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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ita Oct 22. 2016

태초의 자연을 닮은 그곳을 밟다

#27. 크로아티아 크르카 국립공원

연이어 계속되던 흐린 날씨가

오늘 아침은 다행스럽게도 쨍쨍한 햇살로 바뀌었다.     

크로아티아 시베니크를 오게 만든 이유가

크르카 국립공원을 가기 위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크르카 폭포는 크로아티아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폭포로 손꼽힌다.     


신기하게도 다른 유럽 국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10명 중 8명은 플리트비체보다 크르카가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러기에 그 기대감은 더할 나위 없이 높아졌다.      

30분간 버스를 타고 도착하니 조그만 마을인 스크라딘에 도착했다.

푸르른 나무들이 양옆에 가득 늘어선 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스크라딘 폭포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스크라딘 폭포가 있는 국립공원 앞까지 가기 위해 큰 배에 올라탔다.

밖이 잘 보이는 2층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데

바람이 생각보다 많이 불기 시작한다.     

15분 정도 달렸을까.

내릴 때가 가까워지자 어디선가 하나 둘 물방울이 떨어진다.

결국 빗방울이 튀기 시작한다.


배가 도착해서도 계속해서 내리는 비.

어찌할까 고민을 하던 찰나에 서서히 빗줄기가 약해진다.     

사람들이 다 내리고 드디어 크르카 국립공원에 발을 디디자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뚝 멈춘다.

행히도 소나기였나 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표를 끊고 들어가자

몇 발자국 떼지 않아 바로 스크라딘스키폭포가 눈앞에 나타난다.


약간 구름이 낀 흐린 날씨이지만 9월에도 물속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

그 뒤로 엄청난 폭포가 경이로운 아름다움을 뽐내며 쏟아지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연을 즐기고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더욱 신비광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앙상한 가지의 나무들마저,

태초의 자연과 사람을 보는 것만 같은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기에,

돌아와서 저 그림 같은 순간을 함께 하겠다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뒤로한 채 다시 걷는다.     


꽤 많은 계단을 쭉 따라 올라가니

스크라딘 폭포의 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보통 떠올리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아닌

계단식으로 떨어지는 크르카 폭포는 색다른 웅장함을 전해준다.     

좀 더 폭포를 가까이 느끼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려던 찰나,

갑자기 하늘에서 무서운 굉음이 울린다.


고개를 돌리자, 하늘에서 번쩍하더니 잠시 지나갔던 빗방울이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이 비를 맞으며 계속 올라갈까, 그만 내려갈까

고민을 하다가 하늘에서 울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아 결국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돌려 내려간다.     

입구에 다다르자 이번에는 제대로 마음을 먹은 듯

비가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한다.     

수영하러 가져온 비치타월을 우산 대신 뒤집어쓰고

영화의 한 장면 마냥 빗속을 뛰어 내려간다.     


잠깐의 기다림 끝에 이재민 같은 모습으로 다 같이 돌아가는 배에 올라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배에 앉아 씁쓸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이 상황에 말을 잃는다.     

크로아티아의 가을 날씨는 말도 안 되게 변덕스럽다.

맑았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고 천둥번개가 치더니 또 금세 다시 맑아지기도 하고,

다시 빗줄기가 내리기도 한다.


그 변덕을 맞출 재주가 없으니 하늘의 뜻에 따를 수밖에.          

맘처럼 되지 않는 게 여행이겠지.

막 도착해 배에서 내리려던 때에 비가 이렇게 왔더라면 그냥 돌아갔을까.

그나마 잠시라도 비가 멈추고 크르카의 폭포를 눈에 담을 수 있었음에 다행이라고 생각며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     

아침부터, 아니 시베니크로 떠나올 때부터

기대하고 설레며 기다렸던 크르카 국립공원이 허무하게 끝이 났다.     

그나마 30분간 눈에 담았던 순간이라도 있어 조금은 위안이 된다.

물론, 입장료는 아무리 곱씹어도 꽤 씁쓸하지만 말이다.     


기회가 된다면,

기필코 스크라딘스키폭포를 바라보며 수영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아쉬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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