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포드고리차는 수도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그 나라를 대표할 만한 무언가가 아무것도 없다.
도시에 특별한 볼거리도,
딱히 유명한 먹거리도 없다.
날이 더우면 공원에 앉아 그늘 아래서 땀을 식히고,
허기가 지면 근처 가게에서 피자를 사 먹고,
카페나 바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저녁이 되면 곳곳에 불 켜진 집들과 노란 가로등이 거리를 채울 뿐이다.
포드고리차 시내 중심부의 거리를 걸어보지만
역시 휑한 느낌은 감출 수가 없다.
양쪽에 길게 늘어선 가게들만 외로이 거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왠지 모르게 사람이 많지 않다.
바쁜 건 아마도 어린 집시들 뿐인가 보다.
다운타운을 조금만 벗어나도 한적한 소도시 풍경이 펼쳐진다.
무성하게 자란 나무에 곧게 뻗은 도로,
그리고 시원하게 내달리는 차들.
아무도 건너지 않는 횡단보도에 신호등만 바쁘게 꺼지고 켜진다.
포드고리차는 여행지가 아닌 자연스러운 일상을 담고 있는 도시이다.
여행객들이 오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그 대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하루를 담고 있는 곳.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것들은 빠져있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것들로 채워진 곳.
오히려 그래서 더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여행을 하다 우연히 이런 곳을 만나게 되면
잠시 쉬어가도 좋다.
마트에 들러 양손 가득 장을 본다.
이런 곳에서는 사 먹는 것만큼이나 직접 해 먹는 요리도 든든한 한끼가 되어준다.
이 곳의 재료들로 익숙한 음식을 요리해본다.
낯섦과 익숙함이 만나 묘한 재미를 가져다준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오후가 되면
집 앞 카페가 늘어선 거리로 나가기 위해 가방을 챙긴다.
노트북, 수첩, 펜.
흔하게 마시던 아메리카노 하나 없지만,
따뜻한 에스프레소 한 잔이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과 더 잘 어울린다.
'레스토랑&카페&바'
이 곳에선 모든 걸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가게들이 참 많다.
그 안에서 먹는 사람, 마시는 사람, 떠드는 사람, 조용히 신문을 보는 사람
모두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나만큼이나 오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겠다.
앉아 있는 게 따분해지면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거리를 활보한다.
좋아하는 골목길은 없지만 탁 트인 거리들이 허전함을 날려준다.
'이런 것도 여행이고, 저런 것도 여행이지!'
여행객 하나 없는 게 이상하지 않은 이 곳.
여행자에게 바라는 것 하나 없는 이 곳.
그래서 여행자인 나도 그들에게 바라는 건 없다.
그들처럼 조용하고 편안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 시간을 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