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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ita Oct 26. 2016

아드리아해의 지상낙원, 흐바르

#33. 크로아티아 흐바르

왠지 모르게 흐바르는 꼭 가야 할 것만 같았다.

하루뿐이라도 흐바르로 들어가기 위해 일정을 꾹꾹 끼워 넣었다.     


동선 상으로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하는 낭비가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흐바르는 가야 할 것만 같았다.     

예상보다 시간이 촉박해 스플리트에 도착해서 부리나케 매표소로 향했다.

단 5분밖에 남지 않은 티켓을 사겠냐며 어리둥절해하는 매표소 직원에게

당당히 표를 끊고 전속력을 다해 뛰고 또 뛰었다.

하필 가장 멀리 정박되어 있는 페리일 게 뭐람.


간신히 다리를 올리려던 순간에 도하자

Lucky!를 외쳐주시며 표를 받아주신다.

첫출발부터 녹록지 않다.     


스플리트에서 1시간 반 남짓 걸리는 거리에 있는 흐바르 섬.

섬에 도착하니 휴양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예상치 않았던 일정이라 경비를 줄이기 위해 조금 낡은 호스텔에 짐을 풀었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여기서 만큼은 잠을 자는 시간 외에 들어올 일이 없을 거라 위안을 삼으며

다시 밖으로 나선다.     

흐바르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점심이 무얼까 찾아보다가

우연히 건강하고 신선한 재료로 색다른 요리를 만들어내는 '피그 카페&바'를 발견했다.     


분위기는 마치 이태원이나 가로수길 어디쯤에 있는 레스토랑과 어울릴 법했다.

고민 끝에 토마토&어니언 잼 플랫 브레드와 그린 칠리 브리또를 주문한다.

친절한 직원들 덕분에 기분 좋은 기다림을 끝내고

드디어 음식이 나온다.     

마치 가든파티라도 연상케 하는 듯,

푸르른 녹색 잎채소들과 어우러진 요리가 입맛을 돋운다.

건강함 뿐 아니라 맛까지 사로잡은 탓에

몸이 들썩들썩 춤을 출 것만 같다.     


역시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 만큼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한 선택이 된다.

오늘 점심은 여유로운 흐바르의 분위기를 가장 잘 담아낸 훌륭한 여행지였다.

점심을 다 먹고 골목길을 돌아보던 차에

핸드메이드 스무디 가게를 발견했다.

한 평 조금 더 되는 조그만 가게에서

다양한 생과일주스와 핸드메이드 건강음료를 만들고 있다.


하나하나 꼼꼼히 설명해주시는 덕에 시원한 수제음료를 한잔 주문한다.

들어가는 재료마다 취향에 맞게 조절해주시는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짙은 자주색 빛깔의 음료가 나왔다.

건강음료답지 않게 달콤하고 상큼한 시원함이 기분 좋게 넘어간다.

왠지 오늘은 호사를 누리고 있는 기분이다.

흐바르에서의 하루가 바쁜 여행에서 잠시나마 주어진 선물 같다.


금세 땀이 흐르는 뙤약볕의 흐바르.

걷다 보니 땡볕에 목이 타들어간다.

골목골목 사이의 푸르른 카페가 눈을 사로잡는다.     


저 포근한 소파에 앉아 시원한 커피라도 한잔 마셨으면.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이미 발걸음이 마음 따라 움직인다.

얼음이 몇 개 띄워진 약간은 심심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흐바르의 정취에 흠뻑 젖어본다.     

조용하면서도 활기차고, 소박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자유로운 이 곳이 유럽인들이 사랑하는 휴양지인 이유인가 보다.  

어쩌면 우리도 이곳에서 우리만의 지상낙원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반짝이는 해를 보고 있으니 문득 비치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흐바르의 비치는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

이 뜨거운 햇살이 다 가기 전에 어서 서둘러야겠다.     


간단히 짐을 챙겨 근처 비치로 향했다.

생각보다 작은 탓에 이미 사람들이 꽉 차있다.

자리를 펴고 누워 호기롭게 태닝을 한다.

뜨거운 햇살을 몸에 받으며 누워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흐바르의 비치는 생각만큼 맑고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다 함께 어우러져 흐바르의 오후와 햇살을 즐긴 것에 만족하며 자리를 접는다.

바람이 불고 해가 지고 북적거리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다 먹고도 흐바르이 밤이 끝나는 게 아쉬워 쉽사리 숙소로 향하질 못한다.

항구 담벼락에 걸터앉아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흐바르의 밤을 두 눈에 새겨 넣는다.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장 아름다운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가 아닐까.          

오늘이라는 시간밖에 없기에

하루 종일 쉼 없이 달렸던 날.

이 시간의 끝을 알기에 알기에 더 아쉽고 미련이 남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또 다시

호화로운 시간을 선물할 수 있는 하루가 주어진다면,

다시금 지상낙원으로 떠날 준비가 된다면,

나는 다시 흐바르로 향하는 페리에 몸을 싣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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