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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ita Oct 21. 2016

하얀 구름 아래를 거닐며

#25. 크로아티아 마카르스카

마카르스카에 다다를 때쯤, 버스 창가에 빗방울이 맺히기 시작한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이미 마카르스카 하늘은 뿌연 먹구름으로 가득 차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길,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하늘은 금세 어두워지고 나무들이 바람에 사정없이 흔들린다.

도착 첫날부터 비바람 이라니.     

밤새 바람은 잦아들 줄 모르고 스산한 소리를 내며

온 도시를 날려버릴 것처럼 강하게 불어댄다.     

'내일 아침은 날씨가 개야 할 텐데...'

불안한 걱정을 안고 잠이 들었다.     


밤새도록 불던 세찬 바람이 아침이 되어도 창문을 어김없이 두드린다.

걱정스런 마음을 안고 밖을 나서 본다.

바람은 여전히 불지만 뜨거운 햇살이 마카르스카의 아침을 비추고 있다.     

비 온 뒤 맑게 갠 하늘.

청명한 하늘에 새하얀 구름이 예쁘게도 피어있다.

서늘한 바람이 공기를 가득 채웠건만 뜨거운 햇살 덕분에 적당히 걷기 좋은 날씨가 함께한다.     


하나 둘, 마카르스카의 아침을 거니는 사람들.

걷다 보니 마카르스카의 바람에 어느새 익숙해진다.

마카르스카에는 높은 건물이 별로 없다.

그 덕에 새파란 하늘을 한눈에 가득 담을 수 있어 좋다.


탁 트인 거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수많은 야자수.

이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야말로 휴양을 즐기기에 이만한 도시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하얀 보트가 길게 늘어선 항구.

그 뒤로 파란 아드리아해가 넘실거리고

하늘 위에는 솜털 같은 구름이 한가득 떠있다.     

항구를 따라 걷는 길 한편에는 야자수가 줄지어 있다.

한껏 펼쳐진 야자수는 춤이라도 추는 듯 살랑살랑 잎 펄럭인다.     

제멋대로 부는 바람에 머리칼이 마구 헝클어진다.

잡아도 잡아도 흩날리는 바람에 결국 손을 뗀다.

멋대로 휘날리는 머리칼처럼 몸도 마음도 자유롭다.     

마카르스카의 탁 트인 거리를 걷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차분하고 한가로운 이 곳의 분위기가 참 좋다.  

        

오늘 같은 날씨에는

푸르른 아드리아해의 빛깔이 더욱 짙게 반짝인다.     

구시가지로 향하는 골목에 들어선다.

마카르스카의 구시가지는 다른 도시에 비해 크지도 않고 아기자기한 골목도 없다.

대신 낮은 건물들 위로 뻥 뚫린 하늘을 보며 걷는 골목은 또 다른 감동을 선물해 준다.     


커다란 벽돌로 쌓아 올린 건물들.

큰 벽돌에 손을 얹어본다.

마치 소설책에 나오는 벽돌집을 만나기라도 한 듯 설레는 마음으로 잠시 벽에 기대어본다.  

느리게 걸을 수 있는 시간이 참 좋다.   

구시가지를 넘어 해변가로 걸음을 옮긴다.

입구에서부터 왠지 모를 고급스러운 휴양지 느낌이 물씬 풍겨온다.     

잠시 쉬어갈 겸 해변이 내다보이는 바에 들어가 앉았다.


그늘에 앉아서 바라보니 걸어 다니는 사람들 얼굴에 들뜬 기색이 역력하다.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만으로도 휴양지의 설렘이 한 층 짙어진다.           

애플민트와 상큼한 라임향이 가득한 모히또를 시켰다.

- 찰랑

얼음이 가득한 잔을 몇번 기울이다 마시는 한모금.

달콤 새콤한 모히또가 시원하게 넘어간다.

역시 햇살이 비추는 해변에서는 모히또만 한 게 없나 보다.     


하늘과 바다만큼 구름이 참 예쁜 도시, 마카르스카.

크로아티아의 휴양에 흠뻑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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