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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ita Oct 25. 2016

신들의 놀이터를 탐하다

#31.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크로아티아를 여행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름다운 여행지 중 하나는

바로 플리트비체일 것이다.     


크로아티아에서 아름다운 폭포로 손꼽히는 플리트비체와 크르카국립공원.

크르카국립공원 다음 일정으로 플리트비체를 보기 위해 아침부터 부지런히 나갈 준비를 한다.     


크르카국립공원은 아쉽게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지만 플리트비체로 향하는 오늘은

다행히도 하늘이 도와주려나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자다르에서 2시간을 달려 입구에 도착했다.

역시나 유명한 관광지답게 한국인뿐 아니라 많은 여행객들이 이른 시간부터 줄을 서고 있다.     

입장과 동시에 보이는 커다란 폭포가

쏟아질듯한 물줄기를 뿜어내며 반갑게 맞아준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폭포의 물줄기를 볼 수 있는 4시간가량의 C코스로 들어간다.

나무로 만들어놓은 다리 사이사이로 시원한 폭포의 물줄기가 흐른다.

이거 참 기분이 묘하다.

마치 폭포 위를 걷고 있는 것만 같다.     

발 밑으로 흐르는 시원한 물줄기를 따라 걸으며

고개를 돌려본다.

하늘에서부터 쏟아지는 듯한 웅장한 폭포와

그 아래 에메랄드 빛으로 채워진 호수가 두 눈을 사로잡는다.


깊은 물속, 유리장처럼 투명하고 맑은 물.

탁 트인 맑고 고요한 호수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쏴아아-

폭포가 내리치는 시원한 물줄기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천천히 자연을 느끼며 걸어본다.

이런 곳에서는 느리게 걸어야지만 볼 수 있 것들이 더 많다.


높디높은 폭포의 끝자락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 장엄함과 경이로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이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이 만들어낸 산물이라니.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폭포를 지나고 나면

고요하고 아름다운 호수가 눈 앞을 가득 채운다.     

맑게 빛나는 물 위로 녹음이 우거진 산이 투명하게 비친다.

자연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푸르른 나무들 사이로 둘러싸인 호수가 마치 신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신들이 있었다면 이런 곳에서 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어쩌면 이곳은 신들이 놀다간 놀이터 아니었을까.     


신비로운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서 인간은 힘을 잃는다.

두 눈과, 두 귀와 두 발로 그저 자연바라볼 뿐이다.     

유유자적.

물 위를 헤엄치는 물고기들.

이 순간 가장 부러운 건 이 물고기 들일지도 모르겠다.


한쪽에서는 웅장한 소리를 내뿜는 폭포가,

한쪽에서는 고요하고 잔잔하게 빛을 내는 호수가,

그리고 위에는 푸른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양 옆에는 짙푸른 나무들과 수풀이

나를 감싸고 있다.

숨을 깊게 들이마셔본다.

자연의 힘을 얻기라도 할 것처럼

한껏 크게 숨을 내쉬고 다시 또 들이마신다.     


너무 강렸했던 탓일까.

눈을 감아도 아름다운 잔상이 그대로 눈 앞에 그려진다.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이 잔잔한 호수 위로 내려앉는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순간이다.     


계속해서 걷다 보니 어느새 4시간 정도가 흘렀다.

해가 떠오르자 등줄기에 땀이 맺힌다.

잠시 그늘로 들어가 숨을 고른다.


모름지기 그늘은 땀을 흘린 뒤여야겠다.

시원한 그늘 속에서 식히는 땀은 그 어떤 것으로도 풀리지 않던 갈증을 해소한 것만 같은 상쾌함이 있다.

뜨거운 땀방울은 그제야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이 정도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면

조금 부지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 일찍 서두르니 훨씬 여유롭고 한적한 플리트비체를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적어도 이 그늘만큼은 온전히 날 위해 기다리고 있던 것만 같다.     


속도를 줄이고 느리게 걸어본다.

이왕이면 한 걸음, 한 걸음을 음미하며 걸어야겠다.

자연의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진하게 새겨 넣기엔 속도를 줄이고 마음을 늦추고 생각을 멈추는 것 뿐이리라. 

시원하게 부는 바람, 운치 있게 떨어지는 낙엽,

쏟아지는 폭포의 상쾌한 물줄기 소리와

옥빛으로 물든 호수까지.     


신들이 놀다간 놀이터에서

나도 잠시, 자연이 주는 황홀함을 한껏 만끽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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