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묻지 않은 순수한 것들과 마주할 때

#10. 알바니아 지로카스터르

by bonita


지로카스터르의 첫인상은 거칠었다.

아무래도 의사소통하는 게 쉽지 않아 표현이 서툴렀던 모양이다.

아침이 밝자 거칠었던 첫인상은 따뜻하고 정겨운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어딜 가나 누가 먼저 인사해도 어색하지 않고,

물어보지 않아도 먼저 다가와 도움을 건네고,

낯선 사람을 외면하기보단 먼저 웃어 보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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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진 않지만,

엉성하고 투박한 모습들이

순수하고 인정 넘치는 그들의 마음을 더욱 여과없이 전달해주고 있었다.


새벽에 만난 레디가 일한다던 바에 도착했다.

지로카스터르의 경관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높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놀란 듯 반갑게 맞아주는 레디.


순간의 짧은 인연도 놓치지 않고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가는 고마운 사람들 덕에

나는 점점 더 지로카스터르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곳에선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오랜 친구이자 잊지 못할 선물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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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기억해주고,

나를 기억해주고,

한국을 기억해주는 사람들.

때론 가장 작아 보이는 것이 가장 커다란 것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들이 건네주는 소소한 고마움이,

지로카스터르의 일상을 여행하는 내내 나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나는 지금, 낯선 곳에서 익숙한 정겨움을 느끼고 있다.

나는 지금, 그들의 일상을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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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아는 유럽에서 최빈국에 속한다.

경제적인 지표는 그들을 최빈국이라 표현할지 모르지만

그들의 마음만큼은 최빈국이라는 표현에 어울리지 않는다.


진부한 얘기일지 모른다.

하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직접 느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분명 다르다.


못 사는 나라일수록 아이러니하게도 행복지수가 높다는 기사를 볼 때면,

'그래, 돈이 전부는 아니지'라고 하면서도 그게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들은 왜 행복하고, 어떻게 행복한 걸까.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지 못함에도 어떻게 그들의 마음은 그토록 풍요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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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에 대한 답은 물어보지 않아도

그들의 표정과 미소가 이미 그 답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들은 어제와 내일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고 있었다.


오늘을 살 수 있음에 감사하고,

오늘이기에 허락된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경쟁도, 비교도, 성공도, 실패도,

정해진 기준과 틀에 맞춰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지 않고

스스로 존재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표현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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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인 사회, 정치, 문화적인 차이도 분명 존재하고,

모든 나라에 다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후회없이 살아가는 그들의 삶과

거짓이 아닌 진심이 담긴 미소를 남에게 조건 없이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가 이곳에 있음을 감사히 여기기엔 충분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순수한 곳에서 순수한 사람들과 함께

내 모습, 내 생각, 내 감정 그대로를 보여주는 하루를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오늘.

지로카스터르의 하루는 더없이 짧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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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s to Ledi,

Thanks to Alex,

Thanks to Gjirok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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