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알려주고싶지 않은 아지트를 찾은 날
아침에 일어나 찌뿌듯한 몸을 기지개로 풀어본다.
요 며칠 새는 쉬어갈 틈 없이 바쁘게 여행을 다닌 듯하다.
이런 걸 보면 여행도 생각만큼 쉬운 건 아닌가 보다.
하루 웬 종일 쏟아낸 에너지에 방전된 몸을 이끌고
진하고 따뜻한 커피를 한잔 탔다.
씁쓰름한 커피 향이 좋다.
지난밤에 지어놓은 냄비 밥에 누룽지가 눌어있다.
문득 따뜻한 숭늉이 먹고 싶어 물을 붓는다.
보글보글.
팔팔 끓어오르는 숭늉을 살살 저어주자
고소한 냄새가 코끝으로 퍼진다.
뜨거운 한 숟가락을 입안에 떠 넣는다.
따뜻하고 고소한 숭늉이 그대로 녹아든다.
아, 좋다.
뻐근했던 온몸이 노곤하게 풀리는 것만 같다.
내가 생각해도 모스타르에서의 아침을 숭늉으로 맞는다는 게 약간은 어색해 웃음이 난다.
그래도 좋다.
모스타르의 선선한 아침,
살랑대는 바람에 널어둔 빨래가 춤을 추듯 펄럭인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는 몰랐던 기분이다.
햇살에 뽀송뽀송 말라가는 빨래를 보고 있으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바쁘고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작지만 한가하고 조용한 도시에 들어오니
갑갑했던 마음이 스르륵 풀어진다.
난 언제나 그랬다.
사람이 많은 곳을 가면 힘이 빠지고 지치고 금세 피로해지곤 했다.
정신없이 반짝이는 네온사인과 시끄러운 소음,
어디로 가는지 헷갈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벗어나면 그제야 언제 그랬냐는 듯 숨통이 트인다.
조용하고 작은 곳들은
내 마음, 내 감정, 내 생각을 자연스럽게 풀어놓을 수 있다.
어쩌면 오롯이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보여줄 수 있기게 마음이 더 편한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바쁘게 사는 일상에서도
여행 중에 쉬어가는 작고 조용한 마을처럼
몸도 마음도 풀어놓을 수 있는 조그만 쉼터가 있으면 좋겠다.
언제고 조용히 머리도 마음도 쉬고 싶어 질 때면
지금의 모스타르가 떠오를 것만 같다.
작고 아담한 모스타르에서
한가롭고 평온한 아침이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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