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크로아티아 마카르스카
푹푹 찌던 여름이 한 풀 꺾였나 보다.
비가 또 한 차례 지나간 마카르스카의 오후는
어두운 구름이 걷히고 나지막한 햇살이 드리워진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과 살짝 흐린 듯 한 날씨가 한층 운치 있다.
한국도 벌써 가을이 다가왔겠지.
언제나 계절은 갑자기 찾아오고, 갑자기 변하는 듯하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마카르스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을 오른다.
그리 멀지 않은 언덕을 오르면 발아래로 마카르스카가 펼쳐진다.
기다란 항구를 따라 늘어선 마을들.
멀리서도 느껴지는 자유롭고 여유로운 마카르스카.
언덕을 따라 내려와 걷다 보니 어느새 항구 끝에 다다랐다.
잠깐 발걸음을 멈추고 해가 지는 아드리아해를 보기 위해 담벼락에 올라앉는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넓게 펼쳐진 하늘을 무작정 바라본다.
이렇게 하늘을 오랫동안 올려다본 적이 언제였을까.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푸른 하늘만이 두 눈을 가득 채운다.
높은 건물들이 시야를 막던 답답한 하늘이 아닌
이곳의 하늘은 드넓은 바다처럼 하늘마저 넓고 푸르다.
여행을 떠나와서는 부쩍 하늘을 보는 일이 많아졌다.
새하얀 구름과 푸르른 하늘이 아름다워서도 있지만, 아름답고 시원한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잠시 멈춘 것처럼 고민도 생각도 잊고
그저 멍하니 모든 것들을 내려놓게 된다.
걷다가 힘이 들 때도,
오랜 고민이 생겼을 때도,
잘 풀리지 않는 문제에 닥쳤을 때도,
떠나오기 전 내가 있던 곳도 하늘이 이렇게 예뻤을까.
그때의 하늘이 좀처럼 생각나지 않는다.
떠오르는 건 네모난 사무실 천장과 창문 사이로 보였던 높은 건물들 뿐.
여행을 떠나와 하늘을 오래 바라다볼 여유가 있어 행복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하늘을 좀 더 자주, 그리고 오래 올려다봐야겠다.
기분 좋은 마카르스카의 하늘을 머리 위에 남겨두고 또다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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