화면을 수정해나가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이러면서 꼭 필요한 정보구조의 단계마저 빠르게 지나가버리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UX디자인 활동의 범위가 많이 넓어졌지만, 흔히 UX디자인을 디지털 세계에 건물을 짓는 것에 많이 비유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보구조설계는, 건축설계도면과 비교될 수 있는 활동이다. 명확하지 않은 건축설계도면으로 건물을 짓는다고 생각해보자. 아니면, 건물의 용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려진 도면을 상상해보자. 분명히, 건물을 짓는 동안 수십번 변경이 될 것이고, 기간은 늘어나 완성된 건물은 제 용도를 찾지 못할 것이 너무나 뻔하다. 모바일 앱과 같은 디지털 서비스가 건축물과는 다르게 생성되고 소멸되는 주기가 짧은 것은 사실이지만, 디지털이 우리의 생활에 점점 밀접해지는 것을 생각해보면 최근의 트렌드가 그렇게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디지털 서비스를 만드는데 있어서 정보 구조를 설계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제공하려는 서비스의 컨셉을 정보 구조만으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하고 명확하게 설계할 수 있다면 정량적인 데이터가 없이도 수많은 결정의 순간에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기준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