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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ita Oct 26. 2016

자다르의 밤은 낮보다 더 아름답다

#32. 크로아티아 자다르 태양의인사

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발목까지 올라오는 축축한 물기,

우산에 가려 허겁지겁 움직이는 발걸음,

기분까지 우울하게 만드는 우중충한 하늘,

빗방울에 갇힌 답답한 공기까지.     


비가 오는 날, 특히나 우산을 들고 밖을 걸어 다니는 일은 더더욱 싫어한다.

하지만 자다르에서 만큼은 비 오는 날에도 발걸음을 멈출 수가 없다.

자다르의 밤은 비 오는 날마저도 나를 움직이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우울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걷어내고

시원하고 상쾌한 가벼움이 가득 차 온다.     

축축했던 빗줄기가 촉촉하게 스며들고,

답답했던 공기가 포근하게 다가온다.     

비 오는 날, 더욱 낭만적이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자다르.

이래서 크로아티아에서 낭만을 찾는다면 자다르로 오라고 하는 것일까.


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자다르의 저녁.

우산을 쓰고 올드타운으로 향한다.     

건물 사이사이로 켜진 노란 가로등이

비 오는 자다르의 낭만적인 저녁을 한층 운치 있게 만들고 있다.          

살아가는 동안에 있어서 적어도 한 번쯤은

내가 숨 쉬고 있는 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낭만적인지 느껴봐야 한다.

그리고 그건,

크로아티아 자다르에서 느껴봐야 한다.               


붉게 물든 보름달만 한 해가 바다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 모두가 하염없이 해가 지는 석양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은 딱히 무슨 생각을 하지 않아도

노랗게 물드는 하늘과 바다를 두 눈에 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비가 서서히 멈춘다.

우산을 접은 채 어두워지는 하늘을 기다리며 태양의 인사 쪽으로 향했다.     


낮 동안 태양이 내뿜는 빛을 모아두었다가 밤에 빛을 내는 태양의 인사.

낮의 태양이 밤에는 아름다운 오색빛깔의 조명으로 한밤의 태양을 만들어낸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까만 어둠으로 뒤덮이자 태양의 인사는 더욱 빛을 발한다.

동그란 원판에서 반짝이는 빛깔은

마치 하늘까지 닿을 듯이 은은한 기둥을 만들어내며 아름다운 색을 뿜어내고 있다.

그 빛을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다르의 밤을 더욱 낭만적으로 물들인다.


싱글벙글 뛰어다니는 아이들,

입을 맞추는 연인들,

빛나는 불빛 위에 누워 이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들.

아름다운 순간은 함께하기에 더욱 눈부시게 빛난다.

자다르의 밤은 어둠으로 짙게 깔릴수록 환하게 빛나고 있다.

따뜻한 낭만이 깃든 한밤의 태양은 낮보다 밤에 더욱 찬란하게 빛난다.  




우리는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순간을

숨이 멎을 듯 한 순간으로 채우고 있을까.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감동을 내 인생에 선물하고 있을까.     


인생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숨을 쉬고 있다는 말이 아니다.

살아 숨 쉰다는 것은 내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이다.     


숨이 멎을 듯 한 순간을 채우는 것.

심장이 뛰고 있음을 느끼는 것.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

그것이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가 아닐까.

인생의 끝자락에서 누군가 내 이 어떠 물어본다면,

나는 어떤 장면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될까.     


어떤 모습이든 간에

가슴 뛰는 설렘과 기쁨, 감동이 가득 담겨있는 순간이길 바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조금 더 많이 떠올랐으면 좋겠다.   

  

그래야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었다고,

내가 내린 결정과 선택에 후회 없는 시간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우리는 느껴봐야 한다.

자다르에서의 밤과 불빛과 낭만을.

내가 숨 쉬고 있는 지금이

얼마나 아름답고 가슴 벅찬 순간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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