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알바니아 베라트
베라트의 아침은 고요하다.
맑고 깨끗한 베라트의 공기를 느끼기 위해 조깅을 할겸 이른 아침 밖을 나선다.
운동화를 신고 투박한 돌길을 내려간다.
또다시 올라가려면 힘든 걸음을 해야겠지만 내려가는 이 순간만큼은 가뿐하다.
베라트의 도시는 마치 과거와 현재가 나뉘어 공존하는 곳과 같다.
한쪽은 천 개의 창문이라 불리는 예스러운 돌로 지어진 집들이 즐비해있고,
또 반대쪽은 탁 트인 현대적인 느낌의 메인 거리와 잘 가꾸어진 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공원을 끼고 걸으며 아침 공기를 마셔본다.
상쾌하다.
이른 아침, 공원에 앉아 계시는 할아버지 몇 분.
평온하고 한적한 베라트의 아침 향기를 한층 짙어지게 만든다.
베라트의 아침 햇살을 맞으며 뛰다 보니
등허리에 슬며시 땀이 맺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작은 마켓에 들러 물을 한 병 사들고 언덕을 다시 오른다.
작은 몇 걸음이지만 베라트의 아침을 온몸으로 흠뻑 느낀 것만 같아 걸음이 가볍다.
점심때가 되자 슬금슬금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온다.
어느새 하늘은 까매지고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또다시 비가 오려나보다.
벌써 이틀 내내 보는 소나기.
생각보다 비가 많이 오는 곳인가 보다는 생각을 하며 밖을 내려다본다.
마을과 거리가 고요하게 잠든 듯하다.
이내 시원하게 퍼붓던 비가 서서히 그친다.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개고, 구름은 하얗게 피어오른다.
사람들이 하나 둘 거리로 나오고
멈췄던 거리의 음악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한낮의 베라트를 걸었다.
아침에 걸어 본 거리지만 느낌이 또 다르다.
한껏 활기차진 베라트의 공원과 거리에는 저마다의 모습으로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하늘 높이 떼 지어 날아오르는 참새들.
마치 이 곳이 낭만이 숨 쉬는 유럽의 한 순간임을 느끼게 한다.
베라트의 마지막 날, 그리고 알바니아의 마지막 날이 아쉬운지 계속해서 걷고 또 걷는다.
아침과 한 낮, 그리고 저녁과 밤이 드리워지는 베라트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서일까.
날이 어둑어둑해지자 주변 레스토랑과 바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베라트의 밤이 더욱 활기차 보이는 건,
아름답게 빛나는 천개의 창문을 두눈에 오래 담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 때문인지도 모른다.
알바니아를 여행하는 동안
마음껏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환한 미소로 반겨준 사람들 덕분에 낯설지 않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눈, 코, 입, 그리고 온몸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이런 감사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음에 또 한 번, 감사할 뿐이다.
이름도 제대로 들어 본 적 없던 낯선 나라가
이제는 떠나기 아쉬운 내게 가장 소중하고 고마운 나라가 되어있었다.
무엇보다,
알바니아의 일상을 여행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