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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ita Oct 13. 2016

하늘, 바다, 바람 그리고 우리

#숨겨둔 뱃살마저 꺼내보인 날


아침 7시. 알바니아 사란다의 아침이 밝았다.

늘어지게 기지개를 켤 겨를도 없이 몸을 일으킨다.     

아침부터 해변에 가져갈 토스트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주방 앞 창가에는 벌써 아침 햇살이 한가득 담겨있다.


식빵을 바삭하게 구워내고

그 위로 치즈 한 장, 햄 한 장,

마지막으로 딸기잼을 바르고 따뜻한 토스트를 쿠킹호일로 싸면 완성이다.



양손 가득 먹을거리를 싸들고 걸어서 5분 남짓 거리에 있는 '제로제로비치'에 도착했다.

핸드폰 알람이 1시간이나 일찍 울려버린 탓에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른 시간부터 비치에 나와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자갈을 밟으며 해변이 잘 내다보이는 파라솔에 자리를 잡았다.

사란다의 해변은  반짝이는 파란 하늘에 어울리게 맑고 투명하다.     


물에 발을 담가본다.

약간은 차가운 물의 온도가 살짝 낯설게 느껴진다.

그것도 잠시, 발목 위로 덮인 물의 온도가 금세 익숙해진다.



물 위에 눈을 감고 둥둥 떠 있다 보면

이곳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기분이 꽤나 낭만적이라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좀 더 오래 눈을 감아본다.     


물속에 몸을 띄운 채 주변을 둘러본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파라솔,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 

그리고 흥겨운 음악까지.

이곳은 알바니아 사람들이 사랑하는 그들만의 휴양지 사란다이다.     



썬베드에 누워 물기를 말린다.

기분 좋게 선선히 불어 드는 바람과 그 바람을 질투라도 하듯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

그 아래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모습.     

해변에서 우리는 자유롭다.


놀고 싶으면 놀고,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또 놀고 싶으면 놀고.     


무엇보다 좋은 건 

청량한 바람과 탁 트인 하늘, 

시원한 파도소리의 박자가 알맞게 떨어지는 이 순간

가만히 그 아래 누워 이 모든 연주를 조용히 감상할 수 있다는 것.     



사란다의 비치는 거창하고 화려하게 아름답진 않지만

소소한 것들이 주는 편안함과 아늑함이 기분 좋은 느낌을 선물해준다.

적당한 사람들과 적당한 소음.

적당히 아늑하고 적당히 평온하다.     


뚱뚱하건 날씬하건 상관없이 다 같이 비키니를 입고,

혼자이건 둘이건 신경 쓰지 않고 즐기는 사람들.     


어쩌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는 것에 익숙해진 나에게

이 세계여행을 통해 딱 하나만 얻을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의 시선과 인식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는 의연한 모습이길 바래본다.

적어도 누군가에 보여주기 위해 내 자신을 더이상 숨기지 않을 수 있는 모습을 말이다.    



나는 나대로 그들은 그들의 모습대로

반드시 내가 그들의 기준에 맞춰야 하는 것도,

그들이 내 기준에 맞춰야 할 필요도 없는 

각자의 선택이 하나하나 녹아 든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갈 뿐이다.


어젯밤 야식을 먹고도

나는 오늘 비키니를 입었다.

여기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다 

뺏길지도 모르는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을

오늘은,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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