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낭만을 품은 올드타운을 거닐다

#18. 몬테네그로 코토르

by bonita


코토르에 도착하니 시계가 벌써 오후 2시를 가리킨다.

집 앞 근처 음식점에서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다는 현지인의 추천으로 들어온 곳이지만

생각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감을 안고 밖을 나선다.


첫 끼니에 실망할 대로 실망해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아무래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다.

결국 허전한 마음에 올드타운이라도 가볼 겸 발걸음을 돌린다.


올드타운이라 하면 보통 오래된 돌길에 빛바랜 건물들,

좁은 골목길이 떠오르는 게 전부인데다

처음 보는 것들도 아니기에 딱히 기대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여느 동유럽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비슷비슷한 모습 외 다를 게 없을 거라 생각했다.


아주 큰 오산이었다.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아름다운 관광지로 손꼽히는 이유가 있나 보다.

올드타운으로 들어가는 에 다다르자 마치 놀이동산의 입구를 마주한 듯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커다란 성문으로 시작하는 올드타운은

그 안에 새로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 거란 설렘을 가득 안겨주었다.



드디어 들뜬 마음으로 올드타운 안으로 들어간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우뚝 선 시계탑에 고개가 절로 하늘까지 꺾인다.


올드타운의 구석구석을 지도 없이 걷기 시작했다.

여행도, 골목길도 때론 길을 잃어버릴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법.


어쩌면 아름다운 곳에서는 길을 잃는 것이

아무나 쉽게 보지 못하는 보물을 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조그만 골목길, 빼곡한 창문, 세월의 색을 담고 있는 돌.

그 사이사이 올드타운을 살며시 채우는 노란 불빛들.


골목길을 돌다 보면 어느 순간 커다란 광장에 성 트리푼 대성당이 나타난다.

그 위엄과 거대한 웅장함이 그저 넋을 놓고 바라보게 만들 뿐이다.

잠시나마 여느 동유럽과 다를 바 없겠지 라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 찰나의 착각은 올드타운에 들여놓는 첫 발에 모두 뒤엎어졌다.

단연코 코토르의 올드타운은

가장 아름다운 시공간의 여행이다.


마침 코토르와 올드타운의 역사를 보여주는 3D 영상관이 있어 들어갔다.

오직 이곳에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코토르의 그림 같은 영상이 시작되었다.


10분간의 영상이 끝나고 나니,

눈앞에서 느낀 코토르의 가슴아픈 역사에

안타까움과 짠한 마음이 수없이 교차했다.



오래되고 예스러운 것들은

그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더 진한 여운과 감동을 남긴다.


그 세월의 흔적과 낭만을 눈앞에서 보고 있다는 사실에,

다른 시간이지만 같은 공간 속에서 그 역사를 느껴볼 수 있음에,

또 한 번 진한 감동이 젖어든다.


어느덧 저녁 7시.

올드타운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곳곳에 불을 밝히는 가로등이 올드타운에 드리워지자

어둠 속에서도 낭만적인 불빛들은 더욱 빛을 발했다.


한낮의 해가 아닌 노란 가로등 불빛에서 바라보는 올드타운은

중세시대의 낭만을 한층 진하게 만든다.

짙은 낭만이 드리워진 올드타운의 작은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아름다움에 기어이 취할 것만 같다.



올드타운의 저녁을 감상하며 코토르 만으로 향한다.

수많은 선박과 함께 길게 뻗은 코토르 만.

그 너머에는 또 어둠을 밝히는 마을이 곳곳에 불을 켜놓는다.


저 멀리 아득히 펼쳐진 코토르 만 뒤에 코토르 성벽이 자리를 지키고,

그 뒤로 깎아지른 바위산이 코토르를 듬직하게 감싸 안고 있다.


아름다운 코토르의 저녁을 눈에 담으며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을 그곳에서 서성여본다.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는지 좀처럼 발을 떼지 못한다.


그저 내 작은 바람은,

오늘 만난 코토르의 여운이 쉽게 잊히지 않길 바랄 뿐이다.



코토르에선

저녁이 드리워지는 올드타운과 코토르만을 걸어보길.


중세시대로 떠나는 낭만적인 시간여행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브런치네임카드.pn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